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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ikolett Emmert on Pexels

동의보감

참깨, 동의보감이 본 건강

작은 알갱이 하나에 옛 의서가 자양과 보익을 담아 둔 일상의 곡물입니다.

텃밭 끝자락에서 만나는 참깨

여름이 깊어지면 호미님의 텃밭 한 귀퉁이에서 참깨가 흰 종 모양 꽃을 피웁니다. 꽃이 지고 나면 길쭉한 꼬투리가 줄지어 달리고, 그 안에 작은 씨가 빼곡히 들어찹니다. 가을에 베어 말린 뒤 거꾸로 털면 알갱이가 우수수 쏟아지지요. 한 줌이면 나물에 향을 더하고, 갈아서 깨소금을 만들면 어느 밥상에나 어울립니다.

이렇게 식탁에서 흔하게 만나는 참깨를 옛 사람들은 그저 양념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자양하는 곡물이자 약재로 귀하게 여겼습니다. 들기름이며 참기름을 짜고 남은 향까지 알뜰히 쓰던 살림에서, 참깨 한 줌은 부엌과 약장을 넘나드는 재료였습니다. 오늘은 참깨를 두고 전통 의학이 어떻게 보았는지, 또 오늘의 영양학과는 어디서 만나는지 호미님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봅니다

참깨는 한자 약재명으로 호마(胡麻)라 불렸습니다. 검은깨와 참깨를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신농본초경은 이 호마를 맛이 달고 성질이 평하다고 보아, 약재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상품(上品)에 올려 두었습니다. 성질이 치우치지 않고 평하다는 말은, 오래 두고 먹어도 몸에 부담이 적은 자양의 재료로 여겼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쓰임을 보면, 옛 기록은 참깨가 오장을 보하고 기력을 늘리며 살과 골수를 채운다고 보았습니다. 오장을 두루 보하고 기력과 몸의 바탕을 채운다는 서술은, 어느 한 곳을 급히 다스리는 약이라기보다 몸 전체를 천천히 받쳐 주는 자양의 재료로 참깨를 자리매김한 것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몸이 허약하거나 자양이 필요할 때 오래 써 온 재료입니다. 특히 검은깨, 곧 흑임자(黑荏子)에 관해서는 간과 신을 보하고 머리를 검게 한다는 기록이 많이 전합니다. 흰깨보다 검은깨를 보익의 약재로 더 귀하게 다룬 셈입니다.

다만 여기서 호미님께 한 가지 짚어 드립니다. 이런 서술은 어디까지나 옛 의서가 참깨를 어떻게 보았는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머리가 검어진다거나 골수가 채워진다는 표현은 당시의 몸을 이해하는 언어이지, 오늘의 치료 효과를 단언하는 말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현대 영양학의 눈으로 보면, 참깨에서 특히 주목하는 성분은 리그난입니다. 세사민이나 세사몰 같은 이름의 성분으로, 강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옛 의서가 참깨를 자양과 보익의 재료로 본 자리에, 오늘의 과학은 항산화라는 다른 언어를 포개어 두는 셈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는 참깨 섭취가 총콜레스테롤과 LDL, 그리고 수축기혈압을 낮추는 경향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려서, 참깨를 어떤 증상의 해결책으로 단정하기보다 식단을 거드는 보조적인 재료로 보는 편이 균형 잡힌 해석입니다. 한쪽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도 다른 쪽에서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있으니, 효능을 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신중함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옛 기록이 참깨를 약이라기보다 오래 먹는 곡물로 다룬 태도와도 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옛 의서의 보익이라는 말과 오늘의 항산화라는 말은 서로 다른 시대의 언어이지만, 참깨를 한 번에 고치는 약이 아니라 두고두고 몸을 받쳐 주는 재료로 본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수확한 참깨는 한 번 볶아 두면 향이 살아납니다. 나물 무침이나 국에 깨소금으로 뿌려도 좋고, 곱게 갈아 두유나 죽에 넣으면 고소한 자양식이 됩니다. 검은깨는 밥에 한 술 섞거나 떡고물로 쓰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챙기실 수 있습니다.

다만 참깨는 작은 알갱이에 기름기가 많은 곡물이라 열량이 제법 됩니다. 보익에 좋다고 하여 한꺼번에 많이 드시기보다, 매일 한두 술씩 꾸준히 곁들이는 편이 옛 사람들이 곡물로 오래 먹어 온 방식에 가깝습니다. 볶은 깨는 시간이 지나면 기름이 산패해 향이 떨어지니, 조금씩 볶아 가며 신선하게 드시길 권합니다.

작은 씨앗 한 줌이 식탁에 고소함을 더하고, 옛 의서가 자양의 재료로 귀히 본 곡물이기도 합니다. 올여름 텃밭에서 참깨를 거두시거든, 호미님의 밥상에 한 술씩 더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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