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도감

수출 강국 네덜란드, 식탁으로 보면 달라집니다

수출액이 큰 나라가 곧 세계를 먹여 살리는 것은 아닙니다. 한 뼘 화분이 그 차이를 보여 줍니다.

마트 채소 칸에서 파프리카나 방울토마토를 집어 들면 '네덜란드산' 표시를 자주 만납니다. 장을 보다 보면 토마토뿐 아니라 파프리카, 양파까지 멀리서 건너온 채소가 눈에 들어오죠. 국토가 좁고 인구도 많지 않은 나라가 어떻게 한국 식탁까지 채소를 올릴까요.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미국 다음가는 농식품 수출국으로 꼽혀 왔습니다. 그런데 이 명성을 다시 따져 본 연구가 나왔습니다.

수출 금액이 만든 명성

네덜란드 농업의 이름값은 대부분 수출 금액에서 나옵니다. 유리온실에서 기른 토마토와 파프리카, 화훼를 유럽 곳곳에 팔아 해마다 큰돈을 벌어들입니다. 유리온실 농사와 종자 기술은 다른 나라들이 배우러 찾아올 만큼 앞서 있습니다. 액수만 놓고 보면 작은 나라가 세계 식량을 책임지는 농업 강국으로 보입니다. '네덜란드가 세계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까닭입니다.

돈이 아니라 칼로리로 보면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 연구진은 수출 금액 대신 다른 기준으로 농업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따져 본 것은 이런 항목입니다.

  • 농산물을 길러 내는 데 쓰인 농지
  • 가축에게 먹인 사료
  • 식탁에 오르는 칼로리
  • 몸을 이루는 단백질

네덜란드가 내보내는 농산물만 세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들여와 쓰는 식량과 사료, 농지까지 함께 계산한 것입니다. 결과는 명성과 사뭇 달랐습니다. 네덜란드가 순수하게 세계 식량 공급에 보탠 몫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가축을 먹일 사료와 가공 원료를 상당 부분 외국에서 사 오기 때문입니다. 남의 나라 농지에서 자란 곡물을 먹여 길러 낸 고기와 유제품, 다시 손질해 되판 농산물이 수출 통계를 키운 것이죠. 들여온 몫을 빼고 나면 실제로 세계에 더한 식량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텃밭이 일러 주는 것

이 이야기가 베란다 텃밭을 가꾸는 우리에게도 주는 뜻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수출 금액과 실제로 식탁에 오르는 먹을거리는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직접 기른 상추 한 포기, 방울토마토 한 줌은 수입 사료도 외국 농지도 거치지 않습니다. 햇빛과 화분 흙, 물만으로 식탁에 오릅니다. 작게 거둔 칼로리지만 온전히 내 몫입니다.

큰 농업이 늘 풍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작은 텃밭이라고 늘 모자라지도 않습니다. 베란다 한 칸에서 길러 낸 채소는 어느 수출 통계에도 잡히지 않지만, 그날의 한 끼가 됩니다. 무엇을 얼마나 들여와 무엇을 얼마나 남겼는지 짚어 보면, 한 뼘 화분에서 거둔 채소의 값어치가 새삼 또렷해집니다.

오늘은 마트 채소 표시를 한번 눈여겨보고, 빈 화분 하나에 상추 씨앗을 뿌려 보세요. 내가 기른 한 끼는 통계에 가려지지 않는 내 먹을거리입니다.

참고. 학술지 네이처 푸드에 실린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 연구진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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