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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도시 청소년 연구에서 읽는 초가공식품 이야기

저녁 식탁을 차리다 보면, 아이 가방 속에서 빈 과자 봉지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방과 후에 사 먹은 것들이죠. 이 장면은 한국에서만 익숙한 것이 아닙니다.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도시 학교 주변에서도 연구자들은 비슷한 풍경을 만났습니다. 청소년기는 식습관이 자리 잡히는 시기이고, 이때 형성된 패턴은 성인까지 이어집니다.

포장지 안의 재료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이란 공업 공정을 여러 단계 거친 식품으로, 방부제·색소·향미 증강제·유화제 같은 첨가물이 들어 있고 원재료를 거의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을 가리킵니다. 포장 과자, 달콤한 음료, 즉석 조리식품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국제 학술지 비엠씨 뉴트리션(BMC Nutrition)에 2026년 발표된 한 정성 연구에서는, 에티오피아 아다마시의 중고등학생 13~19세 15명을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식이 행동, 소비 패턴, 마케팅 노출 경험을 두루 물었습니다. 학생들은 이 음식들에 대해 엇갈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포장이 청결하고 믿을 수 있다, 가격이 낮다, 바로 먹을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습니다. 동시에 설탕과 지방 함량이 높다, 인공 첨가물이 걱정된다, 오래 먹으면 건강에 나쁠 것 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같은 음식을 두고 두 가지 시선이 공존했습니다.

왜 자꾸 손이 가는가

학생들이 초가공식품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맛과 편리함이 가장 자주 나왔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이 낮았습니다. 친구나 가족이 먹으니 자연스럽게 따라 먹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빠르게 에너지가 생긴다는 느낌, 포만감, 들고 다니기 편하다는 점도 이유였습니다.

마케팅도 일정한 역할을 했습니다. 텔레비전 광고, 화려한 포장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가 이 음식들에 대한 인지도와 구매 욕구를 높였습니다. 몇몇 학생은 광고의 과장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브랜드 포장이 품질을 보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상업적으로 생산된 식품이 집에서 만든 음식보다 위생적이라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빠른 도시화와 함께 편의식품 공급이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이 이 음식들을 접하는 기회 자체가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알면서도 먹는 복잡함

학생들이 건강 위험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치아 손상, 체중 증가, 만성질환, 중독성,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의 위험 — 이런 문제들을 스스로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편의와 맛 앞에서 실제 선택은 달랐습니다. 이 격차는 인터뷰 내내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제안한 해결책도 있었습니다. 포장 식품을 먹을 때는 유통기한을 확인하라, 자연식품이나 집밥을 더 자주 먹는 것이 낫다, 정부가 마케팅을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환경이 선택을 바꿉니다. 주변에서 쉽게 살 수 있고, 또래가 먹고, 광고가 자꾸 보인다면 개인 의지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개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 전에, 주변 환경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 스스로 말한 것이죠.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식탁에 올리는 일은 아이들에게 다른 기준 하나를 더해 줍니다. "이것은 우리가 심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포장지 안의 재료 이야기보다 훨씬 직접적인 교육이 됩니다. 당장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됩니다. 오늘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나 오이 하나를 따서 아이 손에 쥐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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