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텃밭에서 지주대를 감고 자라는 잎채소가 있습니다. 말라바르시금치(Basella alba)입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원산으로, 두껍고 윤기 있는 잎이 특징입니다. 예부터 낙규(落葵)라고도 불렸고, 잎을 삶아 나물이나 국에 넣어 먹어 왔습니다. 더위에 잎채소가 드문 여름철, 텃밭에서 꾸준히 수확할 수 있어 요긴합니다.
최근 이 채소의 잎·열매·줄기를 각각 따로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같은 식물이라도 부위마다 성분 구성이 다르고, 기대할 수 있는 작용도 달라집니다.
부위마다 다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polyphenol)과 플라보노이드(flavonoid)는 식물이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드는 물질입니다. 사람이 섭취하면 세포 산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분석 결과, 두 성분 모두 열매에서 가장 많았고, 잎이 그다음, 줄기에서 가장 낮게 나왔습니다. 폴리페놀만 놓고 보면 열매가 잎보다 약 1.7배 높았습니다. 플라보노이드는 열매와 잎의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줄기는 두 부위보다 확연히 낮았습니다.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를 기준으로 보면 열매와 잎이 줄기보다 풍부한 부위입니다.
항산화 작용은 열매에서 두드러집니다
항산화력을 측정하는 실험에서 열매 추출물이 잎과 줄기보다 낮은 농도에서 같은 효과를 냈습니다. 열매에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성분 분석에서 열매의 주요 물질 중 하나로 3-메틸퀴놀린(3-methylquinoline)이 확인됐습니다. 분자 수준의 결합 실험에서 이 물질이 산화 효소와 높은 친화력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시험관 실험 수준입니다. 사람에게 동일하게 작용한다고 단정 짓기에는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말라바르시금치 열매는 검붉은 색을 띱니다. 텃밭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부위이지만, 성분 측면에서는 잎에 못지않습니다. 익은 열매를 모아 잼으로 만들거나 물에 우려 써 보세요.
혈당 관련 성분은 잎에 집중됩니다
혈당 관련 효소 억제 실험에서는 잎 추출물이 가장 앞섰습니다. 탄수화물 분해 효소인 알파아밀레이스(α-amylase)와 알파글루코시데이스(α-glucosidase)를 억제하는 능력을 측정했을 때, 잎이 열매와 줄기보다 낮은 농도에서 같은 억제 효과를 냈습니다.
두 효소는 소장에서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활성이 줄면 당 흡수 속도가 느려지고, 식후 혈당이 빠르게 오르는 것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성분 분석에서 잎에 들어 있는 나프트이미다졸(naphthimidazole) 계열 물질이 두 효소에 높은 결합력을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시험관 실험 수준입니다. 잎을 먹는다고 바로 혈당이 조절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도 등지에서 오랫동안 이 채소를 당뇨 보조 식품으로 써 온 전통에 근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연구입니다.
부위별로 달리 챙겨 보세요
말라바르시금치는 기온이 높을수록 잘 자랍니다. 덩굴이 뻗으므로 지주를 세워 주면 됩니다. 잎은 삶거나 볶아 먹을 수 있고, 국에 넣으면 점액질 성분 덕분에 살짝 걸쭉한 질감이 납니다.
- 잎: 나물·볶음·된장국에 자주 올려 드세요. 혈당 관련 성분이 가장 풍부합니다.
- 열매: 검붉게 익으면 수확해 잼이나 착즙에 써 보세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집중돼 있습니다.
- 줄기: 성분 함량은 낮지만, 어린 줄기는 부드러워 함께 조리해도 됩니다.
부위를 나눠 먹기 어렵다면, 잎을 여름 내내 꾸준히 밥상에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참고 | 푸드 사이언스 앤 뉴트리션(Food Science & Nutrition), 말라바르시금치 생리활성 성분 및 항산화·혈당 조절 특성 연구,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