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모종을 심던 아이가 여름이 지나 방울토마토를 따 입에 넣습니다. 손톱 밑에는 흙이 끼어 있고, 물뿌리개는 제 키만 합니다. 계룡시가 한 철 동안 유아를 대상으로 운영한 텃밭생태 체험 프로그램이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씨앗을 넣고, 물을 주고, 잎이 벌레 먹은 걸 들여다보다가, 마지막에 제 손으로 거두는 과정을 아이들이 한 번씩 거쳐 갔습니다. 거창한 농사가 아니라 화분 몇 개와 작은 밭이면 충분한 일이고, 우리 집 베란다에서도 그대로 해 볼 수 있습니다.
왜 아이에게 흙을 만지게 할까요
아이가 흙을 만지고 작물을 기르는 일은 정서와 식습관 양쪽에 도움이 됩니다. 텃밭 활동에 참여한 아이들이 채소를 덜 거부하고 더 잘 먹게 됐다는 조사 결과가 여러 나라에서 나와 있습니다. 제가 심은 상추니까 한 입 먹어 보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죠. 흙 속 미생물과 닿는 일이 면역과 정서 안정에 보탬이 된다는 연구도 쌓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단정해서 말하기보다 가능성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분명한 것은 기다림입니다. 씨앗은 심은 다음 날 싹이 트지 않습니다. 며칠을 기다려야 떡잎이 올라오고, 그 기다림을 아이가 몸으로 겪습니다.
아이와 함께 심기 좋은 작물
처음에는 빨리 자라고 실패가 적은 작물을 고르세요. 상추와 잎채소는 씨를 뿌리고 한 달 안에 잎을 따 먹을 수 있어 아이가 결과를 금방 봅니다. 방울토마토는 키우는 재미와 따 먹는 재미가 함께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강낭콩은 씨앗이 크고 싹이 힘차게 올라와 관찰하기 좋고, 무는 흙 속에서 자라는 뿌리를 뽑아 볼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 상추·잎채소 — 빠르게 자라고 자주 따 먹어 성취감이 큽니다.
- 방울토마토 — 꽃과 열매를 한눈에 보고, 익는 색 변화를 관찰합니다.
- 강낭콩 — 큰 씨앗과 힘찬 떡잎으로 싹트는 과정을 보기 좋습니다.
화분은 깊이 20센티미터 정도면 잎채소를 충분히 기를 수 있고, 토마토는 그보다 깊고 큰 통을 쓰면 됩니다.
함께 돌보고 함께 거두기
물 주는 일은 아이 몫으로 맡겨 보세요. 매일 아침 흙을 손가락으로 눌러 보고 말라 있으면 물을 주는 규칙을 정하면, 아이가 식물의 상태를 살피는 습관이 생깁니다. 잎을 갉아 먹은 자국이나 진딧물도 함께 들여다보고, 손으로 떼어 내거나 물로 씻어 내는 정도로 다스립니다. 거둘 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상추는 바깥쪽 큰 잎부터 한 장씩 따고, 토마토는 빨갛게 익은 것만 골라 땁니다. 그날 거둔 채소를 저녁 밥상에 올려 함께 먹으면, 기르고 거두고 먹는 한 바퀴가 아이 안에서 이어집니다.
계룡시 프로그램이 한 철로 끝났더라도, 그 경험은 집에서 이어 갈 수 있습니다. 오늘 상추씨 한 봉지를 사서 아이와 화분에 뿌려 보세요. 한 달 뒤 첫 잎을 따는 날, 가장 신이 나는 사람은 아이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