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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찔레 열매, 《동의보감》의 영실에서 텃밭 로즈힙차까지

옛 의서가 적은 성질과 맛을 지금의 성분 분석과 견주고, 울타리에서 기르고 거두어 차로 우려 마시는 법까지 살펴봅니다

가을이 깊어 가면 텃밭 울타리를 타고 오른 찔레 덩굴에서, 늦봄에 흰 꽃이 진 가지 끝마다 작은 열매가 붉게 익습니다. 잎이 누렇게 바래도 열매는 한동안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어, 가을 밭일을 하다 손을 뻗으면 닿습니다.

찔레나무(Rosa multiflora)는 한국·일본·중국의 산기슭과 개울가에서 흔히 자라는 들장미입니다. 유럽에서 로즈힙(rose hip)이라 부르며 차로 마시는 장미 열매와 같은 장미속(Rosa)에 듭니다. 이 작은 열매를 옛 의서는 어떻게 적었고, 지금의 성분 분석과는 어떻게 견주어 볼 수 있을까요?

《동의보감》이 적은 영실(營實)

《동의보감》은 찔레 열매를 초부(草部)에 영실(營實)이라는 이름으로 싣고 한글로 '딜위 여ᄅᆞᆷ'이라 적었습니다. 딜위는 찔레의 옛 이름이고, 여ᄅᆞᆷ은 열매를 뜻하던 옛말입니다. 책은 영실을 들장미의 씨라 풀었습니다.

성질은 따뜻하다고 하면서 조금 차다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맛은 시다고 하면서 쓰다는 말도 있다고 했고, 독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줄기에 가시가 많고 덩굴로 자라며 꽃잎은 다섯 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붉은 꽃과 흰 꽃이 모두 있으나 흰 꽃이 피는 것을 좋게 쳤습니다. 흰 꽃을 좋게 친 까닭은 기록에 나오지 않습니다.

거두고 손질하는 법도 남겼습니다. 음력 8~9월에 열매를 따서 장수(漿水, 곡식을 삭혀 신맛을 낸 물)에 버무려 찐 뒤 볕에 말려 썼다고 합니다. 원문과 풀이는 호미클럽 동의보감의 영실 항목에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약재를 다루던 옛 의서의 기록이고 지금의 의학 판단과는 다릅니다. 병을 다스리는 근거로 삼기보다, 한 시대가 이 열매를 어떻게 보았는지 알려 주는 자료로 읽는 편이 알맞습니다.

지금의 성분 분석과 견주어 보기

장미속 열매에 비타민 C(vitamin C)가 들어 있다는 분석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비타민 C는 열에 약한 수용성 비타민이며, 사람 몸은 이 비타민을 스스로 만들지 못해 먹거리로 채웁니다. 열매의 붉은빛과 주황빛은 지용성 색소 무리인 카로티노이드(carotenoid)에서 오고, 질긴 껍질의 결은 식이섬유(dietary fiber)가 이룹니다.

맛에서는 옛 기록과 지금의 분석이 겹칩니다. 《동의보감》은 맛이 시다고 적었고, 비타민 C의 화학 이름은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입니다. 옛사람이 느낀 신맛 가운데 일부는 이 성분에서 왔을 것입니다.

손질에서는 둘이 갈립니다. 옛 기록은 열매를 쪄서 말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분석에서는 비타민 C가 열에 약해 오래 끓이면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찌고 말리는 동안 얼마나 남는지는 이 기록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함량도 하나의 숫자로 옮기기 어렵습니다. 종과 산지, 익은 정도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찔레 열매 한 줌에 비타민 C가 얼마 들었다고 정해 말할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호미클럽은 이 열매를 약보다 제철 먹거리로 소개합니다.

텃밭에서 기르고 거두기

찔레나무는 줄기에 가시가 많고 덩굴로 길게 뻗습니다. 볕이 드는 울타리나 텃밭 가장자리처럼 줄기가 기댈 곳이 있는 자리에 심어 보세요. 심기 좋은 때는 북반구 기준 3~4월입니다. 가지를 정리할 때는 두꺼운 장갑부터 챙기세요.

번지는 속도가 빠른 점도 살펴야 합니다. 북아메리카처럼 원산지 밖에서는 들로 퍼져 심기를 막는 곳이 있으니, 사는 곳의 기준을 먼저 확인해 보세요.

한 해에 두 번 거둡니다. 북반구 기준으로 4~5월에는 연한 새순을, 9~10월에는 붉게 익은 열매를 땁니다. 한국에서는 봄에 찔레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 먹던 이야기가 흔히 전합니다. 달마다 할 일은 찔레나무 작물 도감의 달력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잔털을 걸러 차로 우리기

장미속 열매 속에는 씨를 감싼 짧고 뻣뻣한 털이 빽빽합니다. 이 털이 피부와 목을 자극하므로 서양에서도 로즈힙을 다룰 때 긁어내고 걸러 씁니다. 찔레 열매도 잔털을 걷어 내는 손질부터 합니다.

  • 열매를 갈라 씨와 함께 잔털을 긁어낸 뒤 볕에 말립니다.
  • 말린 열매를 굵게 부숴 뜨거운 물에 넣고, 오래 끓이지 말고 5분 안팎 우립니다.
  • 우린 차는 촘촘한 체로 한 번 더 걸러 남은 털을 뺍니다.

신맛을 살리거나 누그러뜨릴 재료를 곁들여 보세요. 히비스커스를 섞으면 신맛끼리 어울리고 빛깔도 더 붉어집니다. 말린 사과를 조금 넣으면 단맛이 붙어 신맛이 누그러집니다. 꿀은 차가 조금 식은 뒤에 타세요. 유리 주전자에 우리면 빛깔이 보여 우러난 정도를 가늠하기 쉽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울타리의 찔레 열매를 한 줌 따서 잔털부터 긁어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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