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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결명자, 찻잔과 베갯속으로 몸에 닿는 씨앗

가을에 거둔 꼬투리를 볶아 차로 우리고, 남은 씨는 말려 베갯속으로 씁니다

가을 텃밭 한쪽, 여름 내내 노란 꽃을 피우던 결명자 포기가 1m 넘게 자라 있습니다. 꽃이 진 자리마다 가늘고 길게 굽은 꼬투리가 달렸습니다. 결명자는 콩과 한해살이풀이고, 흔히 마시는 결명자차는 이 꼬투리 속 씨앗을 볶아 우린 것입니다. 이 작은 씨앗은 몸 어디에 닿을까요? 볶아 우린 차로는 입에, 바싹 말려 채운 베개로는 머리에 닿습니다.

더운 날이 길어야 여무는 씨앗

결명자는 열대 아메리카에서 나온 풀입니다. 생육 적온은 20~30℃이고 15~35℃ 범위에서 자랍니다. 서리를 맞으면 바로 죽고, 씨가 여물려면 파종 뒤 서리 전까지 150일 넘게 더운 날이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여름이 짧은 서늘한 지역에서는 꽃이 피어도 씨가 덜 여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주산지이고 인도와 한국에서도 많이 기릅니다.

북반구 기준 5월에 씨를 넣고 10~11월에 거둡니다. 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자리에 심어 보세요. 가뭄은 잘 견디지만 물이 고이면 뿌리가 상합니다. 콩과이지만 결명자가 속한 계통은 뿌리혹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밑거름에서 질소를 빼지 말고 다른 텃밭 작물과 같은 요령으로 넣어 주세요. 마른 꼬투리는 꼬투리째 따면 됩니다. 첫서리에 포기가 죽으므로 서리 소식이 들리면 남은 꼬투리까지 미리 거둬 두세요.

볶은 씨에서 우러나는 성분

결명자 씨에는 안트라퀴논(anthraquinone) 유도체가 들어 있습니다. 에모딘(emodin)·크리소파놀(chrysophanol) 같은 색소성 화합물로, 결명자가 속한 센나(Senna)속 식물에서 여러 차례 확인된 성분입니다. 볶은 씨를 우린 물의 색과 향에는 카시아사이드(cassiaside) 계열의 나프토피론(naphthopyrone) 배당체가 관여합니다. 우릴 때는 점액질 다당이 물로 풀려 나오고, 칼륨·칼슘 같은 무기질도 함께 우러납니다.

볶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추출물의 색과 성분 조성이 달라진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같은 분석에서 안트라퀴논계와 나프토피론계 화합물의 비율도 함께 변했습니다. 짧게 볶은 씨와 오래 볶은 씨의 색과 맛이 다른 것도 이런 조성 차이에서 올 것입니다. 다만 이 분석은 가공 조건에 따른 성분 변화를 살핀 것이며,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동의보감》이 적어 둔 초결명

《동의보감》은 草部(풀 항목)에 결명자를 초결명으로 실었습니다. 성질은 평(平, 차지도 뜨겁지도 않음)하다고 했고, 조금 차다는 설도 덧붙였습니다. 맛은 짜고 쓰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씨가 꼬투리 속에 맺히고 그 알이 말발굽을 닮아 민간에서 마제결명이라 부른다는 이름 풀이도 남겼습니다. 음력 10월 10일(양력 11월 전후)에 씨를 거둬 그늘에서 백 일 말린 뒤 살짝 볶아 쓴다는 손질법도 함께 적었습니다. 지금 텃밭에서 꼬투리를 거두는 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입에 닿는 차 한 잔

거둔 씨는 마른 팬에 넣고 약한 불에서 저어 가며 볶아 보세요. 처음에는 짧게 볶아 한 번 우려 마셔 보고, 입에 맞을 때까지 볶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면 됩니다. 결명자만 우리면 쓴맛이 강해서 다른 재료와 섞어 마시는 집이 많습니다.

  • 볶은 보리: 섞으면 맛이 구수해집니다. 결명자 1에 보리 2 정도로 시작해 입에 맞게 조절해 보세요.
  • 찬물 우리기: 볶은 씨를 물병에 넣고 냉장고에서 6~8시간 둡니다. 끓여 우린 것보다 쓴맛이 덜하고 색이 맑습니다. 다 우린 뒤에는 씨를 건져 내고, 물은 이틀 안에 마시세요.
  • 말린 대추: 두세 알을 갈라 넣으면 단맛이 빨리 우러나 아이도 마시기 수월합니다. 단맛이 도는 만큼 진하게 우리지 않아도 됩니다.

차는 음료로 즐기는 선에서 마시고, 꾸준히 드시는 약이 있다면 매일 진하게 마시기 전에 의사나 약사에게 물어보세요.

머리에 닿는 베갯속

옛 기록에는 결명자 씨를 베갯속으로 채워 썼다는 대목이 남아 있습니다. 씨가 잘고 단단해 서걱거리는 촉감이 있어 메밀껍질과 비슷하게 쓰였습니다. 지금도 차로 우리고 남은 씨를 바싹 말려 베갯속으로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고 난 씨는 물기가 남아 있으므로 넓게 펼쳐 속까지 말린 뒤에 채워야 눅눅해지지 않습니다. 이 역시 옛 기록에 남고 민간에서 써 온 방법이며, 의학적 효과를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 텃밭에 마른 꼬투리가 보이면 한 줌 거둬 그늘에 널어 보세요. 텃밭이 없다면 볶은 결명자를 물병에 담아 오늘 밤 냉장고에 넣어 두세요.

출처: 《동의보감》 草部 決明子 · 대한민국약전 · 농촌진흥청 농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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