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선반에 상추 화분을 올려두면 마트 봉지 하나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직접 기른 채소라면 운송도 포장도 없으니, 환경에 부담을 덜 준다는 생각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 연구팀이 이 직관에 조건 하나를 달았습니다. 실내에서 채소를 기르는 일이 탄소 배출량 면에서 유리한지는, 재배 기술보다 그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탄소 발자국 비교,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노지 농업에서 기른 채소는 수확 후 트럭에 실려 유통 과정을 거칩니다. 비닐하우스는 겨울철 난방 연료를 씁니다. 실내 텃밭은 이 과정을 건너뜁니다. 대신 빛을 인공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조명, 환기 팬, 온도 조절 장치 모두 전기를 씁니다.
연구팀이 캐나다 여러 도시의 전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력 구성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수력, 풍력, 태양광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실내 상추의 탄소 발자국이 노지 재배와 비슷하거나 낮았습니다. 반면 석탄·천연가스 발전에 의존하는 지역에서는 실내 재배가 오히려 탄소를 더 많이 냈습니다. 전력 구성이 다른 두 도시에서 같은 방법으로 상추를 기르면, 탄소 발자국이 수 배 이상 차이 날 수 있습니다.
조명이 실내 텃밭 전기를 가장 많이 씁니다
실내 텃밭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장치는 조명입니다. LED 식물 조명은 기존 형광등보다 효율이 높지만, 하루 12~16시간씩 가동하면 한 달 전력 소비가 상당합니다. 소형 식물 조명 하나도 매일 몇 시간씩 켜 두면 한 달에 수 킬로와트시(kWh)를 씁니다.
상추는 강한 직사광선보다 밝은 간접광에서 잘 자랍니다. 남향이나 동향 창가에 화분을 두면 봄부터 가을까지 보조 조명 없이도 충분히 자랍니다. 인공조명이 필요한 겨울철에도 하루 8~10시간이면 됩니다. 상추는 빛이 길어야 자라는 장일 식물이 아니므로, 조명 시간을 늘린다고 수확량이 그에 비례해서 늘지는 않습니다.
실내 텃밭을 더 가볍게 운영하는 방법
한국 가정에서 공급받는 전기의 재생 에너지 비율을 지역별로 선택하기는 어렵습니다. 재생 에너지 전력을 직접 고를 수 없는 환경이라면, 전기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창가 배치를 먼저 최적화해 보세요. 자연광이 잘 드는 창 아래라면 상추, 루꼴라, 바질은 인공조명 없이 잘 자랍니다. 창가 빛이 충분하지 않다면 흰 판지나 은박 시트를 반사판으로 써 보세요. 광량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인공조명을 써야 한다면 타이머를 달아 하루 8시간으로 고정해 두는 것이 편리합니다. 조명이 켜진 시간을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전력 소비를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수경 재배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뿌리에 양분이 직접 닿는 수경 재배는 흙 재배보다 성장이 빠르고, 같은 수확량을 더 짧은 조명 시간으로 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수중 펌프 전력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전체 에너지 소비를 함께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베란다 상추 화분에 조명이 켜져 있다면, 먼저 창 쪽으로 한 칸 더 옮겨 보세요.
참고: 캐나다 맥길 대학교 도시 실내 농업 탄소 발자국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