여름 텃밭에 물을 줄 때 흙 냄새가 올라옵니다. 그 냄새는 방선균이 내뿜는 지오스민에서 주로 비롯됩니다. 평소 잎과 줄기에 관심이 쏠리지만, 흙 속에도 볼 것이 많습니다. 식물 뿌리 끝마다 가느다란 균사(菌絲)가 붙어 있고, 그 균사들이 서로 연결되어 땅속에 촘촘한 망을 형성합니다. 국제 연구팀이 이 균사 네트워크의 총 길이를 처음으로 추산했습니다. 약 11경(京) 킬로미터에 이릅니다.
뿌리와 균류, 3억 년의 공생
균근균(mycorrhizal fungi)은 식물 뿌리 안팎에 사는 균류입니다. 이 공생 관계는 3억 년 이상 이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당(糖)을 균류에게 넘기고, 균류는 균사를 통해 인(燐)과 질소를 흡수하여 식물에 공급합니다. 뿌리 혼자로는 닿지 못하는 범위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끌어옵니다. 특히 인의 경우, 균근균을 통해 들어오는 양이 식물이 자력으로 흡수하는 것보다 많습니다. 육상 식물의 약 90%가 균근균과 이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텃밭에서 기르는 상추, 토마토, 고추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만 배추, 시금치처럼 균근균과 관계를 맺지 않는 채소도 있습니다.
균사가 탄소를 땅속으로 이동시킵니다
연구팀 추산에 따르면, 균사 네트워크는 매년 약 40억 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는 탄소를 식물에서 받아 토양 속으로 이동시킵니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탄수화물 일부가 뿌리를 통해 균류에 전달되고, 균류가 그 유기물을 이용하면서 균사를 키웁니다. 균사가 죽어 토양에 남을 때 탄소가 유기물 형태로 쌓입니다. 토양에 저장된 탄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균사 네트워크가 건강할수록 더 많은 탄소가 땅속에 머뭅니다. 연구팀은 이 경로를 통한 탄소 이동량이 기존 기후 모델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텃밭에서 균사를 살리는 방법
도시텃밭에서도 균사 네트워크는 살아 있습니다. 화학 비료를 자주 쓰거나, 흙을 깊이 반복해 뒤집거나, 살균제에 반복 노출될수록 균사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흙을 자주 교란하지 않고 유기물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균사가 회복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심경(深耕) 줄이기: 불필요하게 깊이 갈지 않으면 균사 구조가 오래 유지됩니다.
- 퇴비나 낙엽을 흙 위에 얹어 두면 균류가 쓸 유기물이 늘어납니다.
- 살균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씁니다. 흙에 직접 뿌리면 균사가 영향을 받습니다.
- 뿌리 주변 습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균사 활동이 줄어듭니다. 짚이나 낙엽으로 덮어 두십시오.
- 모종을 심을 때 균근균 접종제를 뿌리에 조금 묻히면 균사 네트워크가 빠르게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늘 텃밭 흙 위에 퇴비 한 삽을 얹어 보십시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아래에서 균사가 뿌리 곁을 채워 갑니다.
참고: 국제 균사 네트워크 공동 연구팀 추산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