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를 처음 심은 해에는 보랏빛 꽃대가 촘촘히 올라오다가, 이듬해부터는 향이 옅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대부분의 밭작물은 같은 자리에 해마다 심으면 수확이 줄어드니까요. 그런데 중국 신장(新疆) 이리강(伊犁河) 유역에서 6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가 라벤더에 관해서는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같은 자리에 6년을 심었더니
이리강 유역은 중국에서 라벤더를 가장 많이 기르는 지역입니다. 연구팀은 이곳의 대표 재배지 세 곳을 골라, 같은 밭에서 1년, 3년, 6년째 라벤더를 재배해 온 구역을 나란히 살펴보았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6년 연속 재배한 밭의 정유(精油, essential oil) 수확량이 1년 차 밭보다 약 38퍼센트 많았습니다. 해마다 같은 자리에 심었더니 향유 수확이 줄기는커녕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향의 성분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수확량이 늘어도 향이 묽어지면 의미가 없습니다. 연구팀은 라벤더 정유의 대표 성분인 리날룰(linalool)과 아세트산리날릴(linalyl acetate)의 비율을 꼼꼼하게 측정했습니다. 이 두 성분은 라벤더 특유의 달콤하고 차분한 향기를 결정짓는 물질입니다. 6년 연작 밭과 1년 차 밭에서 이 수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수확량이 늘었어도 향기 성분의 비율은 그대로였습니다.
토양 미생물이 달라지면서
수확량이 늘어난 이유를 연구팀은 토양-미생물-식물의 상호작용에서 찾았습니다. 라벤더가 같은 땅에 오래 뿌리를 내리면, 토양 속 미생물이 탄소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질소는 상대적으로 넉넉하게 남습니다. 이 두 조건이 겹치면서 식물이 향 성분을 더 많이 만들어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습니다. 같은 작물을 오래 심으면 토양이 나빠진다는 일반론을 라벤더가 부분적으로 벗어난 셈입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6년이 지난 밭에서는 토양 미생물의 종류와 상호 연결 관계가 단순해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지금 당장 수확은 좋더라도, 토양 생태가 단조로워지면 이후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3~5년 연속 재배 뒤 다른 작물로 교대하는 윤작을 권합니다.
텃밭에서 라벤더를 오래 키우려면
라벤더는 햇빛이 잘 들고 물 빠짐이 좋은 자리를 좋아합니다. 한 번 심으면 3~5년은 같은 자리에서 잘 자라며, 이 기간 안에서는 해마다 향이 무르익습니다. 5년이 넘어가면 같은 자리에서 계속 키우기보다 다른 허브나 채소로 교대해 보세요. 장마철 배수에 신경 써 주시고, 밭두렁을 약간 높이거나 굵은 모래를 섞어 두면 뿌리가 오래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라벤더는 중성에 가까운 토양을 선호하므로, 산성 밭이라면 석회를 조금 넣어 주세요.
수확 시기는 꽃대의 절반 정도가 피었을 때입니다. 아침 이슬이 걷힌 직후 줄기를 잘라 그늘에 거꾸로 매달아 두면 향이 오래 남습니다.
올여름 라벤더 꽃대를 거두고 나서, 내년에도 같은 자리에 심을 계획을 세워보세요. 같은 땅에 해마다 라벤더를 심는 일이 향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 이 연구가 확인해 주었습니다.
참고 · Frontiers in Plant Science 2026, 라벤더 연작이 정유 수율·품질에 미치는 영향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