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블루베리 속 미리세틴, 몸이 더 잘 쓰게 하는 법

잘 녹지 않던 항산화 성분을 AI로 짝지어 토마토 신선도까지 지킨 이야기

여름 텃밭에서 딴 방울토마토를 접시에 담아 두면 며칠 만에 물러지기 시작합니다. 곁들인 블루베리를 한 알 입에 넣으며 이런 생각을 해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식물이 품은 몸에 좋은 성분을 왜 우리 몸은 다 받아들이지 못할까요. 최근 한 연구가 이 물음에 답이 될 만한 방법을 내놓았습니다.

블루베리와 포도 껍질에 든 미리세틴

미리세틴은 식물이 만들어 내는 플라보노이드, 곧 식물 색소 성분의 한 가지입니다. 다음과 같은 먹거리에 들어 있습니다.

  • 블루베리·크랜베리 같은 베리류
  • 포도, 특히 껍질 쪽
  • 호두·양파·파슬리
  • 녹차

미리세틴은 몸속에서 산화를 늦추는 항산화 작용을 하고, 세균이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기도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미리세틴은 물에 잘 녹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도 잘 녹지 않으면 몸이 흡수해 쓰기가 어렵습니다.

잘 맞는 짝을 찾아 준 AI

연구진은 미리세틴을 더 잘 녹게 만들 방법을 찾았습니다. 미리세틴은 단단한 결정으로 뭉쳐 있어 물과 잘 섞이지 않는데, 여기에 잘 맞는 다른 분자를 붙여 결정을 풀어 주면 훨씬 잘 녹습니다. 두 성분을 결정이 없는 형태로 섞어 새 소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문제는 어떤 분자가 짝으로 잘 맞을지 하나하나 실험으로 확인하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기계학습과 대규모 언어모델을 써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조합을 미리 골라내는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이 방법을 따라 미리세틴을 바탕으로 한 새 소재 세 가지를 실제로 만들어 냈고, 분석해 보니 세 가지 모두 결정이 풀린 형태였습니다.

높아진 항산화, 더 오래가는 토마토

짝을 맞춘 소재는 미리세틴이 물에 젖는 정도와 소화 과정에서 녹아 나오는 양을 크게 늘렸습니다. 항산화 능력도 함께 올라갔고, 세균을 억제하는 힘도 세졌습니다. 특히 대장균에 대해서는 미리세틴 하나만 썼을 때보다 억제하는 힘이 두세 배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텃밭을 가꾸는 분들에게 반가운 대목은 토마토 보관 실험입니다. 이 소재로 처리한 토마토는 그렇지 않은 토마토보다 무르는 속도가 느렸고 더 오래 신선함을 지켰습니다. 아직 실험실 단계의 결과라 당장 밥상에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식물이 품은 성분을 더 잘 쓰는 길을 보여 준 연구입니다.

오늘 식탁에서 챙기는 법

소재까지는 아니어도, 미리세틴이 든 먹거리는 오늘 바로 챙길 수 있습니다. 장바구니에 블루베리 한 팩이나 포도 한 송이를 담아 보세요. 껍질째 먹는 포도라면 껍질까지 함께 드시면 미리세틴을 더 챙길 수 있습니다.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거두셨다면, 상온에 오래 두기보다 잘 익은 것부터 먼저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참고. 국제 학술지 푸드 케미스트리에 실린 식품 유래 생리활성 성분 소재 선별 플랫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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