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텃밭에서 강낭콩 꼬투리가 누렇게 마릅니다. 손으로 비벼 까면 붉은 알이 굴러 나옵니다. 한 포기에서 나오는 양은 한 끼도 채 안 됩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소 한 마리를 먹일 사료를 기르려면 이만한 텃밭이 수백 개 필요합니다. 접시에 무엇을 올리느냐가 땅을 얼마나 쓰느냐로 이어집니다.
식단이 바뀌면 농지가 남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더 건강한 식단을 고르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국제 연구팀은 2050년까지 무엇이 달라지는지 계산해 봤습니다. 가축 사육이 크게 줄고, 사료를 기르던 땅과 방목지가 남습니다. 숲과 초지를 농지로 바꾸는 일이 멈추면서 여기서 나오던 온실가스는 85%까지 줄어듭니다. 같은 기간 과일과 채소, 견과, 콩류 생산은 크게 늘어납니다.
이 숫자는 이미 측정한 값이 아니라 앞을 내다본 전망입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바꾸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바탕이 되는 사실은 단순합니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을 때 소고기는 콩보다 훨씬 넓은 땅을 씁니다. 이 차이는 여러 연구에서 오래 거듭 확인됐습니다.
콩과 견과가 몸에서 하는 일
연구진이 기준으로 삼은 식단은 땅을 먼저 보고 짠 것이 아닙니다. 사람 건강에 맞춰 먼저 짜고, 그 식단이 농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중에 계산했습니다. 하루 채소와 과일 500g 안팎에 콩류와 견과를 한 줌씩 더하는 구성입니다.
콩류에는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식이섬유는 소화 속도를 늦춰 식후 혈당이 급하게 오르는 폭을 줄입니다. 견과의 불포화지방이 혈중 지질 상태를 낫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꾸준히 나옵니다. 콩의 이소플라본이 갱년기 불편을 덜어 준다는 연구도 있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커서 아직 단정하기 이릅니다. 어느 쪽이든 치료가 아니라 예방과 도움 수준으로 읽어 주세요.
한 이랑을 콩 자리로 남겨 보세요
콩과 작물의 뿌리에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삽니다. 이 박테리아가 공기 중 질소를 흙이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꿔 남깁니다. 그래서 콩을 거둔 자리에 다음 작물을 심으면 거름을 덜 줘도 잎이 잘 붙습니다.
- 완두 — 서늘한 기후에서 잘 여뭅니다. 생육 적온 15~20℃. 북반구 기준 3월에 씨를 넣고, 겨울이 온화한 곳은 10~11월에도 넣습니다. 캐나다·러시아·중국에서 많이 기릅니다.
- 강낭콩 — 생육 적온 20~25℃. 북반구 기준 5월에 씨를 넣어 9월에 거둡니다. 지주만 세워 주면 좁은 자리에서도 위로 자랍니다.
- 병아리콩 — 가뭄에 잘 견딥니다. 물 빠짐 좋은 흙을 좋아합니다. 인도·튀르키예·호주가 주산지입니다.
이번 주 장보기에서 고기가 들어가던 한 끼를 콩 요리로 바꿔 보세요. 삶은 병아리콩에 올리브유와 소금만 뿌려도 한 접시가 됩니다. 밭이 있다면 가을에 노는 한 이랑을 완두 자리로 남겨 두세요. 봄에 꼬투리를 거두고 그 흙에 잎채소를 이어 심으면 두 번 얻습니다.
참고: EAT-랜싯 위원회 지구 건강 식단 보고서, 세계 식단 전환이 농지와 토지이용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국제 연구팀 전망 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