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this page in English →

Photo by The Hung on Pexels

건강

용안 — 밭에 없어도 몸에 닿는 열매

리치와 같은 과에 속한 남방 과일, 말린 용안육으로 만나는 당분과 비타민 C

북반구 기준 9월, 텃밭에는 거둘 것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고추는 붉어지고 들깨는 잎이 두꺼워집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마지막 잎채소를 넣을 자리도 봅니다. 그런데 이 계절 부엌 선반에는 밭에서 나오지 않은 열매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검붉게 오그라든 말린 용안육입니다. 리치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용안은 덜 알려진 열매입니다.

따뜻한 곳에서 여무는 나무

용안은 무환자나무과 나무에 열립니다. 리치와 같은 과에 속한 가까운 사촌입니다. 자라기 좋은 온도는 20~30℃이고 10~35℃ 사이에서 견딥니다. 잠깐 영하로 내려가는 것은 넘기지만 한국의 노지에서는 겨울을 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밭작물로 기르지 않고, 말린 용안육과 통조림, 여름 한철 들어오는 생과로 만납니다. 중국·태국·베트남·대만에서 많이 기릅니다.

꽃눈이 앉는 때를 정하는 것은 해 길이가 아닙니다. 겨울에 15~22℃의 서늘하고 건조한 날씨가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달렸습니다. 그 뒤 비가 오면 꽃이 핍니다. 열대 저지대보다 아열대 북쪽 가장자리에서 열매가 더 잘 달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거두는 때는 북반구 기준 7월에서 9월까지입니다.

과육에 든 것

껍질은 얇고 누런 갈색입니다. 벗기면 반투명한 흰 과육이 나오고, 그 속에 검고 둥근 씨가 하나 박혀 있습니다. 이 생김새가 용의 눈을 닮았다 하여 용안이라 부릅니다.

과육의 단맛은 과당·포도당·자당에서 옵니다. 물에 녹는 비타민 C가 들어 있고, 식물에 널리 퍼진 페놀 화합물 무리인 폴리페놀도 함께 있습니다. 말린 것과 생과는 성분표 숫자가 크게 다릅니다. 물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건조 식품에 공통된 변화로, 무게가 줄면서 같은 무게에 든 당의 비율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말린 용안육은 몇 알씩 세어 먹는 편이 알맞습니다. 양을 조절하고 싶다면 오늘 먹을 만큼을 미리 접시에 덜어 놓아 보세요.

옛 기록에 적힌 이름

《동의보감》 과부(果部)에는 용안(龍眼)으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서남 지방에서 나며 리치와 같은 곳에서 난다고 했고, 빈랑을 닮았으나 그보다 작고 과육이 리치보다 얇으며 달고 맛이 좋아 먹을 만하다고 견주었습니다. 원안(圓眼)·익지(益智)라는 딴 이름이 함께 실렸고, 날로 먹으면 리치에 미치지 못한다 하여 리치의 아랫것이라는 뜻의 여지노(荔枝奴)로 불렀다는 말도 적혀 있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지금의 식탁에서는 달고 먹기 좋은 마른 과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출처: 《동의보감》 과부(果部) 용안(龍眼))

부엌에서 만나는 법

말린 용안육 몇 알에 대추와 생강을 넣고 끓이면 향이 함께 우러납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뭉근히 두세요. 생강은 오래 끓일수록 매운맛이 앞으로 나오니 마지막에 넣어 보세요.

찹쌀죽에도 어울립니다. 죽이 거의 다 되었을 때 말린 용안육을 넣고 잠깐만 끓입니다. 오래 두면 형태가 풀어져 단맛만 남습니다.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아도 죽에 단맛이 붙습니다.

호두나 잣 같은 마른 견과와 함께 내면 단맛과 고소한 맛이 갈립니다. 다만 한 통에 같이 담아 두면 서로 눅눅해지므로 먹을 때 섞어 보세요.

  • 생과는 껍질이 갈라졌거나 눅눅해진 것을 빼고 고르세요.
  • 흔들었을 때 속에서 씨가 덜그럭거리지 않는 것을 집어 보세요. 씨가 흔들린다면 과육이 마르면서 씨에서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 보관은 밀폐 용기에 따로 합니다. 마른 것과 생과를 섞어 두지 않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말린 용안육 다섯 알과 대추 몇 알을 냄비에 넣고 물 500ml를 부어 약한 불에 올려 보세요. 생강은 불을 끄기 직전에 넣습니다. 밭에서 기르지 못하는 열매라도 부엌에서는 이렇게 만납니다.

이 글 공유하기
0%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