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에서 9월에 접어들면 마당 가장자리 능금나무에 붉은 열매가 달립니다. 지름은 3~5 cm로 사과보다 훨씬 작습니다. 하나를 따서 베어 물면 단맛보다 신맛과 떫은맛이 더 강합니다. 그래서 능금은 생으로 몇 알 집어 먹을 때보다 설탕·고기·향신료와 함께 조리할 때 쓸 곳이 많습니다.
사과보다 먼저 먹던 작은 열매
능금(학명 Malus asiatica)은 서양 사과가 들어오기 전에 한국에서 흔히 먹던 사과속 열매입니다. 주산지는 중국이고, 한국과 일본은 옛 산지로 꼽힙니다. 한국에서는 상업 재배가 거의 끊겨 시장에서 보기 어렵고, 대구·경산 일대에 옛 나무가 드물게 남아 있습니다.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는 능금과 같은 사과속이지만 서로 다른 종입니다. 지금 시장에 나오는 사과도 서양에서 들어온 또 다른 종입니다. 묘목을 고를 때는 이름표에 적힌 종 이름부터 확인해 보세요.
능금은 온대 낙엽 나무로, 생육 적온은 15~22℃이고 영하 30℃ 안팎의 추위도 견딥니다. 겨울에 일정 기간 추위를 겪어야 이듬해 봄에 꽃눈이 고르게 틉니다. 그러나 여름이 너무 덥고 밤 기온이 내려가지 않으면 껍질에 색이 들지 않고 신맛만 남습니다. 북반구 기준 3월이나 11월에 묘목을 심고, 8~9월에 거둡니다.
신맛·떫은맛을 내는 성분과 몸
신맛은 사과산(malic acid)에서, 떫은맛은 폴리페놀(polyphenol)에서 옵니다. 열매에는 물에 녹아 점성을 내는 섬유인 펙틴(pectin)과 과일에 흔한 무기질인 칼륨(potassium)도 들어 있습니다. 능금을 졸이면 즙이 걸쭉해지는 것도 펙틴의 이 성질 때문일 것입니다.
사과속 열매의 폴리페놀은 시험관 실험과 동물 실험에서 항산화 활성을 보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다만 능금만 따로 사람에게 시험한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몸에 이롭다고 기대하며 많이 먹을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동의보감》 果部(과일 편)에도 林檎(능금)이 실려 있습니다. 나무는 柰(내)나무를 닮았고 열매는 둥글다고 적었으며, 많이 먹지 말라는 주의도 함께 달았습니다. 절반쯤 익은 열매를 약으로 썼고, 완전히 무르익으면 맛이 없어진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므로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그래도 한 번에 조금씩 먹고 너무 무르기 전에 거두는 습관은 지금도 참고할 만합니다.
설탕에 재워 청으로 담그기
생으로 먹기 어려운 열매는 청(cheong, 과일을 설탕에 재워 우린 시럽)으로 담가 두면 음료와 요리에 두루 쓸 수 있습니다.
- 씨를 빼고 얇게 썹니다.
- 능금과 같은 무게의 설탕을 준비합니다. 능금이 500 g이면 설탕도 500 g입니다.
- 병에 능금과 설탕을 켜켜이 담아 재웁니다.
- 두 주 뒤부터 물에 타 마시거나 드레싱에 섞어 보세요.
돼지고기·오리고기와 함께 굽기
사과속 열매의 산미는 기름진 고기와 잘 맞습니다. 능금을 얇게 썰어 돼지고기나 오리고기와 함께 구우면 입에 남는 느끼함이 줄어듭니다. 곱게 갈아 소스에 섞으면 고기도 부드러워집니다.
고기를 굽는 날에는 능금 한두 알을 강판에 갈아 소스에 넣어 보세요. 신맛이 세다면 앞서 담근 청을 한 숟가락 더해도 됩니다.
계피·정향과 함께 졸이기
졸이거나 구울 때 계피와 정향을 함께 넣으면 떫은맛이 덜 느껴집니다. 설탕을 조금 덜 넣어도 단맛이 도는 듯합니다. 양은 통계피 한 조각과 정향 두세 개면 충분합니다.
냄비에 얇게 썬 능금, 설탕 조금, 통계피와 정향을 넣고 약한 불에서 졸여 보세요. 걸쭉하게 졸아든 능금은 구운 돼지고기에 곁들이면 잘 어울립니다.
오늘 거둔 능금이 있다면, 우선 500 g만 씨를 빼고 썰어 같은 무게의 설탕과 병에 재워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果部 林檎 원문,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