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텃밭 한쪽에서 참당귀 잎이 제 크기로 올라왔습니다. 잎자루를 꺾으면 손끝에 향이 오래 남습니다. 그런데 참당귀를 검색해 찾아오는 사람의 질문은 향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대개 두 가지로 모입니다. 산에서 본 그 풀과 같은 것인지, 먹어도 되는지 말입니다.
나물로 캘 때는 갈리지 않습니다
참당귀(Angelica gigas)와 닮은 풀로 지리강활이 있습니다. 흔히 개당귀라 부르는 독초이고, 심한 중독 사고가 여러 차례 보고된 풀입니다. 두 풀은 꽃이 피면 색으로 나뉩니다. 참당귀는 짙은 자주색, 지리강활은 흰색입니다. 다만 사람이 나물로 캐는 때는 꽃이 피기 훨씬 전입니다. 어린잎일 때는 두 풀을 잎 모양만으로 가리기 어렵습니다.
뿌리를 잘랐을 때 나는 냄새로 가린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그 기준은 같은 풀을 여러 해 다뤄 본 사람의 감각에 기댑니다. 처음 캐 보는 사람이 자기 판단을 걸 자리가 아닙니다. 산에서 캔 것은 먹지 않습니다. 참당귀에서 먼저 지킬 것이 이 한 줄입니다.
이름이 같아도 종이 다르면 성분이 갈립니다
'당귀'라는 이름은 한 가지 풀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참당귀 뿌리에서 주로 나오는 쿠마린(coumarin)류는 데쿠르신(decursin)과 데쿠르시놀 안젤레이트(decursinol angelate)입니다. 왜당귀 뿌리에서는 리구스틸라이드(ligustilide) 계열이 주를 이룹니다. 뿌리 성분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같은 이름으로 오가도 종이 다르면 성분 구성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성분을 살핀 분석일 뿐,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종을 고를 때는 이름표에 적힌 학명을 봅니다. 참당귀는 Angelica gigas입니다. 《동의보감》 草部도 當歸를 두고 산과 들에 나거나 심어 기른다고 적었습니다. 심어 기른 것을 쓰는 쪽은 오래전부터 있던 선택입니다.
확인된 모종에서 시작해 보세요
참당귀는 산형과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북반구 기준으로 3~4월에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고, 5월부터 8월 사이에 잎을 땁니다. 남반구라면 달수를 여섯 달 옮겨 자기 지역의 봄에 맞추면 됩니다. 한국·중국·일본에서 주로 기르고, 한국에서는 산지에 저절로 나기도 합니다.
도시 텃밭이라면 뿌리를 목표로 두지 않아도 됩니다. 뿌리는 여러 해를 두고 굵어지지만, 잎은 심은 해부터 나옵니다. 깊은 화분에서도 잎은 딸 수 있습니다. 종을 확인한 모종을 한 포기 들여 보세요. 고를 때는 작물 도감의 참당귀 항목에 실린 학명과 잎 사진을 옆에 두고 맞춰 보시면 됩니다.
잎은 어릴 때 따서 씁니다
참당귀 잎은 상추보다 두껍고 향이 셉니다. 구운 고기 한 점을 잎에 싸 먹는 쌈(ssam)으로 먹을 때 맛의 균형이 맞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잎이 손바닥만 해지기 전, 어릴 때 딴 것이 부드럽습니다. 줄기가 억센 잎은 잎자루를 떼고 잎판만 씁니다.
향이 부담스럽다면 된장(doenjang, 콩 발효 장)을 곁들여 보세요. 짠맛과 감칠맛이 잎의 향을 눌러 주어 처음 먹는 사람도 먹기 수월합니다. 쌈장은 조금만 올리는 편이 잎 향을 살립니다. 잘게 썰어 국에 마지막으로 넣어도 됩니다. 그늘에 말린 잎은 뜨거운 물에 2~3분만 우리세요. 더 오래 두면 쓴맛이 강해집니다. 뿌리를 진하게 달이는 쪽은 약재 쓰임에 가까워 텃밭에서 다룰 이야기와 다릅니다.
다듬는 손과 약을 먹는 사람
산형과 식물에는 쿠마린 계열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잎즙이 피부에 묻은 채로 강한 햇볕을 오래 쬐면 그 자리가 붉어지거나 물집이 잡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여름 한낮에 많은 양을 다듬는다면 장갑을 끼고, 손에 묻으면 비누로 씻으세요. 아이가 잎을 만지고 논 뒤에도 손을 씻겨 주세요.
약을 먹는 사람은 한 가지를 더 봅니다. 당귀류는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잎을 갑자기 많이 먹거나 진하게 우려 마시는 것은 담당 의사·약사와 상의한 뒤로 미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임신 중이거나 수술을 앞둔 경우도 같습니다. 잎 몇 장을 고기에 싸 먹는 것과 진하게 달여 마시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산에 다녀올 계획이 있어도 당귀는 캐 오지 마시고, 대신 종을 확인한 모종 한 포기를 텃밭이나 화분에 심어 보세요. 그 포기에서 딴 잎은 이름을 의심하지 않고 먹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