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마당에 수박 한 통을 갈라 놓으면 가족이 둘러앉아 붉은 과육만 베어 먹고 흰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갑니다. 그런데 과육과 초록 껍질 사이의 흰 부분에는 혈관 건강을 돕는 성분이 도리어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수박이라면 한 통을 끝까지 살려 보세요.
흰 부분에 시트룰린이 더 많습니다
수박의 붉은 과육에는 리코펜과 수분이 풍부하고, 흰 속껍질에는 시트룰린(citrulline)이 과육보다 높은 농도로 들어 있습니다. 시트룰린은 몸 안에서 아르기닌으로 바뀌어 산화질소를 만들고, 산화질소는 혈관을 넓혀 혈압을 낮춥니다. L-시트룰린 보충제를 다룬 메타분석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평균 7.54mmHg, 이완기가 3.77mmHg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폐경기 여성에게 100% 수박 주스를 먹인 임상 시험에서도 혈관 기능 지표가 좋아졌습니다. 그냥 버리던 흰 부분에 이 성분이 가장 풍부하게 모여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손질부터 차근차근
흰 부분을 살리려면 손질이 절반입니다. 우선 겉의 짙은 초록 껍질을 감자 깎는 칼로 얇게 벗겨 냅니다. 단단하고 풋내가 있어 빼는 편이 좋습니다. 남은 흰 속살은 5mm 두께로 채 썰거나 깍둑썰기 합니다. 손질한 조각에 굵은소금 한 큰술을 뿌려 20분 정도 두면 물기가 빠지면서 아삭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가볍게 헹궈 물기를 짜 두세요. 무·오이지 손질과 비슷한 차례입니다.
무침·볶음·국으로 살리기
가장 쉽게 만드는 음식은 새콤한 무침입니다. 절여 둔 흰 속살에 식초 1, 설탕 1, 고춧가루 1, 다진 마늘 약간을 넣고 무치면 한여름 입맛을 돋우는 반찬이 됩니다. 마무리에 깨소금과 참기름을 더해 보세요. 볶음으로 가도 잘 어울립니다. 들기름을 두른 팬에 마늘을 볶고 흰 속살을 넣어 센 불에 빠르게 볶은 뒤 간장으로 간을 하면 호박볶음과 비슷한 맛이 납니다.
된장찌개에 한 줌 넣어 끓이면 무를 대신해 시원한 국물을 냅니다. 동남아에서는 새우젓·생강과 함께 끓여 수프로 먹는 조리법도 흔하니 한 번쯤 시도해 보세요. 깍둑썰어 액젓·고춧가루로 버무린 뒤 하루 숙성시키면 여름철 별미 김치가 됩니다.
곁들임과 보관
수박 흰 속살은 단맛이 옅어 짠맛·신맛과 잘 어울립니다. 한국 식탁의 오랜 습관대로 소금 한 꼬집을 더하면 단맛이 또렷해지면서 여름철 땀으로 잃은 나트륨도 자연스레 채워집니다. 레몬·라임즙을 한 숟갈 넣으면 비타민 C가 더해지면서 산뜻해집니다. 페타치즈와 발사믹을 곁들이면 지중해식 샐러드가 되어 단·짠·신의 균형이 잡힙니다.
- 냉장 보관: 손질한 흰 속살은 밀폐 용기에 담아 2~3일 안에 드세요.
- 냉동 보관: 한 번 데쳐 한 끼 분량씩 소분해 두면 일주일 정도 둘 수 있습니다.
- 손질 전: 통으로 둔 채 서늘한 곳에 두어야 흰 부분의 식감이 살아 있습니다.
올여름 텃밭에서 거둔 수박을 가르거든 흰 부분을 따로 모아 두세요. 저녁상에 무침 한 접시를 올려 보면, 버리던 부분에서 새 반찬 하나가 늘어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