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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뽑던 풀을 화분으로 — 괭이밥 심기부터 거두기까지

하트 잎 석 장에 신맛이 도는 여러해살이풀, 북반구의 9월은 가을 수확철입니다

북반구의 9월, 텃밭 고랑 끝과 보도블록 틈에 하트 모양 잎이 석 장씩 붙은 작은 풀이 낮게 퍼져 있습니다. 노란 꽃은 꽃잎 다섯 장으로 피고, 잎 하나를 떼어 씹으면 시큼한 맛이 돕니다. 김을 매다 한 번쯤 뽑아 던진 풀이죠. 이 풀이 괭이밥이고, 지금이 가을 수확철입니다.

괭이밥은 한국·중국·일본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생육 적온은 15~25℃이고 5~35℃ 사이에서 자라며, 추위에도 견딥니다. 볕만 들면 화단 흙이든 화분 겉흙이든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립니다. 저절로 나는 풀을 일부러 기르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길가에 난 괭이밥은 매연이나 제초제가 닿았을 수 있습니다. 먹을 잎은 깨끗한 흙에서 따로 길러 거두는 편이 안심됩니다.

심기 — 봄에는 씨앗을, 가을에는 포기를

북반구 기준 4~5월, 낮 기온이 15℃ 안팎으로 오르면 씨앗을 뿌립니다. 씨앗이 작으므로 흙 위에 고루 흩고 얇게 덮어 줍니다. 자리는 볕이 드는 곳이면 충분합니다.

씨앗을 구하기 어렵다면 지금 텃밭 고랑 가에 난 포기를 뿌리째 떠서 화분에 옮겨 보세요. 여러해살이라 가을에 옮겨도 내년 봄에 다시 잎을 냅니다. 괭이밥은 씨앗이 여물면 주변 흙으로 퍼져 다음 해 엉뚱한 자리에서도 싹이 납니다. 그래서 밭 한가운데보다 화분 하나에 따로 두는 편이 관리하기 쉽습니다.

돌보기 — 잎이 접히는 때를 살핍니다

괭이밥은 해가 지면 잎 석 장을 아래로 접고, 아침이면 다시 폅니다. 식물학에서는 잎이 하루 주기로 움직이는 이 성질을 취면운동(nyctinasty)이라 부릅니다. 저녁에 잎이 접혀 있다면 탈이 난 것이 아닙니다.

다만 흙이 마르면 잎을 접은 채 펴지 않습니다. 한낮에도 잎이 접혀 있으면 흙이 말랐다는 뜻이니 물을 주세요. 더위와 마른 땅을 잘 견디는 풀이라 겉흙이 마른 뒤에 흠뻑 주는 정도면 됩니다. 《동의보감(Donguibogam, 17세기 초 한국에서 펴낸 의서)》도 이 풀이 낮고 축축한 땅 곳곳에 있다고 적었는데, 지금도 물기가 남은 밭둑에서 흔히 보입니다.

물을 줄 때마다 화분 둘레도 살펴보세요. 옆 화분으로 넘어간 어린 싹은 뿌리가 깊어지기 전에 뽑아야 쉽게 빠집니다.

거두기 — 봄과 가을, 잎이 펴진 오전에

북반구 기준 4~6월과 9~10월에 거둡니다. 잎이 펴진 오전에 따면 석 장이 가지런히 붙어 있어 손질이 쉽습니다. 노란 꽃도 함께 따서 씁니다. 잎이 얇아 쉽게 무르므로 먹을 만큼만 따서 그날 쓰세요.

따기 전에는 토끼풀과 구별해 보세요. 두 풀은 잎이 석 장씩 붙어 헷갈리기 쉽습니다.

  • 잎이 둥글고 흰 무늬가 있으면 토끼풀입니다.
  • 잎이 하트 모양이고 씹었을 때 신맛이 나면 괭이밥입니다.
  • 노란 꽃잎 다섯 장짜리 꽃이 피면 괭이밥입니다.

먹는 법 — 신맛을 내는 성분과 알맞은 양

잎의 신맛을 내는 성분은 옥살산(oxalic acid), 곧 수산입니다. 괭이밥의 속명 Oxalis와 옥살산은 어원이 같습니다. 잎에는 비타민 C도 들어 있고, 괭이밥속 식물에서 플라보노이드(flavonoid)를 찾아낸 연구도 있습니다.

《동의보감》 草部(풀을 다룬 편)는 이 풀을 초장초(酢漿草)로 싣고 옛 한글 이름을 괴승아로 적었습니다. 성질이 차고 맛이 시며 독이 없다고 했고, 아이들이 따 먹는다는 말과 산차초(酸車草)라는 별명도 남겼습니다. 그러나 옛 의서의 서술과 오늘의 기준은 다릅니다. 옥살산은 시금치 같은 잎채소에도 들어 있는 성분인데, 몸 안에서 칼슘과 만나 잘 녹지 않는 결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괭이밥은 나물(namul, 데치거나 무쳐 먹는 잎채소 반찬)처럼 한 접시를 먹기보다 한 번에 몇 장씩 곁들이는 양으로 씁니다. 신장 결석을 겪은 적이 있다면 이 양도 더 줄이는 편이 좋습니다.

오늘 거둔 잎은 이렇게 써 보세요.

  • 상추 샐러드 맨 위에 몇 장 흩으면 레몬을 짜지 않아도 신맛이 납니다. 드레싱에 오래 두면 물러지므로 상에 내기 직전에 올립니다.
  • 찬물이나 탄산수 한 잔에 잎과 꽃을 몇 장 띄우면 옅은 신맛이 우러납니다. 오래 담가 두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 흰살 생선구이나 달걀 요리 위에 생잎으로 얹으면 신맛이 기름진 맛을 덜어 줍니다. 요리가 다 익은 뒤에 올려야 색과 맛이 남습니다.

오늘 텃밭 가장자리에서 하트 잎 석 장을 찾아, 한 포기만 뿌리째 화분에 옮겨 보세요. 내년 봄부터는 길가 풀 대신 그 화분에서 샐러드에 얹을 잎을 딸 수 있습니다.

출처: 《동의보감》 草部 酢漿草 · 한국 국립수목원 국가표준식물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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