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걷힌 텃밭 한쪽에 가을 시금치 뿌릴 자리를 비워 두셨을 겁니다. 시금치는 씨를 뿌리고 한 달이면 솎아 먹을 만큼 자라서, 초보 텃밭에서도 실패가 적은 잎채소입니다. 다만 자라는 속도가 빠른 만큼 흙에 있는 성분을 잎에 그대로 담습니다. 반가운 무기질도, 반갑지 않은 중금속도 함께입니다.
시금치가 흙에서 데려오는 것
카드뮴은 도로변 먼지와 오래된 도색 자재, 옛 공장 터 흙에 남는 중금속입니다. 잎이 넓고 빨리 크는 시금치·근대·아욱 같은 작물이 카드뮴을 비교적 많이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은 황화카드뮴이 태양전지나 발광 소재에 쓰이는 아주 작은 알갱이 형태, 곧 나노입자로도 만들어집니다. 만들고 쓰고 버리는 과정에서 일부가 흙으로 들어갑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조금씩 먹어도 콩팥에 부담을 남기는 물질이라, 먹는 잎에 덜 들어오게 하는 방법을 여러 나라에서 찾고 있습니다.
규소를 함께 받은 시금치
2026년 한 식물생물학 학술지에 실린 실험에서는 심은 지 3주 된 시금치에 황화카드뮴 나노입자를 4주 동안 주었습니다. 한쪽에는 카드뮴만 주고, 다른 쪽에는 이산화규소, 곧 실리카 나노입자를 농도별로 함께 주었습니다. 규소를 함께 받은 시금치는 몸에 쌓인 카드뮴이 최대 40퍼센트가량 적었습니다. 아연·칼슘·철처럼 사람에게도 필요한 무기질은 오히려 더 많이 빨아들였고, 잎이 누렇게 뜨는 대신 엽록소가 크게 늘어 색이 진해졌습니다.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규소를 받은 쪽은 카드뮴 알갱이가 세포 안으로 들어온 양 자체가 줄어 있었습니다. 뿌리에서 덜 들여보내고, 그래도 들어온 만큼은 잎이 스스로 처리하도록 항산화 반응이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아미노산과 당, 황이 오가는 대사 경로도 함께 달라졌습니다. 다만 이 실험은 농도를 정확히 맞춘 실험실 조건에서 진행됐습니다. 나노입자 형태의 규소를 텃밭에 뿌려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니, 자재로 구해 쓰실 일은 아닙니다.
파종 전에 해 둘 일
규소 자체는 낯선 자재가 아닙니다. 벼농사에서는 규산질 비료를 오래 써 왔고, 규소를 넉넉히 받은 벼가 카드뮴을 덜 흡수한다는 보고도 여러 건 쌓여 있습니다. 텃밭이라면 왕겨나 왕겨숯, 규산질 밑거름으로 규소를 채워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오염된 흙이 깨끗해지지는 않습니다. 심을 자리부터 살펴보세요.
- 차가 많이 다니는 길에서 열 걸음 이상 떨어진 자리를 고르고, 오래된 건물 벽 아래 흙은 피하세요.
- 흙이 산성으로 기울면 카드뮴이 뿌리로 더 잘 들어옵니다. 파종 2~3주 전에 석회를 뿌려 산도를 맞춰 두세요.
- 퇴비를 꾸준히 넣어 부식질을 늘리면 중금속이 뿌리로 옮겨 가는 양이 줄어듭니다.
옛 공장이나 매립지가 가까운 자리라면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의 토양 검정을 한 번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무료 검정 항목에 중금속이 빠져 있기도 하니, 신청하실 때 확인해 보세요.
잘 기른 시금치인지는 진한 잎색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엽록소가 넉넉한 잎에는 철분과 엽산, 눈 건강에 도움을 주는 루테인이 함께 늘어납니다. 자리를 고르는 일이 밥상의 질로 이어집니다. 오늘은 줄자로 도로까지 거리를 재 보고, 석회 한 봉지를 미리 준비해 두세요.
참고 — 학술지 플랜트 바이올로지 2026년 게재, 시금치에서 이산화규소 나노입자의 황화카드뮴 독성 완화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