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약 봉지가 얇아지는 계절, 텃밭 채소가 채워주는 자리

당뇨와 심혈관 질환을 함께 안고 사는 노년의 밥상 — 12개월 관리 연구가 보여준 변화

여름 텃밭에서 상추와 깻잎을 뜯어 담다 보면, 이 채소가 오늘 저녁 누구의 밥상에 오를지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님 댁 냉장고 문에는 복약 시간표가 붙어 있고, 식탁 옆 서랍에는 약봉지가 쌓여 있습니다. 당뇨약, 혈압약, 콜레스테롤약, 항혈소판제까지. 퇴원할 때는 열심히 챙겨 드시겠다고 하셨는데, 반년쯤 지나면 슬그머니 빼먹는 약이 생깁니다.

퇴원 후 반년, 약이 하나씩 빠집니다

중국 친황다오의 한 병원에서 퇴원한 노인 200명을 1년간 지켜본 임상 연구가 있습니다. 2형 당뇨에 관상동맥질환이나 뇌경색을 함께 앓는 분들이었습니다. 절반은 퇴원할 때 일반적인 주의사항만 안내받았고, 나머지 절반은 입원 중 개인별 건강 교육을 받고 퇴원 후에도 동네 의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받으며 식사와 운동 지도를 이어갔습니다.

1년 뒤 차이가 갈렸습니다. 안내만 받은 쪽은 처방받은 약의 복용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졌습니다. 관리를 이어간 쪽은 당뇨약부터 스타틴, 혈압약까지 처음의 복용률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담배를 끊은 비율도 관리를 이어간 쪽에서만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콩팥이었습니다. 두 집단 모두 당화혈색소와 나쁜 콜레스테롤은 낮아졌지만, 크레아티닌 수치는 관리를 이어간 쪽에서만 좋아졌습니다. 안내만 받은 쪽은 오히려 콩팥 기능이 나빠졌습니다. 약을 꾸준히 먹느냐 아니냐는 혈당 숫자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밥상에서 실제로 바뀐 것들

이 연구에서 식사 지도를 받은 분들의 밥상은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견과류, 유제품, 채소, 수산물이 늘고 흰쌀·흰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과 고기, 소금이 줄었습니다. 특별한 건강식품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텃밭에서 나는 것들과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들뿐입니다.

여름 텃밭이 내주는 것들이 여기 그대로 겹칩니다. 오이와 상추, 깻잎, 애호박, 가지, 방울토마토. 이 채소들은 칼로리가 낮고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밥 양을 줄여줍니다. 식이섬유는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춰 식후 혈당이 급하게 오르지 않게 합니다.

소금을 줄이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다만 텃밭 채소가 있으면 방법이 생깁니다. 갓 딴 오이와 방울토마토는 간을 거의 하지 않아도 단맛과 신맛이 살아 있습니다. 깻잎과 부추는 향이 강해서 소금 대신 맛을 냅니다. 국물 대신 생채나 무침으로 바꾸면 나트륨이 줄어듭니다.

오늘 텃밭에서 챙길 것

부모님께 채소를 나눠 드릴 계획이라면, 그냥 한 봉지 건네는 대신 한 끼 분량으로 나눠 담아 보세요. 오이 두 개, 상추 한 줌, 방울토마토 열 알씩 봉지를 나누면 냉장고에서 시드는 일이 줄어듭니다.

운동도 같이 챙겨 보세요. 이 연구에서 신체 활동 점수가 오른 쪽은 관리를 이어간 집단이었습니다. 대단한 운동이 아니어도 됩니다. 텃밭에 물 주러 나오시게 하고, 상추 뜯는 일을 맡겨 드리면 그것이 하루 30분 활동입니다. 밭 한 고랑을 부모님 몫으로 떼어 드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 여름 채소는 아침에 따서 그날 안에 드시게 합니다. 수분이 빠지기 전이 가장 부드럽습니다.
  • 깻잎·부추·쑥갓처럼 향이 강한 잎채소를 한 종류씩 섞으면 소금을 덜 씁니다.
  • 견과류는 하루 한 줌. 텃밭에서 나지 않지만 이 연구에서 늘어난 항목입니다.

다만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채소가 약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이 연구에서 콩팥 수치가 좋아진 쪽은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식사까지 함께 바꾼 사람들이었습니다. 텃밭 채소는 그 식사 쪽을 맡습니다. 약은 약대로 챙기시게 하고, 채소는 채소대로 보내 드리는 것입니다.

오늘 물 주러 나가실 때 오이 두 개만 따로 챙겨 두세요. 저녁에 부모님 댁에 들르실 때 들고 가시면 됩니다.

참고: PloS one, 친황다오 제1병원 노인 심혈관 대사질환 일차의료 관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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