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한 귀퉁이에 유독 자라다 만 포기가 눈에 띌 때가 있습니다. 잎은 제철도 아닌데 노랗게 뜨고, 키는 옆 포기의 절반에 그칩니다. 뽑아 보면 뿌리가 잔뿌리 없이 부실합니다. 물도 거름도 똑같이 줬는데 왜 이 자리만 그럴까요? 뿌리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뿌리를 파고드는 눈에 안 보이는 벌레
콩씨스트선충은 몸길이가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작은 선충입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콩 뿌리 속으로 파고들어 한자리에 눌러앉고, 뿌리가 끌어올린 양분을 빨아 먹습니다. 양분을 빼앗긴 콩은 키가 자라다 멈추고, 잎이 일찍 노래지며, 꼬투리도 제대로 여물지 못합니다. 전 세계 콩 농가가 이 벌레 탓에 해마다 수십억 달러어치 수확을 잃습니다. 겉으로는 가뭄이나 거름 부족처럼 보여서 원인을 뒤늦게 아는 경우도 많습니다.
암컷은 알을 밴 채로 죽으면서 몸이 단단한 알주머니로 굳습니다. 이 알주머니 안의 알은 콩이 없는 겨울에도 흙 속에서 여러 해를 버팁니다. 한 번 밭에 들어오면 없애기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콩이 스스로 버티는 힘, 효소 한 곳의 변이
미국 미주리대학교 연구진은 콩이 스스로 이 선충을 견디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 방법은 콩 안에서 만들어지는 한 효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효소는 세포가 양분을 다루는 데 관여하는데, 어떤 콩 품종에서는 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작은 변이가 있습니다. 이 변이를 지닌 콩은 선충이 뿌리 안에 먹이 자리를 만들어도 그 자리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해, 선충이 자라고 번식하기 어려워지는 것으로 관찰됩니다.
연구진은 이 변이가 어떻게 선충을 막는지 하나씩 확인하고 있습니다. 원리가 밝혀지면 농약을 덜 쓰고도 선충에 잘 견디는 콩 품종을 기르는 데 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미 몇몇 저항성 품종이 이런 성질을 지니고 있어, 자연이 갖춘 힘을 살려 병해충을 줄이는 방향입니다.
텃밭에서 콩을 지키는 법
텃밭에서도 콩씨스트선충은 한 번 자리 잡으면 흙 속에 오래 남습니다. 심기 전에 몇 가지만 챙겨 보세요.
- 같은 자리에 콩과 팥을 해마다 잇달아 심지 말고, 옥수수와 벼 같은 화본과 작물과 돌려 심어 보세요. 선충이 좋아하는 뿌리가 없으면 개체 수가 줄어듭니다.
- 유독 자라다 만 포기가 보이면 뿌리를 뽑아 살펴보고, 그 흙은 다른 밭으로 옮기지 마세요. 신발이나 농기구에 묻은 흙으로도 옮겨 갑니다.
- 선충에 강하다고 표시된 품종이 있으면 골라 심어 보세요. 같은 저항성 품종만 여러 해 쓰면 효과가 떨어지니 이따금 다른 품종과 번갈아 보세요.
콩은 두부와 된장, 콩나물로 밥상에 늘 함께하는 작물입니다. 올해 콩을 심을 자리를 정할 때 지난해 그 자리에 무엇을 심었는지 한 번 떠올려 보세요. 돌려짓기 한 줄이 눈에 안 보이는 벌레로부터 콩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