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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동의보감》이 단맛으로 가려 쓴 감국 — 가을 텃밭에서 따고 말려 차로 마시기

음력 9월에 꽃을 따 그늘에 말리라던 옛 기록은 현대 성분 분석과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를까요?

북반구에서 10월이 되면 텃밭 가장자리에 둔 감국(Chrysanthemum indicum) 화분에 작은 노란 홑꽃이 가득 핍니다. 가까이 가면 쌉쌀하고 맑은 향이 납니다. 이 꽃을 따서 그늘에 말렸다가 차로 우려 마시는 집이 많습니다. 1613년 조선에서 간행된 의서 《동의보감》도 이 꽃을 약재로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옛 기록과 현대 성분 분석을 견주어 보면 감국을 언제 따고 어떻게 말릴지 정하기가 쉬워집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감국화

《동의보감》은 풀에서 얻는 약재를 모은 초부(草部)에 감국화(甘菊花)를 싣고, 한글 이름을 '강셩황'으로 적었습니다. 성질은 평(平)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 항목은 감국을 가려내는 기준을 자세히 남겼습니다. 국화는 종류가 매우 많다고 하면서, 꽃이 작고 노란 홑꽃이고, 잎은 짙은 녹색으로 작고 얇으며, 제철에 맞춰 피는 것을 약에 쓸 감국으로 보았습니다. 맛도 따졌습니다. 단 것은 약에 넣고 쓴 것은 쓰지 않는다고 했고, 꽃이 작고 기운이 매서운 들국화는 의(薏)라 부르며 따로 갈라 두었습니다.

거두는 달은 부위마다 달랐습니다. 음력 정월에 뿌리, 3월에 잎, 5월에 줄기, 9월에 꽃, 11월에 열매를 거두어 모두 그늘에 말려 쓴다고 했습니다. 음력 9월은 양력으로 10월 무렵이라 지금 텃밭에서 꽃을 따는 달과 맞습니다. 이 내용은 옛 의서의 기록이며 오늘의 의학 판단과는 다릅니다. 원문과 풀이는 호미클럽 동의보감의 감국화 풀이에서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허준, 《동의보감》 초부 '감국화' 항목.

꽃을 분석한 연구가 찾은 성분

감국 꽃을 분석한 연구진은 리나린(linarin)·루테올린(luteolin)·아피제닌(apigenin) 같은 플라보노이드(flavonoid)를 분리해 냈습니다. 리나린은 국화속 꽃에서 특징적으로 잡히는 성분이고, 루테올린과 아피제닌은 노란 꽃 색과 함께 보고되는 폴리페놀(polyphenol)입니다. 여러 식물에 널리 분포하는 페놀산인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도 성분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감국 특유의 향은 꽃에 든 휘발 성분인 정유(essential oil)에서 납니다. 꽃의 정유를 분석한 연구진은 캄퍼(camphor)·보르네올(borneol)·크리산테논(chrysanthenone)을 주요 성분으로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 자료들은 성분 조성을 밝힌 분석이며, 병을 막거나 고친다는 결과는 담겨 있지 않습니다.

옛 기록과 현대 분석이 같은 점과 다른 점

두 자료는 모두 따는 때와 말리는 법에 신경을 씁니다. 《동의보감》은 음력 9월에 딴 꽃을 그늘에 말리라고 했고, 성분 분석에서는 개화 시기와 건조 방법에 따라 플라보노이드 함량 차이가 컸습니다. 옛 기록이 따는 달을 정한 까닭을 성분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같은 꽃이라도 언제 따서 어떻게 말리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은 두 자료가 함께 보여 줍니다.

감국을 다른 들국화와 구분한 점도 비슷합니다. 《동의보감》은 맛이 단 감국과 기운이 매서운 의를 갈랐고, 현대 분석은 산국과 감국의 정유 조성이 서로 다르다는 비교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옛 기록의 의가 오늘날 산국이라 부르는 식물과 같은지는 이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른 점도 뚜렷합니다. 《동의보감》은 맛과 생김새로 약에 쓸 감국을 골랐고, 꽃뿐 아니라 뿌리·잎·줄기·열매까지 약재로 적었습니다. 반면에 현대 분석은 주로 꽃에 든 성분의 이름과 양을 밝힐 뿐, 약으로서의 판단은 내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감국 꽃차를 향과 맛을 즐기는 음식으로 마시는 편이 현대 자료에 맞습니다.

텃밭에서 기르고 거두기

감국은 북반구 기준 4~5월에 심고 10~11월에 꽃을 거둡니다. 볕이 잘 드는 자리에 두고,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세요. 초여름에 순을 한두 번 질러 주면 곁가지가 늘어 가을에 꽃이 더 많이 달립니다. 월별 달력은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감국 항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꽃을 딸 때는 《동의보감》이 남긴 기준대로 골라 보세요. 먼저 꽃잎 한 장을 맛보아 단맛이 도는지 확인한 뒤, 홑꽃이 막 핀 날 한꺼번에 따세요. 쓴맛이 강하다면 다른 들국화가 섞였을 수 있습니다. 국화과 식물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맛보기와 꽃차 모두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딴 꽃은 볕이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립니다. 같은 날 딴 꽃끼리 따로 말려 두면 개화 시기에 따른 차이가 줄어 맛을 고르게 맞추기 쉬울 것입니다.

꽃차와 국화주로 먹기

말린 꽃은 끓인 물을 80℃ 안팎으로 식혀 우려 보세요. 꽃만 우리면 뒷맛이 쌉쌀하므로 곁들이는 재료로 맛을 맞춥니다.

  • 꿀·대추: 꿀을 조금 풀거나 말린 대추 몇 조각을 함께 넣으면 쌉쌀한 뒷맛이 부드러워집니다.
  • 구기자(goji berry)·결명자(콩과 식물 결명의 볶은 씨앗): 섞어 우리면 색과 맛이 진해집니다. 재료마다 우러나는 속도가 달라 감국은 나중에 넣는 편이 향이 삽니다.
  • 국화주: 말린 꽃을 청주(맑게 거른 쌀술)에 담가 서늘한 곳에 둡니다. 한 달쯤 뒤 꽃을 걸러 내세요. 오래 담가 두면 쓴맛이 강해집니다.

오늘 감국 꽃이 피었다면 꽃잎 한 장을 맛보는 일부터 해 보세요. 단맛이 도는 포기를 골라 두면 이번 주말에 딸 꽃이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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