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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참당귀, 옛 의서가 적은 뿌리와 오늘 따는 쌈 잎

《동의보감》이 남긴 채취 기준과 데쿠르신 분석을 나란히 놓고 읽습니다

8월 텃밭의 참당귀는 잎이 두꺼워지고 잎자루가 억세집니다. 봄에 딴 손바닥만 한 어린잎과 견주면 향이 짙고 씹는 맛이 뻣뻣합니다. 잎을 따는 시기는 이달로 끝납니다. 그러나 땅속 뿌리는 사정이 다릅니다. 《동의보감》은 음력 이월과 팔월에 뿌리를 캔다고 적었습니다. 봄에 잎을 먹고 늦여름에 뿌리를 캐는 순서입니다.

옛 의서가 적어 둔 당귀

참당귀는 《동의보감》 초부(草部)에 당귀(當歸)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면서 매우며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산과 들에 절로 나기도 하고 밭에 심어 기르기도 한다고 적었고, 음력 이월과 팔월에 뿌리를 캐어 그늘에 말린다고 했습니다. 고르는 기준도 남겼습니다. 살이 두껍고 마르지 않은 것을 좋은 것으로 쳤고, 기름진 것이 낫고 말꼬리 같은 모양이 좋다고 했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오늘의 의학이 내리는 판단과는 다릅니다. 표제와 원문 풀이는 《동의보감》 당귀 항목에 옮겨 두었습니다.

오늘의 분석이 읽어 낸 성분

참당귀(Angelica gigas) 뿌리에서는 데쿠르신(decursin)과 데쿠르시놀 안젤레이트(decursinol angelate)가 주된 쿠마린(coumarin)으로 확인됩니다. 왜당귀 뿌리에서는 리구스틸라이드(ligustilide) 계열이 주를 이룹니다. 같은 당귀라는 이름으로 거래되어도 종이 다르면 성분 구성이 갈립니다. 성분 조성에 관한 분석이며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잎을 씻을 때 올라오는 냄새는 정유(essential oil)에 든 테르펜(terpene)류에서 옵니다. 쌈으로 먹었을 때 남는 특유의 향이 이 성분입니다. 다만 쿠마린류는 햇빛과 만나면 피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잎이나 뿌리를 오래 다듬은 날에는 손을 씻고 밖에 나가세요.

겹치는 곳과 갈리는 곳

옛 기록과 오늘의 분석이 겹치는 대목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뿌리를 그늘에 말리라고 했습니다. 그늘 건조는 볕에 널어 말리는 방식보다 정유가 덜 날아갑니다. 살이 두껍고 기름진 것을 고르라고 한 기준도 뿌리에 쌓인 성분의 양을 눈과 손으로 가늠한 방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옛 기준이 오늘의 수치를 그대로 뒷받침한다고 읽기 쉽습니다. 그러나 갈리는 곳이 더 뚜렷합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다는 서술은 몸에 들어와 나타나는 느낌을 옛 의학의 말로 옮긴 것이고, 데쿠르신 함량은 기계로 잰 값입니다. 두 서술은 서로를 증명하지 않습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쓰임을 오늘의 효능으로 옮겨 읽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심고, 따고, 먹기

북반구 기준으로 3~4월에 씨를 뿌리고 5월부터 8월까지 잎을 땁니다. 남반구에서는 계절을 반년 옮겨 잡으면 됩니다. 잎은 손바닥만 해지기 전에 따 보세요. 어릴 때 딴 잎이 부드럽습니다. 줄기가 억센 잎은 잎자루를 떼고 잎판만 쓰면 그대로 상에 올릴 수 있습니다.

  • 구운 고기와 쌈으로 싸 먹습니다. 참당귀 잎은 상추보다 두껍고 향이 강해 기름진 고기와 씹었을 때 맛이 맞물립니다.
  • 된장이나 쌈장을 조금만 올려 보세요. 짠맛과 감칠맛이 잎의 향을 눌러 주어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이 덜합니다. 잘게 썰어 된장국에 마지막으로 넣어도 좋습니다.
  • 그늘에 말린 잎은 뜨거운 물에 2~3분만 우립니다. 오래 두면 쓴맛이 올라옵니다. 뿌리를 넣어 진하게 달이는 방식은 약재를 다루는 일에 가까우므로 텃밭 식탁에서는 권하지 않습니다.

오늘 텃밭에 나가면 남은 잎 가운데 잎자루가 가는 것부터 따서 저녁상에 올려 보세요. 심는 달과 거두는 달, 어울리는 재료는 참당귀 도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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