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모종을 심고 나면 흙의 상태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비료를 주어도 흙 자체의 보수력이 낮으면 뿌리가 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합니다. 농업 현장에서는 시금치, 적치커리, 꽃상추(엔다이브) 같은 채소를 수확하고 남은 잎과 줄기 부산물이 매일 대량으로 나옵니다. 이 두 문제를 함께 다루는 연구가 2026년 국제 환경 학술지에 발표됐습니다.
수열탄화: 채소 부산물을 흙 개량제로 바꾸는 기술
수열탄화(hydrothermal carbonization)는 고온·고압의 물 안에서 식물 부산물을 탄소가 풍부한 고체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소각과 달리 연소 과정이 없고, 일반 퇴비화보다 짧은 시간에 안정적인 물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시금치·적치커리·꽃상추 부산물을 두 가지 조건으로 처리했습니다. 온도 180°C·압력 10기압 조건(HC180)과 온도 215°C·압력 20기압 조건(HC215)입니다. 처리 강도가 높을수록 탄소 밀도는 올라가지만, 식물이 바로 흡수할 수 있는 질소와 영양분은 줄어들었습니다.
화분 실험: HC180이 상추 성장을 이끌다
두 수열탄화물을 토양에 섞어 베이비 리프 상추를 온실 화분에서 키운 결과, HC180 처리구에서 지상부와 뿌리 모두 뚜렷하게 자랐습니다. 성장 수준은 화학 비료를 준 대조군과 비슷했습니다. 반면 HC215 처리구에서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은 HC180이 토양 미생물 활동을 북돋아 영양 흡수를 도왔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수분 보유 면에서도 HC180은 재료 1g당 최대 2.82g의 물을 머금는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건조한 날씨에도 흙이 오래 촉촉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상추 안에서 일어난 변화: 당과 아미노산
HC180을 넣은 흙에서 자란 상추는 잎 안의 당류와 아미노산 농도가 올라간 것이 핵자기공명(NMR) 분석으로 확인됐습니다. 당과 아미노산은 식물이 에너지를 만들고 환경 스트레스에 대응할 때 쓰는 물질입니다. 연구팀은 HC180이 생육 촉진 소재(바이오스티뮬런트)로 작용했다고 설명하며, 영양분 공급과 토양 미생물 간 상호작용이 함께 관여한 것으로 봅니다. 다만 이번 실험은 온실 화분 조건이므로, 노지 텃밭에서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텃밭에서 기억해 둘 것
가정 텃밭에서 수열탄화 장비를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채소 부산물을 흙으로 돌려주는 원리 자체는 퇴비와 다르지 않습니다. 상추·시금치·치커리를 수확하고 남은 외잎이나 뿌리 부분을 잘게 썰어 화분 흙에 섞어 주세요. 미생물이 분해하면서 흙의 보수력과 영양 공급 능력이 서서히 좋아집니다. 오늘 수확하고 남은 상추 잎 한 줌, 화분 표면에 올려 보세요.
참고 Environmental Research,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