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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물을 잊을수록 잘 사는 바위솔, 심기부터 말리기까지

생육 적온 15~25℃ · 북반구 기준 4~5월 모종 심기, 9~11월 수확 · 얕은 화분과 마른 흙

9월 옥상 화분은 여름을 어떻게 났는지 그대로 드러납니다. 상추는 장맛비를 맞고 물러졌고, 깻잎은 웃자라 대가 억셉니다. 그런데 구석에 둔 얕은 화분 하나는 다릅니다. 잎을 겹겹이 오므린 바위솔은 물을 거의 주지 않았는데도 그대로 앉아 있습니다. 이 포기를 거두는 철이 지금입니다.

마른 자리를 먼저 만듭니다

바위솔은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 다육식물입니다. 바위 틈이나 오래된 기와지붕처럼 흙이 얇고 잘 마르는 자리에 붙어 삽니다. 한국이 주산지이고 중국·일본·러시아에도 자생합니다. 그래서 화분은 깊을 필요가 없습니다. 얕은 화분에 마사토나 굵은 모래를 절반 넘게 섞어 물이 곧장 빠지게 해 주세요. 볕이 오래 드는 남향 창가나 옥상이면 충분합니다.

심을 때는 씨앗보다 모종이 쉽습니다. 북반구 기준 4~5월에 포기를 앉히고, 뿌리가 묻힐 만큼만 흙을 덮습니다. 생육 적온은 15~25℃이고 0~32℃ 사이면 자랍니다. 서늘한 봄과 가을에 잎이 도톰해집니다.

물은 잊고 두는 편이 낫습니다

잎이 두꺼운 것은 그 안에 물을 저장해 두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물에 잠기면 곧 무릅니다. 흙이 바싹 마르고 하루 이틀 더 지난 뒤에 한 번, 화분 밑으로 물이 빠져나올 만큼만 주세요. 받침에 고인 물은 그때마다 비웁니다.

바위솔 잎을 씹으면 신맛이 돕니다. 이 맛도 마른 자리에 붙어 사는 방식에서 옵니다. 바위솔은 밤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고 사과산 같은 유기산으로 저장했다가 낮에 씁니다. 돌나물과에 흔한 크래슐산 대사, 줄여서 CAM입니다. 물을 덜 잃는 대신 밤사이 유기산이 쌓이므로, 이른 아침에 딴 잎이 더 시게 느껴질 것입니다.

장마와 겨울을 넘기는 법

한 해 중 가장 위험한 때는 장마입니다. 뿌리가 며칠씩 젖어 있으면 밑동부터 물러집니다. 비가 길게 오는 주에는 화분을 처마 밑이나 베란다 안으로 들여 두세요. 한여름 32℃를 넘는 날에는 젖은 흙과 뜨거운 볕이 겹치지 않게 그늘로 옮깁니다.

겨울은 덜 걱정해도 됩니다. 바위솔은 잎을 안으로 오그린 채 노지에서 추위를 넘깁니다. 옛 기와지붕 위에서도 겨울을 나던 식물입니다. 다만 화분은 땅보다 쉽게 얼므로 벽에 붙여 두거나 흙 위에 낙엽을 덮어 주세요.

9월부터 거두고 말립니다

수확은 북반구 기준 9~11월입니다. 포기를 통째로 쓸 때는 흙 가까이에서 잘라 내고, 곁에서 난 작은 포기는 남겨 두세요. 이듬해 그 자리를 채웁니다. 《동의보감》은 음력 6~7월에 캐어 볕에 말린다고 적었습니다.

겹치지 않게 얇게 펴서 바싹 말려야 곰팡이가 슬지 않습니다. 다 마른 것은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둡니다. 잎 사이에 먼지가 잘 끼므로, 생으로 쓸 포기는 흐르는 물에 뒤집어 가며 헹굽니다.

거둔 뒤 밥상에서

  • 생채 — 어린 포기를 헹궈 샐러드에 곁들입니다. 신맛과 아삭한 식감이 뚜렷해 드레싱을 진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 식초·매실청 절임 — 유기산이 많아 절임에 잘 맞습니다. 씻어 물기를 완전히 말린 뒤 담가야 무르지 않고, 두 주쯤 지나면 신맛이 고르게 퍼집니다.
  • 말려서 차로 — 바싹 말린 잎을 뜨거운 물 200ml에 조금 넣어 우립니다.

《동의보감》 草部에는 昨葉何草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시며 독이 없다고 적었고, 오래된 기와지붕 위에 나고 멀리서 보면 소나무 같아 瓦松이라 한다고 이름의 유래를 남겼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성분 분석에서는 켐페롤·쿼세틴 계열 플라보노이드 배당체가 확인되었고, 자란 자리와 채취 시기에 따라 총량 차이가 크다는 결과도 함께 나왔습니다. 조성에 관한 분석일 뿐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출처: 《동의보감》 草部 昨葉何草 · 농촌진흥청 농사로

오늘은 화분 받침에 고인 물부터 비워 보세요. 9월 볕에 잎이 도톰해진 포기라면 어린 것 몇 장만 헹궈 저녁 샐러드에 올리고, 남은 포기는 얇게 펴 말려 두면 겨울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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