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따온 날, 씻기 전에 잠깐 멈추게 됩니다. 이 작은 열매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내가 무엇을 뿌렸는지 알고 있으니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도 됩니다. 직접 기른 채소가 주는 안심이 거기에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지금 그 '뿌리는 것'을 관리하는 제도가 바뀌려 하고 있습니다.
유럽 집행위원회가 꺼낸 법안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올해 '식품·사료 안전 간소화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농약 승인 절차를 포함한 식품 안전 규정을 단순화하고 행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번 패키지에는 농약 재승인 주기를 연장하고 일부 안전성 심사 항목을 조정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배경에는 오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유럽 내 여러 나라에서 같은 농약을 승인받으려면 수년이 걸리고,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 혼선이 생긴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집행위는 이를 정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연구자들이 짚는 문제
이 법안을 두고 유럽의 독립 연구자 다수가 공동 서한을 내며 우려를 밝혔습니다. 절차 간소화가 농약 위해성을 평가하는 과학적 기준도 함께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현행 유럽 규정은 농약 성분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방향에서 검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러 성분이 동시에 체내에 쌓일 때의 복합 노출 효과, 어린이나 임산부처럼 민감한 집단에 대한 별도 평가가 그 안에 포함됩니다. 연구자들은 행정 효율화를 이유로 이 단계들이 생략되면 안 된다고 밝힙니다.
농약 잔류 허용 기준(MRL, Maximum Residue Level)도 논점입니다. 간소화 과정에서 특정 성분의 잔류 허용치가 높아지거나, 유해성 판정을 받아 금지된 성분이 다시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채소와 과일에 남는 농약은 소비자가 매일 조금씩 반복 섭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준이 조금 완화되더라도 장기 노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합니다.
우리 식탁과의 거리
유럽의 제도 변화가 한국 텃밭과 무관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입 식재료는 수출국의 기준을 많은 부분 따릅니다. 유럽 기준이 완화되면 유럽산 채소, 올리브유, 밀, 가공식품의 잔류 허용치가 달라질 수 있고, 국제 기준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 마트에서 파는 유럽산 딸기, 파프리카, 채소류도 이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연구자들이 이 논쟁에서 강하게 지적하는 것은 농약의 위험 자체보다, 위험을 평가하는 과정이 기업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독립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직접 검토하는 구조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텃밭에서 할 수 있는 선택
텃밭 채소는 내가 쓴 것을 내가 압니다. 진딧물이 생기면 물로 씻어내거나 마늘·고추를 물에 희석해 가볍게 뿌려 보세요. 시판 채소를 쓸 때는 껍질째 먹는 작물일수록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는 것이 잔류 농약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딸기, 상추, 깻잎, 파프리카는 직접 길러 보세요. 잔류 농약 걱정이 사라집니다.
어떤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내가 심고 물을 주고 거둔 채소에 대한 신뢰는 다른 데서 살 수 없습니다.
참고: 유럽 집행위원회 식품·사료 안전 간소화 패키지, 유럽 독립 연구자 공동 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