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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ajesh S Balouria on Pexels

건강

오행초라 불린 붉은 줄기 — 쇠비름의 옛 기록과 오늘의 성분

밭둑에 깔려 자라는 다육질 들나물을 《동의보감》은 마치현으로 적었습니다. 그 기록 옆에 오늘의 성분표를 나란히 놓아 봅니다.

9월 텃밭, 고추 지주대 아래를 들여다보면 붉은 줄기가 흙에 붙어 퍼져 있습니다. 두툼한 잎을 손톱으로 누르면 물기가 배어 나옵니다. 봄에 심은 기억이 없는데도 두둑과 밭둑 사이에 깔려 자라는 이 풀이 쇠비름(Portulaca oleracea)입니다.

뽑아 둔 뒤에도 줄기에 남은 물기로 며칠을 더 버티고, 밟힌 자리에서 다시 순을 냅니다. 김매기 때 뽑혀 나가는 풀이지만, 오래전부터 데쳐 먹던 나물이기도 합니다.

《동의보감》은 마치현으로 적었습니다

《동의보감》 채부(菜部)에는 쇠비름이 마치현(馬齒莧)으로 실려 있습니다. 잎이 말의 이빨을 닮아 그 이름이 붙었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자리에 다른 이름도 함께 남겼습니다. 잎은 푸르고 줄기는 붉고 꽃은 노랗고 뿌리는 희며 씨는 검다 하여 오행초(五行草)라고도 불렀다는 기록입니다.

옛 의서에 적힌 쓰임은 그 시대의 판단입니다. 오늘의 근거와는 다르므로 여기서는 이름과 생김새 기록만 옮깁니다. 표제와 풀이는 《동의보감》 마치현 항목에서 한 번에 읽어 보세요.

다섯 빛깔과 오늘의 성분

옛 기록이 남긴 다섯 빛깔 가운데 오늘의 성분으로 설명되는 것도 있을까요? 붉은 줄기가 그렇습니다. 쇠비름에 든 베타레인(betalain)이라는 색소가 볕이 강할수록 진해집니다. 두둑 가장자리에서 온종일 해를 받은 줄기가 그늘진 고랑의 줄기보다 붉습니다.

잎을 씹을 때 나는 새콤한 맛은 옥살산과 사과산이 냅니다. 데치면 미끈해지는 것은 점액질 다당 때문입니다. 쇠비름은 잎채소 가운데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ALA) 함량이 높은 편입니다. 다만 성분이 많다는 것과, 그것을 먹은 사람의 몸이 달라지는지는 별개입니다. 뒤쪽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심기와 거두기

더위와 마른 땅을 견디는 풀이라 손이 적게 갑니다. 북반구 기준 4~6월에 씨를 뿌리고 6~9월에 순을 잘라 거둡니다. 남반구라면 10~12월에 뿌려 12~3월에 거둡니다.

  • 볕이 온종일 드는 자리에 흩뿌리고, 씨가 잘아 흙은 얇게만 덮어 주세요.
  • 밑동까지 자르지 말고 위쪽 순만 잘라 두면 곁순이 다시 올라옵니다.
  • 노란 꽃이 지고 검은 씨가 여물면 이듬해에 저절로 올라옵니다. 퍼뜨리고 싶지 않다면 꽃이 질 무렵 거둬 주세요.

심는 달과 거두는 달, 성분과 궁합은 쇠비름 작물 도감에서 달력과 함께 확인해 보세요.

데쳐서 먹는 법

끓는 물에 잠깐 데친 뒤 찬물에 헹굽니다. 물기를 꼭 짜야 무침이 묽어지지 않습니다. 여름과 초가을 순이 연해 먹기 좋습니다.

  • 초고추장(식초를 섞은 고추장 양념): 데친 쇠비름에 이미 신맛이 있어 잘 어울립니다.
  • 들기름과 깨: 고소한 들기름을 두르면 미끈한 질감이 한결 먹기 편해집니다. 알파리놀렌산도 지방이라 기름과 함께 먹는 편이 낫습니다.
  • 두부와 멸치: 옥살산이 장에서 칼슘과 먼저 결합하도록 칼슘이 많은 재료를 곁들이는 방법입니다. 데친 무침에 두부를 올리면 부담이 덜합니다.

오늘 김매기를 나간다면 밭둑의 붉은 줄기를 한 줌만 남겨 두세요. 9월 순은 아직 연합니다. 데쳐서 물기를 짜고 초고추장에 무치면 저녁상에 한 접시가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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