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기준 9월 말, 가을배추가 잎을 한 장씩 늘리며 속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배추는 늦여름에 심어 늦가을에 거둡니다. 이 무렵 새잎만 연두색으로 옅어지는 포기가 있다면 황이 모자란지 살펴볼 만합니다. 아래 잎부터 누레지는 질소 부족과 달리, 황이 부족하면 새잎부터 색이 빠집니다.
배추는 흙 속 황을 어떻게 쓸까요?
식물은 황을 주로 황산염(sulfate) 형태로 뿌리로 빨아들입니다. 그런데 흙 속 황은 상당 부분이 낙엽·퇴비 같은 유기물 안에 들어 있거나 황산염이 되기 전 상태여서 뿌리가 곧바로 쓰지 못합니다. 이 황을 황산염으로 바꾸는 일은 주로 흙 속 세균이 맡습니다.
배추·무·브로콜리 같은 배추과 채소는 다른 채소보다 황을 많이 씁니다. 황은 단백질의 재료이면서, 이들 채소 특유의 쌉쌀한 맛을 내는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의 재료이기도 합니다.
유채 뿌리 둘레에서 얻은 세균이 한 일
한 연구진이 유채 뿌리 둘레 흙에서 얻은 부르크홀데리아 글라디올리(Burkholderia gladioli) YNK-FB0053이라는 세균의 유전체, 곧 세균이 가진 유전 정보 전체를 읽었습니다. 그 안에서 황을 황산염으로 바꾸고 유기물 속 황을 쓰는 데 관여할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를 여럿 찾았습니다. 질소와 인을 식물이 쓰기 쉬운 꼴로 바꾸고, 철을 모으고, 식물 생장 호르몬인 인돌아세트산(IAA)을 만드는 데 쓰일 법한 유전자도 함께 나왔습니다.
유전자 목록만으로는 세균이 실제로 그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세균을 직접 길러 보았습니다. 이 세균은 하루 만에 주름진 끈적한 막(바이오필름, biofilm)을 만들었고, 뿌리에 넣은 지 사흘 만에 뿌리 1g당 약 38억 개까지 불어났습니다. 세균이 뿌리 곁에 붙어 오래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온실 화분에 배추를 심고 이 세균을 넣었더니, 아무것도 넣지 않은 화분보다 배추의 키와 무게, 잎의 엽록소(초록 색소) 양이 15~31% 늘었습니다. 연구진은 배추 몸속과 뿌리 둘레 흙의 양분도 더 넉넉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요?
이번 연구에서 비교적 탄탄한 부분은 온실 화분에서 배추가 더 잘 자랐다는 관찰입니다. 그러나 질소 전환, 철 흡수, 호르몬 생산 같은 능력은 유전자로 짐작한 단계여서 연구진도 따로 생화학 검증이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노지 밭에서 같은 효과가 나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안전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부르크홀데리아 글라디올리라는 종 안에는 양파나 벼에 병을 일으키는 계통이 알려져 있고, 드물게 면역이 약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 사례도 보고돼 있습니다. 이 균주에서도 항생제 내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나왔고, 연구진은 밭에 쓰기 전에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세균을 구해 텃밭에 뿌리기는 아직 이릅니다.
텃밭과 식탁에서 해 볼 일
특정 균을 사다 넣지 않아도 흙에는 황을 바꾸는 세균이 여러 종 살고 있습니다. 이 세균들은 대체로 공기가 잘 통하는 촉촉한 흙에서 더 활발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을배추 포기 사이에 잘 삭은 퇴비를 얇게 덮고, 물이 고이지 않도록 두둑 높이를 맞춰 보세요. 퇴비 속 황은 이 세균들을 거쳐 천천히 황산염이 됩니다.
식탁에서는 배추의 황 성분을 살려 드셔 보세요.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잎을 썰거나 씹을 때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로 바뀝니다. 세포·동물 실험에서는 이 성분이 몸의 해독 효소 작용을 돕는다는 보고가 여럿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거는 아직 적습니다. 글루코시놀레이트를 바꾸는 효소는 열에 약하므로 겉절이나 김치(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음식), 쌈(날잎에 밥과 장을 싸 먹는 법)처럼 불에 익히지 않는 방법을 함께 쓰면 좋습니다. 국을 끓일 때는 배추를 썰어 몇 분 두었다가 마지막에 넣어 보세요.
오늘은 텃밭에 나가 배추 새잎의 색부터 확인하고, 포기 사이 흙이 굳었는지 손으로 만져 보세요.
참고: Frontiers in Microbiology, 「부르크홀데리아 글라디올리 YNK-FB0053의 유전체 분석과 생장 촉진 가능성」,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