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도감

나무를 더 심었더니 새가 줄었습니다

방풍림과 열린 공간, 텃밭 생태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들

텃밭 가장자리에 나무를 몇 그루 심으면 바람이 줄고 그늘이 생깁니다. 한여름 강한 햇볕을 막아 주고, 가지마다 새소리가 가까워집니다. 나무가 생태계에 이롭다는 생각은 널리 퍼져 있고, 많은 경우 그 판단은 옳습니다. 그런데 일본 논습지 농경 지대를 조사한 결과는 이 생각에 조건 하나를 달아 두었습니다. 나무가 늘어날수록 모든 새가 함께 느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방풍림은 일부 새에게 이롭습니다

논이나 습지 주변에 줄지어 심는 나무를 방풍림이라고 합니다. 바람을 막고, 수분 증발을 줄이고,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해 농경지 경계에 심습니다. 도시 녹화나 생태 복원 사업에서도 나무 심기는 환경 개선의 첫 번째 수단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더해, 야생동물에게 서식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나뭇가지 위에 앉거나 나무 근처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에게는 방풍림이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이 새들이 방풍림 주변에서 더 자주 관찰되는 것은 사실이고, 방풍림이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을 높인다는 기대는 이런 관찰에서 나왔습니다.

풀밭 새는 7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논습지 농경 지대를 조사한 결과는 다른 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방풍림이 늘어날수록 풀밭이나 습지를 주된 활동 공간으로 삼는 새들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방풍림 가까이에 있는 지점에서 이 새들의 개체 수가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풀밭이나 논밭에서 주로 활동하는 새들은 탁 트인 공간에 의존합니다. 먹이를 찾을 때도, 짝을 부를 때도, 포식자를 일찍 발견하기 위해서도 사방이 열린 환경이 필요합니다. 방풍림이 들어서면 이 공간이 좁아지고, 새들이 활동할 여지도 함께 줄어듭니다. 나무를 찾는 새들의 수가 늘어나는 동안, 들판과 습지를 필요로 하는 새들은 그 자리를 잃습니다.

열린 공간도 제 역할이 있습니다

이 연구 결과가 방풍림을 심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생물이 그 땅에 이미 살고 있는지를 먼저 살피라는 것입니다. 나무는 일부 조류에게 이롭지만, 열린 공간을 필요로 하는 생물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조건이 됩니다. 한쪽을 이롭게 하면서 다른 한쪽을 줄이는 변화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도시에서 열린 공간은 이미 줄어들고 있습니다. 건물과 포장 도로 사이에서 남은 풀밭이나 공터는 드물고, 풀밭 새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텃밭 주변에 나무나 큰 관목을 심을 때는 이 점을 함께 생각해 보세요. 지금 그 자리에 어떤 새나 곤충이 찾아오는지, 나무가 들어서면 그 생물들이 갈 곳이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텃밭에서 해 볼 수 있는 것들

  • 나무를 심기 전에 지금 텃밭에 찾아오는 새와 곤충의 종류를 기록해 두세요.
  • 방풍 목적이라면 한 줄로 빼곡히 심기보다 간격을 두어 열린 공간을 남겨 두세요.
  • 텃밭 한편에 키 낮은 풀 지대를 유지하면 풀밭 새가 찾아올 여지가 생깁니다.

오늘 텃밭을 돌볼 때 찾아오는 새를 한 번 눈여겨보세요. 어떤 새가, 어느 자리에 내려앉는지를 살피는 것이 시작입니다.

참고: 일본 논습지 농경 지대 방풍림과 조류 다양성 연구 — Biological Conservation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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