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텃밭 한쪽에서 참깨가 흰 꽃을 올립니다. 아래쪽 꼬투리부터 여물기 시작하면 한 달 뒤에는 볶아서 갈아 둘 만큼 거둘 수 있습니다. 참기름 한 방울, 깨소금 한 숟갈은 나물무침에도 국에도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흔한 재료가 누군가의 식탁에서는 가장 먼저 치워야 할 재료이기도 합니다.
우유와 달걀 다음에 오는 이름
사우디아라비아의 식품 알레르기를 정리한 논문이 올해 나왔습니다. 연구 스무 편과 규제 문서를 모아 살핀 결과, 그곳에서도 우유와 달걀이 가장 흔한 원인이었습니다. 다만 그 뒤를 잇는 이름은 나라마다 달랐습니다. 사우디에서는 참깨와 해산물이 자주 꼽혔습니다. 참깨를 갈아 만든 소스를 즐기고 홍해에서 잡은 생선을 자주 올리는 식탁 사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국 식탁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참기름과 깨소금이 밑반찬 대부분에 들어가고, 새우젓과 멸치 육수가 국물의 바탕입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은 타고난 체질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무엇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텃밭에서 기른 재료라도 처음 먹는 아이에게는 조금씩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빼고 나면 줄어드는 영양
진단을 받으면 원인 식품을 식단에서 빼는 것이 첫 조치입니다. 다만 아이 식단에서 우유나 달걀을 오래 빼면 칼슘과 단백질, 비타민 D가 함께 줄어듭니다. 사우디 연구진이 걱정한 대목도 이것입니다. 햇빛이 강한 지역인데도 비타민 D가 모자란 사람이 많은 편이라, 제거 식단이 겹치면 자라는 아이에게 부담이 됩니다. 연구진은 무엇을 뺐는지만이 아니라 무엇으로 채웠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권합니다.
한국도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 비타민 D가 부족한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줄어든 영양을 텃밭 채소로 조금 메울 수 있습니다.
- 칼슘 — 케일과 근대, 들깻잎을 데쳐 무쳐 두면 한 끼에 꽤 챙길 수 있습니다.
- 단백질 — 완두콩과 강낭콩은 이맘때 거두어 삶아 두기 좋습니다.
- 비타민 D — 표고버섯을 갓 안쪽이 위로 오게 반나절 볕에 말리면 함량이 늘어납니다.
다만 채소로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어, 원인 식품을 오래 빼는 동안에는 소아과 진료나 영양 상담을 함께 받아 보세요.
수확물을 나눌 때 챙길 것
사우디 식약청은 알레르기 표시제와 안내 활동을 이어 왔지만, 진료 현장에서 식품 알레르기는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조사 대부분이 본인이 답한 설문에 기대고 있어 실제 규모도 아직 정확히 잡히지 않았습니다. 표시와 안내만으로는 모자란다는 뜻입니다.
텃밭 이웃과 수확물을 주고받을 때도 같은 대목이 걸립니다. 겉보기로는 알 수 없는 재료가 반찬 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 나눔 그릇에 들어간 재료를 쪽지로 적어 붙여 보세요. 참기름·깨소금·새우젓만 적어도 도움이 됩니다.
-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 나눌 때는 견과와 참깨를 뺀 것으로 한 그릇 따로 담아 보세요.
- 새 작물을 처음 먹는 날은 저녁보다 낮에, 한 가지씩 시도해 보세요. 반응이 있어도 대응할 시간이 있습니다.
오늘 텃밭에 나가시거든 깻잎이든 완두든 나눌 몫을 담기 전에, 그 안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한 줄 적어 함께 건네 보세요.
참고 —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에 실린 사우디아라비아 식품 알레르기 체계적 문헌고찰, 사우디 식약청 알레르기 표시 규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