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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팥의 짝 — 쌀·수수·소금과 함께 먹는 법

꼬투리가 갈색으로 여무는 9월, 팥밥·수수팥떡·단팥에 맞는 곁들임과 익히는 순서

9월 말, 6월에 감자를 캐낸 자리에 넣은 팥 포기에서 꼬투리 몇 개가 갈색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푸릅니다. 팥 꼬투리는 한꺼번에 익지 않아서 갈색이 된 것부터 두세 번에 나눠 땁니다. 여물 무렵 비가 잦으면 팥이 꼬투리 속에서 싹을 틔우니, 비 소식이 있으면 갈색 꼬투리부터 따 두세요.

팥은 북반구 기준 6~7월에 심어 10~11월에 거두는 콩과 한해살이 작물입니다. 중국·일본·한국에서 많이 기릅니다. 생육 적온은 20~25℃이고 서리를 맞으면 죽습니다. 해가 짧아질 때 꽃이 피는 성질이라 감자·마늘을 거둔 뒤 늦게 넣어도 가을에 맞춰 여뭅니다. 그래서 텃밭 한 자리를 한 해에 두 번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거둔 팥을 한국 부엌에서는 홀로 상에 올리기보다 주로 쌀·잡곡·소금과 함께 써 왔습니다.

팥 한 알에 든 것

말린 팥은 100g당 탄수화물이 약 68g이고 식이섬유가 10g을 넘습니다. 탄수화물은 대부분 전분이고, 곡물과 견주면 식이섬유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식물성 단백질도 들어 있습니다.

팥을 처음 삶은 물이 붉고 떫은 것은 껍질의 프로안토시아니딘과 카테킨 계열 폴리페놀이 거품을 내는 사포닌과 함께 우러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분석은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밝힌 것이고, 몸에 어떤 효과를 내는지까지 말하지는 않습니다.

《동의보감》은 곡식 편(穀部)에 팥을 적소두(赤小豆)로 실었습니다. 성질은 평하다고 하고, 조금 차다는 설과 따뜻하다는 설도 함께 적었습니다. 맛은 달고 시며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오래 먹으면 몸이 검고 마르며 까슬해진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쌀과 함께 — 팥을 먼저 삶습니다

팥밥(쌀에 팥을 섞어 지은 밥)은 한국 밥상에 흔히 오릅니다. 쌀에 적은 필수 아미노산 라이신을 팥이 보태 줍니다. 찹쌀로 지어도 같습니다.

다만 마른 팥과 쌀을 처음부터 함께 안치면 쌀이 다 익어도 팥은 단단합니다. 그래서 팥을 따로 애벌 삶아 반쯤 익힌 뒤 쌀과 안칩니다. 팥밥은 이 순서로 짓습니다.

  • 마른 팥 50g을 씻어 물을 붓고 끓입니다. 끓어오르면 붉고 떫은 첫물을 따라 버립니다.
  • 새 물 500ml를 붓고, 손끝으로 눌렀을 때 겉은 무르고 속은 조금 단단할 때까지 삶습니다.
  • 팥은 건지고, 삶은 물은 식혀 두었다가 밥물로 씁니다. 모자란 양만 맹물로 채웁니다.
  • 씻은 쌀 300g 위에 팥을 올리고 평소처럼 밥을 짓습니다. 밥이 연한 팥빛으로 물듭니다.

수수·차조와 — 떫은맛을 덜어 주는 잡곡

수수·차조 같은 잡곡은 구수한 맛이 있어서 팥 껍질의 떫은맛이 덜 느껴집니다. 한국에서 아이 생일에 차려 온 수수팥떡(수숫가루로 빚은 경단에 삶아 으깬 팥을 묻힌 떡)이 이 조합에서 나왔습니다. 팥에 수수나 차조를 섞어 밥을 지어도 같은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잡곡은 팥보다 빨리 익습니다. 팥을 먼저 안쳐 반쯤 익힌 다음 잡곡을 넣어 보세요. 한꺼번에 넣으면 잡곡은 퍼지고 팥은 설익습니다.

단팥에는 소금 한 자밤

단팥(팥에 설탕을 넣어 졸인 소)을 만들 때 설탕만 넣으면 단맛이 밋밋해집니다. 소금을 아주 조금, 손가락 끝으로 한 번 집을 만큼 넣으면 단맛이 또렷해집니다. 넣는 때는 불을 끄기 직전입니다. 처음부터 설탕과 함께 넣지 말고, 마지막에 넣어 한 번 저은 뒤 맛을 보세요.

이번 주에는 갈색으로 바뀐 꼬투리부터 따서 말려 두고, 첫 팥밥은 첫물을 버리는 애벌 삶기부터 시작해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穀部 赤小豆 · 한국 농촌진흥청 농사로 · 한국 국가표준식품성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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