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지나 햇볕이 따뜻해지면 텃밭 화분 한 칸에 목화 씨앗을 심는 분들이 있습니다. 솜털이 터지는 10월을 목표로 기르는 이 식물은, 여름이 깊어질수록 잎에 이상한 얼룩이 생기는 일이 잦습니다. 처음에는 물에 젖은 것처럼 보이다가 며칠 지나면 갈색 반점으로 굳어집니다. 세균성 역병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목화 잎을 얼룩지게 하는 세균성 역병
세균성 역병은 잔토모나스 시트리(Xanthomonas citri pv. malvacearum)라는 세균이 일으킵니다. 잎에서 시작한 감염은 줄기를 타고 다래(목화 열매)로 번지고, 심한 경우 수확량이 크게 줄어듭니다. 세균이 특히 빠르게 퍼지는 때는 장마철입니다. 빗물 한 방울이 감염된 잎 표면을 건드리고 주변 잎으로 튀면서 병이 번집니다.
더 까다로운 점은 씨앗입니다. 세균은 씨앗 표면에 붙어 겨울을 나고, 이듬해 파종할 때 다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주변에 남은 식물 잔재나 토양에서도 살아남습니다. 방제제로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근절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품종 자체가 저항성을 갖추는 것이 오래도록 효과를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화분 속 씨앗으로 저항성을 확인합니다
미국의 연구자 스푸르티 간다드마트는 8.9센티미터 화분에 다양한 목화 품종의 씨앗을 하나씩 심었습니다. 성장 챔버(growth chamber) 안에서 7일이 지나자 각 씨앗에서 첫 잎이 올라왔습니다. 품종마다 유전적 배경이 달랐고, 이 어린 싹들이 저항성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싹이 어느 정도 자란 뒤 세균을 접종하면 품종마다 반응이 달라집니다. 감염 부위가 거의 퍼지지 않는 품종이 있는가 하면, 빠르게 번지는 품종도 있습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유전자가 목화 유전체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저항성 지도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지도가 갖춰지면 저항성이 강한 품종을 선별하거나 교배할 때 더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재배자가 선택할 수 있는 품종도 늘어납니다.
텃밭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
저항성 연구 결과가 씨앗 봉투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지금 텃밭에서는 재배 방법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을 줄 때 잎 표면에 직접 닿지 않도록 밑동 쪽으로 주세요. 젖은 잎은 세균이 파고들기 좋은 조건이 됩니다. 장마철에는 갈색 반점이 생긴 잎을 빠르게 확인하고, 감염이 의심되면 바로 잘라 화분 밖으로 치워 보세요. 화분 간격도 신경 쓰면 좋습니다. 잎이 서로 맞닿을 만큼 빽빽하게 두면 통풍이 나빠지고 습도가 올라가 세균이 번지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씨앗을 새로 구입할 때는 국내 종묘사나 농업기술센터에 저항성 계통 품종을 문의해 보세요. 아직 저항성 표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해당 지역에서 재배 이력이 긴 품종을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올여름 장마를 넘기고 목화 솜털이 터지는 가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오늘 화분 주변 잎 상태부터 한 번 살펴보세요.
참고: 미국 식물병리학회(American Phytopathological Society) 목화 저항성 관련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