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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가을에 캔 황정은 대추·생강, 볶은 보리와 함께

데치고 찌고 말린 뿌리줄기를 차로 우리고, 이른 봄 어린순은 나물로 무치는 법

가을 텃밭의 반그늘 자리에서 황정 잎이 시들기 시작합니다. 지상부가 마르면 땅속 뿌리줄기를 캘 때입니다. 북반구 기준으로 10~11월이 수확철이고, 캐낸 뿌리줄기는 누런빛을 띱니다. 생것은 쓰고 아려서 그대로 먹지 않습니다. 데쳐서 쓴맛을 빼고, 찌고 말린 뒤 대추·생강과 달이거나 볶은 곡물과 함께 우려 마십니다. 봄에는 어린순을 나물로 무쳐 먹습니다.

재료 — 이름과 학명부터 확인합니다

황정은 둥굴레와 같은 속(Polygonatum)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한국에서는 층층갈고리둥굴레라고 부르고, 옛사람들은 잎 모양을 보고 '듁댓 불휘', 곧 죽대의 뿌리라 불렀습니다. 황정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것은 주로 Polygonatum sibiricum이고, 흔히 마시는 둥굴레차는 Polygonatum odoratum입니다. 같은 속의 다른 종이므로 말린 황정을 살 때는 봉지에 적힌 학명까지 읽어 보세요. 중국이 주산지이고 한국·몽골·러시아에서도 자생합니다.

자생지는 숲 가장자리의 반그늘입니다. 부엽이 덮이고 물이 잘 빠지는 땅에서 자라며, 생육 적온은 15~22℃입니다. 한여름 직사광선을 받으면 잎이 타고, 물이 고이면 뿌리줄기가 썩습니다. 북반구 기준 3~4월에 뿌리를 나눠 심고, 키 큰 작물이나 나무 그늘이 한낮 햇볕을 가려 주는 자리를 골라 보세요. 겨울에는 지상부가 죽고, 땅속 뿌리줄기가 살아남아 이듬해 다시 싹을 냅니다.

손질 — 데치고, 찌고, 말립니다

《동의보감》 초부(草部)는 황정(黃精)을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적었고, 선인반(仙人飯)이라는 딴 이름도 남겼습니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끓는 물에 데쳐 쓴맛을 없앤 뒤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볕에 말린다고 손질법도 실었습니다. 집에서도 순서는 같습니다. 캔 뿌리줄기는 흙을 씻어 내고 데친 다음, 찜기에 쪄서 볕에 펴 말리기를 여러 번 되풀이해 보세요.

둥굴레속 뿌리줄기를 분석한 연구진은 다당류와 스테로이드 사포닌을 분리해 여러 차례 보고했습니다. 찌고 말리는 동안 성분 조성이 달라진다는 결과도 함께 실렸습니다. 사포닌은 생것의 아린 맛과 관련해 거론되는 성분이고, 뿌리줄기를 자를 때 느껴지는 미끈함은 점액질에서 옵니다. 다만 이 연구들은 성분 조성을 살핀 분석이어서, 차 한 잔이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까지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옛 의서의 서술 역시 현대 연구와 구분해 읽습니다.

대추·생강과 함께 달이기

쪄서 말린 황정에 대추 몇 알과 얇게 썬 생강 한두 쪽을 넣고 물을 붓습니다. 김이 오르면 불을 약하게 줄여 우리고, 오래 끓이지 않습니다. 대추는 단맛을 보태고 생강은 끝맛을 깔끔하게 합니다. 황정에도 단맛이 있으니 대추는 많이 넣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대추와 생강을 텃밭에서 기른다면 각 작물 도감의 기르기 글도 함께 보세요.

볶은 보리·옥수수와 함께 우리기

한국에서는 볶은 보리와 옥수수를 끓여 식수로 마시는 집이 많습니다. 여기에 황정을 넣으면 구수한 맛이 먼저 나서, 황정차가 처음인 사람도 수월하게 마십니다. 황정은 소량으로도 색과 단맛이 우러나므로, 곡물 양을 늘리고 황정은 줄여 넣어 보세요. 여름에는 우린 차를 식혀 냉장고에 두고 차게 마셔도 좋습니다.

봄에는 어린순을 나물로

북반구 기준 이른 봄에 올라오는 어린순은 나물로 먹습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짠 뒤, 된장이나 들기름으로 무칩니다. 다만 순을 다 따면 그해 뿌리줄기가 굵어지지 않습니다. 한 포기에서 몇 대만 따고 나머지는 키워 두어야 가을에 굵은 뿌리줄기를 캘 수 있습니다.

오늘 캔 뿌리줄기가 있다면 흙을 씻고 데쳐서 쓴맛부터 빼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草部 黃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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