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텃밭 한쪽을 비워 두면 쪽파를 묻을 자리가 생깁니다. 북반구 기준 8~9월에 종구를 심어 두면 10~11월에 한 번 잎을 베고, 겨울을 난 다음 3~4월에 다시 벱니다. 씨가 아니라 종구로 번지는 작물이라 손이 적게 가는 편입니다.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많이 기릅니다. 그런데 심어 놓고 나면 궁금한 것이 하나 생깁니다. 이 잎을 자주 먹으면 몸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쪽파를 찾다가 마늘·양파 연구를 읽게 됩니다
쪽파(Allium × wakegi)는 파와 양파의 성질을 함께 지닌 양념 채소입니다. 한 종에서 이어져 온 토종이 아니라 두 종 사이에서 생긴 잡종입니다. 파속에 든다는 점은 마늘·양파와 같지만, 몸에 미치는 작용을 살핀 연구가 쌓인 정도는 다릅니다. 혈압이나 혈중 지질을 살핀 임상 연구는 대부분 마늘과 양파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농축한 추출물이나 보충제를 먹인 것이어서, 잎을 썰어 국에 올리는 식사와 조건이 같지 않습니다.
보충제 연구가 쓰는 양은 한 끼에 올리는 잎 한 줌과 다릅니다. 추출물은 특정 성분만 모아 농축한 것이라, 같은 성분이 들어 있어도 몸이 받는 양은 크게 다릅니다. 연구에서 혈압이 조금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더라도, 그 결과를 국에 올린 쪽파 한 줌으로 옮겨 읽기는 어렵습니다. 옛 기록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한국과 일본에는 흰 밑동(총백, 蔥白)을 넣어 국물을 끓여 마시는 습관이 전해집니다. 전해 내려온 관습을 적은 기록이므로, 오늘의 판단을 여기에 기대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확인된 것은 성분 조성까지입니다
쪽파를 자르거나 으깨면 파속 채소에 공통된 황화합물(sulfur compounds)이 생깁니다. 특유의 매운 향이 여기서 납니다. 녹색 잎에는 비타민 A와 C가 들어 있고, 비타민 K와 엽산(folate)도 있습니다. 엽산은 몸이 새 세포를 만들 때 쓰는 비타민입니다. 쪽파만 사람에게 먹여 살핀 연구는 드물어,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성분 조성까지입니다.
마늘에서는 알리신(allicin)이 비타민 B1과 만나 알리티아민(allithiamine)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쪽파에서 같은 일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는 확인된 자료가 없어, 이 설명을 쪽파에 그대로 옮기지 않습니다. 텃밭에서 벤 잎 한 줌은 비타민과 향을 더하는 채소로 먹으면 충분합니다.
향과 비타민을 덜 잃는 법
향 성분은 자를 때 생기므로 먹기 직전에 썰어 보세요. 국이나 찌개는 불을 끈 다음 한 줌 올리면 향이 남습니다. 비타민 C는 열에 약하니 오래 끓이기보다 마무리에 넣는 편이 낫습니다. 흰 밑동과 녹색 잎을 나눠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밑동은 국물을 낼 때 일찍 넣고, 비타민이 든 녹색 잎은 불을 끄고 올려 보세요.
조개나 해물과 함께 쓰면 황화합물의 향이 비린내를 줄여 줍니다. 해물파전과 해물 칼국수가 그 조합입니다. 비타민 A는 기름에 녹는 성분이라 기름을 두르고 부치는 요리와 맞습니다. 계란말이에 넣으면 계란의 부드러운 맛이 매운 향을 눅여 줍니다. 김치나 찌개 마지막에 한 줌 올리는 것은 한국 식탁에서 익숙한 쓰임입니다. 돼지고기·소고기 요리에 넣으면 잡내가 줄어듭니다.
양을 조절해야 할 때
항응고제(와파린 등)를 먹고 있다면 쪽파의 비타민 K와 황화합물이 약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먹는 양을 갑자기 늘리지 말고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안전한 양은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세요. 위염이 있다면 양념이 강한 쪽파 김치를 많이 먹기보다 익혀서 조금씩 먹는 쪽이 안전합니다. 《동의보감》에는 꿀이나 대추·산조인과 함께 많이 먹는 것을 권하지 않는 견해가 있습니다. 일상 식사 수준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약재를 농축해 먹을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성분과 궁합, 심고 거두는 달은 쪽파 도감에 모아 두었으니 종구를 묻기 전에 한 번 펼쳐 보세요. 오늘은 저녁 국을 끓이고 불을 끈 다음, 쪽파 한 줌을 썰어 올려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