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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흙이 좋으면 가뭄도 견딜까요

유기탄소가 많은 밭은 평년에 더 거둡니다. 다만 비가 크게 모자란 해에는 그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볕이 열흘 넘게 이어지는 한여름이면, 아침에 물을 준 자리도 저녁이면 겉흙이 다시 부슬부슬해집니다. 지난가을 낙엽과 잘 썩은 퇴비를 두툼하게 넣어 둔 이랑이니 올여름은 덜 마르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고추 잎이 한낮에 늘어지는 모습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옆 이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흙 속 유기탄소가 하는 일

토양 유기탄소는 퇴비와 낙엽, 뿌리 찌꺼기가 미생물을 거쳐 흙에 남은 탄소를 말합니다. 이 탄소가 늘면 잘게 흩어져 있던 흙 알갱이가 서로 뭉치고, 알갱이 사이에 작은 빈 공간이 생깁니다. 그래서 비가 오면 물이 겉돌지 않고 아래로 스며들며, 스며든 물이 더 오래 남습니다. 질소와 인 같은 양분도 천천히 풀려 나와 뿌리가 받아 쓰기 좋아집니다.

여러 나라 농경지 수확 자료를 모아 본 연구들에서 유기탄소가 많은 밭의 옥수수와 밀 수확량이 대체로 높게 나왔습니다. 이 관계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여러 번 확인되어 근거가 탄탄한 편입니다. 물을 더 머금는 흙이니 가뭄에도 강하겠거니 생각하게 됩니다.

비가 크게 모자란 해에는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진이 농경지 수확 자료를 다시 살펴본 결과는 그 짐작과 어긋났습니다. 강수가 평년만큼 온 해에는 유기탄소가 많은 밭에서 수확이 더 많았습니다. 반면에 강수가 크게 모자란 해에는 유기탄소가 많은 밭과 적은 밭의 수확량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흙이 머금는 물이 조금 늘어도, 뿌리가 쓸 물 자체가 바닥나는 상황에서는 그 여유분으로 메우기 어렵다고 봅니다. 유기탄소가 늘려 주는 수분은 며칠을 버티게 하는 양이지, 몇 주 이어지는 마름을 견디게 하는 양은 아닐 것입니다. 유기물은 평년 수확을 올려 주는 쪽이며, 극심한 가뭄까지 막아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퇴비는 계속 넣습니다

이 결과가 유기물 넣기를 그만둘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텃밭에서 만나는 해는 대부분 극심한 가뭄이 아니라 평범한 여름이고, 그런 해에 유기탄소는 잎채소와 열매채소의 수확을 늘려 줍니다. 다만 가뭄이 오는 해에는 흙 말고 다른 준비가 따로 필요합니다.

  • 퇴비와 낙엽은 하던 대로 넣어 주세요. 평년 강수에서 얻는 이득은 여러 자료로 확인됐습니다.
  • 짚이나 베어 낸 풀을 5cm 두께로 덮어 주세요. 흙 표면에서 날아가는 물이 줄어듭니다.
  • 물은 자주 조금씩 주기보다, 며칠에 한 번 흙 20cm 깊이까지 젖도록 주세요. 뿌리가 아래로 내려갑니다.
  • 여름 가뭄이 잦은 자리라면 파종 시기를 서늘한 때로 옮겨 보세요. 북반구 기준으로 8월 초 대신 8월 말에서 9월 초에 씨를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 볕이 센 날에는 차광망으로 30~50% 그늘을 만들어 주세요. 잎에서 나가는 물이 줄어 한낮 시들음이 덜합니다.

오늘은 이랑 사이에 마른 풀부터 덮어 주세요. 퇴비는 다음 해 수확을 위해 넣는 일이고, 덮어 주기는 이번 주 마름을 줄이는 일입니다.

참고 —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토양 유기탄소와 작물 수확량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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