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텃밭에서 상추와 시금치가 자리를 비우는 시기가 있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뙤약볕이 이어지면 잎채소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비름(아마란스, Amaranthus spp.)은 그 빈 시기를 채울 수 있는 잎채소입니다. 미국 럿거스대학교(Rutgers University) 연구팀이 HortScience에 발표한 두 편의 논문이 비름의 재배 특성과 영양 성분을 함께 분석해 잎채소로서의 가능성을 정리했습니다.
비름은 본래 어떤 채소입니까
비름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 각지에서 잎채소와 낟알 작물로 함께 길러온 식물입니다. 국내에서는 비름나물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텃밭에서 계획적으로 재배하는 경우는 아직 드문 편입니다. 이번 럿거스대 연구는 아마란스 여러 품종의 잎 모양, 색깔, 줄기 굵기, 잎자루 길이를 상세히 기록하고, 각 품종의 재배 성능과 연결해 분석했습니다. 품종마다 생김새와 자라는 속도가 달라 수확 시기와 식탁 용도를 달리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연구가 정리했습니다.
비름의 두드러진 재배 특성은 빠른 성장과 환경 적응력입니다. 씨를 뿌린 뒤 짧은 시간 안에 잎이 펼쳐지고, 더위와 가뭄에도 생장이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상추 수확이 끝나는 6월부터 9월 사이 빈 두둑을 채울 잎채소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잎에 담긴 영양소
럿거스대 연구에서 비름 잎은 철분, 칼슘, 단백질 함량이 일반 잎채소보다 높게 측정됐습니다. 철분은 빈혈 예방과 관련이 있는 무기질이고, 칼슘은 뼈 건강에 기여합니다. 단백질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채식 중심 식단에서 비름을 보조 단백질 공급원으로 고려할 근거가 됩니다.
잎의 색이 짙을수록 베타카로틴과 루테인 같은 색소 성분이 더 많이 들어 있는 편입니다. 두 성분은 눈 건강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만 어느 한 채소만으로 특정 효능을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비름 역시 다양한 제철 채소와 함께 식단에 섞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텃밭에서 키우는 법
비름은 씨를 두둑에 직접 뿌려 키울 수 있습니다. 5월 중순부터 8월 사이에 파종이 가능하며, 흙 온도가 20℃를 넘으면 발아가 빠릅니다. 씨가 매우 작으므로 흙을 0.5cm 이내로 얕게 덮어 주세요. 싹이 올라오면 솎음질을 해 포기 사이를 15~20cm 정도 벌려야 잎이 충분히 자랍니다.
물은 흙 표면이 마르면 주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배수가 잘되는 흙을 좋아하고, 습기가 오래 머물면 뿌리가 상할 수 있습니다. 잎색이 노랗게 변하면 질소 비료를 조금 주면 됩니다. 잎이 10~15cm 자랐을 때 바깥 잎부터 따내거나 줄기째 잘라 수확합니다. 자른 곳에서 새 잎이 다시 자라므로 한 포기에서 여러 차례 거둘 수 있습니다.
식탁에서 쓰는 법
어린 잎은 생으로 샐러드에 섞거나 쌈 채소로 씁니다. 줄기가 굵어진 뒤에는 데쳐서 나물로 무치면 식감이 좋습니다. 시금치나 근대 대신 된장국에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잎이 자주색을 띠는 품종은 색이 선명해 샐러드에 쓰기 좋습니다.
올여름 텃밭에 빈자리가 생겼다면 비름 씨 한 봉을 심어 보세요. 더위에 강하고, 수확까지 빠르며, 밥상에서 다양하게 쓸 수 있습니다.
참고: Rutgers University, HortScience 게재 아마란스 형태·영양 평가 연구 2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