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한두 해 기른 분이라면 익숙한 장면일 겁니다. 씨앗은 잘 올라오는데 줄기가 가늘고, 잎이 금세 노래지며 향도 묽어집니다. 물도 주고 웃거름도 챙겼는데 왜일까 하다가 결국 품종 탓을 하게 됩니다. 원인 중 하나는 규소(silicon) 부족입니다.
고수와 규소, 왜 연결되는가
흙에 규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식물이 실제로 흡수할 수 있는 형태의 규소는 생각보다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도 코임바토르의 한 농업 연구소가 규소 결핍 토양에서 고수(코리앤더, Coriandrum sativum)를 재배해 관찰한 결과, 규소를 보충한 식물은 그렇지 않은 식물보다 키가 최대 60%가량 자랐습니다. 잎에 쌓인 규소 함량은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84~88% 높았습니다.
규소는 세포벽을 단단하게 하고, 카탈라아제·퍼옥시다아제·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아제 같은 항산화 효소 활성을 높입니다. 이 효소들이 활발히 작동하면 외부 자극으로 인한 산화 손상이 줄어들고, 잎이 더 오래 싱싱하게 유지됩니다. 고수에서도 같은 양상이 관찰됐습니다.
왕겨재를 흙에 섞으면
규소를 공급하는 방법으로는 규산칼슘(CaSiO₃) 같은 화학 자재도 있지만, 왕겨재(rice husk ash)는 구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왕겨를 태운 재에는 식물이 흡수하기 좋은 형태의 규소가 들어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왕겨재를 충분히 투입했을 때 고수 잎 수확량이 대조군보다 53.8% 늘었습니다. 규산칼슘을 같은 양으로 쓴 경우(52.1%)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규산칼슘을 구하기 어려운 텃밭 환경에서 왕겨재가 충분히 대안이 됩니다.
실험의 투입량을 텃밭 규모로 환산하면 1㎡당 왕겨재 약 27~30g입니다. 파종 2~3주 전 흙과 고르게 섞어 두세요.
토양 세균과 함께 쓰면 달라지는 것
이 실험에서 가장 큰 변화는 왕겨재 단독이 아니라 토양 세균 바실루스 알티투디니스(Bacillus altitudinis) SSB4와 함께 처리했을 때 나타났습니다. 잎의 총 가용성 단백질이 대조군 대비 194.8% 높아졌습니다. 총 페놀과 아스코르브산(비타민 C) 수치도 함께 올랐습니다.
총 가용성 단백질 수치는 식물 대사가 얼마나 활발히 이루어지는지 보여 줍니다. 텃밭 채소를 잘 먹겠다는 목적으로 기른다면, 규소와 유익균이 잎의 영양 밀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이 결과는 특정 균주를 쓴 포장 실험에서 관찰된 것이므로, 텃밭에서 비슷한 수치를 기대하기보다 방향성 참고로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바실루스 계열 균주는 농업용 미생물제제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왕겨재와 함께 파종 직전 흙에 섞어 주는 것이 간단한 적용 방법입니다.
왕겨는 정미소나 농가에서 구할 수 있고, 직접 태워 재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규산칼슘 자재를 소량 구입해도 됩니다. 올봄 고수를 다시 심는다면 흙 준비 단계에서 한 번 챙겨 보세요.
참고: BMC Plant Biology, 2026 · Morpho-physiological and biochemical response of coriander to silicon with bacterial inoculants in silicon-deficient so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