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텃밭 한 이랑에 옥수수가 키를 올리고, 그 밑동을 콩 덩굴이 감고 오릅니다. 발치에는 호박잎이 넓게 퍼져 흙을 덮고, 이랑 가장자리에서는 고추가 붉게 익어 갑니다. 서로 다른 네 작물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지는 이 모습은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서 수천 년을 이어 온 밀파 농법과 꼭 닮았습니다.
한 이랑에서 자란 밥상
밀파는 옥수수와 콩, 호박을 한 밭에 함께 심는 오래된 농법이고, 여기서 거둔 작물로 차린 밥상을 밀파 식단이라 부릅니다. 옥수수가 지지대가 되어 콩이 타고 오르고, 콩은 뿌리로 흙에 거름기를 보태며, 호박은 넓은 잎으로 흙의 물기를 지킵니다. 세 작물이 서로 돕는다 하여 세 자매라 부릅니다. 여기에 고추와 노팔 선인장, 들에서 뜯는 멕시코 나물이 곁들여집니다. 곡물과 콩, 채소가 고루 오르고 고기는 적은, 식물 위주의 밥상입니다.
텃밭 작물이 몸에서 하는 일
비만은 한 가지 원인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몸 곳곳에 낮은 단계의 염증이 오래 이어지고, 산화 스트레스가 쌓이며,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곳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떨어지고, 지방세포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여러 변화가 겹칩니다. 장내 미생물의 구성이 흐트러지는 것도 함께 얽힙니다.
밀파 식단을 이루는 작물에는 이런 상태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성분이 고루 들어 있습니다. 옥수수와 콩, 호박은 식이섬유가 넉넉해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물질이 장 건강을 돕습니다. 짙은 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와 플라보노이드, 페놀산 같은 성분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이는 항산화·항염 작용을 합니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계열은 지방 대사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종설 연구는 이런 성분들이 지방세포가 늘어나는 과정과 지방이 쌓여 생기는 손상을 누그러뜨리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지키며, 장내 미생물을 이롭게 바꾸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 밥상 전체를 하나의 처방으로 검증한 임상 연구는 아직 많지 않아, 예방과 관리를 돕는 식습관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알맞습니다.
오늘 밥상에 올리는 법
멀리 멕시코까지 갈 것 없습니다. 세 자매는 우리 텃밭에서도 이미 자랍니다. 여름에 거둔 재료를 그대로 살려 보세요.
- 삶은 옥수수 알갱이에 강낭콩이나 검정콩을 함께 넣어 밥을 지어 보세요.
- 애호박은 나물로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고, 풋고추는 밥상 한쪽에 곁들여 보세요.
- 곡물과 콩을 한 그릇에 같이 담으면 단백질을 알뜰하게 채울 수 있습니다.
요령은 한 가지 작물에만 기대지 않는 데 있습니다. 옥수수만, 호박만이 아니라 콩과 채소, 고추를 고루 올릴 때 각 성분이 서로를 받쳐 줍니다. 텃밭에서 거둔 제철 작물을 그대로 상에 올리는 습관이 밀파 식단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 저녁, 옥수수밥에 애호박나물과 풋고추 한 접시를 곁들여 보세요. 텃밭의 세 자매가 그대로 한 상이 됩니다.
참고 —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츠에 실린 밀파 식단 종설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