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더덕, 동의보감이 본 건강

향이 진한 더덕 한 뿌리, 옛 의서는 폐를 다스리는 약재로 보았습니다.

텃밭 한 켠의 향기로운 뿌리

호미님, 더덕은 한번 심어 두면 해마다 자리를 지키며 굵어지는 작물입니다. 봄에 돋은 덩굴이 다른 줄기를 타고 오르고, 여름이면 종 모양의 자줏빛 꽃을 매답니다. 캐 보면 흙 사이로 진한 향이 먼저 올라오지요. 손질하려고 껍질을 벗기면 끈적한 흰 즙이 손에 묻는데, 바로 이 흰 유액이 더덕을 다른 뿌리채소와 구별 짓는 표시입니다.

밥상에서는 구이로, 무침으로, 혹은 된장에 박아 두었다가 꺼내 먹는 장아찌로 만납니다.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한번 그 맛에 익숙해지면 봄가을마다 찾게 되는 뿌리입니다. 식재료로만 여기기 쉬운 더덕이지만, 옛 의서를 들춰 보면 이 뿌리는 약재의 자격으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익숙한 작물을 동의보감은 어떻게 기록했을까요.

동의보감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동의보감은 더덕을 양유(羊乳)라는 이름으로 다뤘습니다. 줄기를 자르면 흰 유액이 양의 젖처럼 흘러나온다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호미님이 손질하다 만나는 그 흰 즙이 옛 이름의 근거인 셈입니다.

성질로 보면, 더덕은 맛이 달고 쓰며 성질이 평하고 독이 없는 것으로 다뤄졌습니다. 성질이 평하다는 말은 지나치게 차지도 덥지도 않다는 뜻이라, 옛 의서에서는 비교적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재료로 여겨졌습니다.

쓰임을 보면, 동의보감은 더덕을 도라지와 마찬가지로 폐에 작용하는 약재로 적었습니다. 가래를 삭이고 기침이나 인후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썼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향이 진하고 즙이 끈적한 이 뿌리를 옛 사람들은 목과 폐를 돌보는 재료로 본 것입니다.

한 가지 이름의 혼동도 짚어 둘 만합니다. 옛 의서는 더덕을 사삼(沙蔘)으로 적기도 했습니다. 다만 현대 본초학은 사삼을 잔대(Adenophora)로 보아 더덕(Codonopsis)과 구분합니다. 둘 다 초롱꽃과에 속하지만 속이 다른 식물이라, 옛 기록을 읽을 때는 이름이 겹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아 두면 좋겠습니다. 같은 이름으로 묶이던 뿌리들이 시대에 따라 갈라져 정리된 모습은, 옛 의서를 오늘의 눈으로 다시 읽는 재미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더덕에 들어 있는 성분 가운데 사포닌이 자주 언급됩니다. 끈적한 흰 즙과 특유의 쌉쌀한 맛이 이 성분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는 더덕 사포닌의 항염, 거담, 기억력과 연관된 작용이 보고되었습니다. 흥미를 끄는 대목은 가래를 삭이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썼다는 동의보감의 기록과, 거담·항염 작용이 보고되었다는 현대 연구의 방향이 서로 멀지 않다는 점입니다. 옛 사람들이 경험으로 더덕을 폐와 목에 쓴 흐름과, 오늘의 실험이 살피는 지점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셈입니다.

다만 호미님께 분명히 말씀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현대 연구는 대부분 동물이나 세포 실험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효능이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더덕을 약으로 단정하기보다 향과 영양을 갖춘 식재료로 즐기는 편이 알맞습니다. 동의보감의 기록도, 현대의 보고도 하나의 관점으로 받아들이면 충분합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더덕을 손질할 때는 칼등으로 흙을 긁어내고 껍질을 돌려 가며 벗깁니다. 흰 즙이 손에 묻고 쓴맛이 남으니, 소금물에 잠깐 담갔다 쓰면 다루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방망이로 가볍게 두드려 펴면 결이 부드러워지고 양념도 잘 뱁니다.

가장 흔한 방법은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굽는 더덕구이입니다. 향이 살아 있어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잘 어울립니다. 가늘게 찢어 새콤하게 무친 생채는 입맛을 돋우고,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 둔 장아찌는 오래 두고 꺼내 먹기에 좋습니다.

특별히 가려야 할 점이 많은 작물은 아니지만, 향과 쓴맛이 강한 뿌리이니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욕심내기보다 반찬 한 접시 분량으로 즐기시길 권합니다. 텃밭에서 캐낸 향 진한 더덕 한 뿌리를, 옛 의서가 폐를 돌보던 양유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식탁에 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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