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마, 동의보감이 본 건강

속을 채우고 기력을 더한다 하여 옛 본초서가 상품으로 꼽은 자양의 뿌리, 마 이야기입니다.

텃밭 한켠에서 캐낸 마 한 뿌리

호미님, 가을 무렵 텃밭 흙을 조심스레 헤집다 보면 길쭉하게 뻗은 마 뿌리를 만나실 때가 있습니다. 워낙 깊이 파고드는 작물이라 캐는 손이 제법 수고롭지만, 막상 흙을 털어내고 잘라 보면 끈적한 점액이 손끝에 묻어나지요. 끈끈함이 마를 마답게 하는 성질입니다.

갈아서 우유나 꿀에 타 마시기도 하고, 채 썰어 밥에 얹기도 하며, 쪄서 그대로 먹기도 합니다. 시장에서 손쉽게 사 올 수 있는 작물이라 평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도마에 올리게 되지만, 직접 흙에서 캐 보면 한 뿌리에 깃든 시간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봄에 심어 가을까지 천천히 살을 불리는 작물이니, 마의 더딘 성장은 그 자체로 이 뿌리의 성질을 닮아 있습니다.

흔하고 소박한 작물이지만, 옛 사람들이 이 뿌리를 어떻게 귀하게 여겼는지 들여다보면 식탁 위 마 한 조각이 조금 달리 보이실지도 모릅니다. 빠르게 효험을 내는 약재가 아니라, 곁에 두고 꾸준히 먹으며 몸을 다스리던 음식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옛 본초서는 이렇게 보았습니다

마는 한방에서 서여(薯蕷), 흔히 산약(山藥)이라 불러 온 약재입니다. 신농본초경은 이 마를 두고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다(혹은 치우침 없이 평하다) 하여 상품(上品) 약재로 올렸다고 전합니다. 상품이란 오래 두고 먹어도 몸을 상하지 않고 도리어 보탬이 된다고 본 부류를 가리킵니다.

옛 기록이 마에 붙인 쓰임은 '보익(補益)'으로 모입니다. 속을 보하고 허약한 곳을 채우며, 한열(寒熱)의 사기를 없앤다고 보았습니다. 기력을 더하고 살을 붙인다 하여 몸이 마르고 기운이 달리는 사람에게 쓰던 자양의 대표 약재였습니다. 살을 붙인다는 표현은 단순히 체중을 늘린다는 뜻이라기보다, 부족한 곳을 메워 몸의 바탕을 든든하게 한다는 옛 어법으로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더해, 오래 먹으면 귀와 눈이 밝아진다는 기록이 따라붙습니다.

요약하자면 옛 본초서가 마에서 본 것은 자극이나 빠른 효험이 아니라, 천천히 속을 채워 가는 보탬의 성질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단정 짓기보다, 옛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그렇게 써 왔다고 받아들이는 편이 마에 어울립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현대의 시선으로 마를 보면,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그 끈적한 점액입니다. 이 점액의 주성분인 뮤신은 위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를 돕는 성질과 연관되어 이야기됩니다. 속을 보하고 허약을 채운다던 옛 쓰임과, 위와 소화를 거드는 현대의 거론이 한 자리에서 겹쳐 보이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밖에도 마에 든 디오스게닌 계열 사포닌이나 혈당과 관련한 연구가 더러 소개되곤 합니다. 다만 이런 연구의 상당수는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충분히 검증되기 전,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함께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마를 어떤 증상을 다스리는 약처럼 여기기보다는, 자양하고 소화를 거드는 전통의 쓰임을 중심에 두고 일상의 음식으로 즐기시는 편이 적절합니다.

옛 관점과 오늘의 관점이 완전히 포개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를 '속을 천천히 채워 주는 부드러운 음식'으로 본다는 결은 양쪽이 닮아 있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마를 가장 손쉽게 즐기는 방법은 생으로 갈아 마시는 것입니다. 껍질을 벗긴 마를 강판이나 믹서에 갈아 우유, 두유, 꿀물 등에 타면 아침 한 끼를 대신할 만합니다. 채 썰어 간장에 살짝 무치거나, 밥 위에 올려 비벼 먹어도 끈끈한 식감이 살아 있습니다. 익혀 먹고 싶다면 쪄서 으깨거나 국에 넣어도 부드럽게 어우러집니다.

손질하실 때 한 가지 일러둘 점이 있습니다. 마의 점액이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을 느끼는 분이 더러 계시니, 껍질을 벗기실 때 장갑을 끼시거나 식초 물에 손을 헹구시면 한결 편하실 겁니다. 또 생마는 차가운 성질로 느끼시는 분도 있으니, 속이 약하시다면 익혀서 조금씩 드시며 몸에 맞는지 살피시기를 권합니다.

흔한 텃밭 작물이지만, 옛 사람들이 상품 약재로 아껴 온 내력을 떠올리며 한 숟갈 드시면, 마 한 뿌리의 무게가 사뭇 다르게 느껴지실 듯합니다. 호미님의 가을 식탁에 마가 부드럽게 한자리를 차지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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