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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átia Matos on Pexels

동의보감

아욱, 동의보감이 본 건강

차가운 성질로 장을 윤택하게 하고 소변을 돕는 아욱, 동의보감은 통변과 이뇨의 채소로 보았습니다.

텃밭 한 귀퉁이의 아욱

호미님, 봄이 깊어지면 텃밭 한 귀퉁이에 아욱이 부쩍 올라옵니다. 손바닥처럼 펼쳐진 둥근 잎이 비 한 번 지나가면 또 한 뼘 자라 있어, 솎아 주지 않으면 금세 빽빽해지는 부지런한 작물입니다. 데쳐서 한 줌 쥐어 보면 잎에 묻어나는 미끈한 점액이 느껴지는데, 바로 이 점액질이 아욱을 아욱답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집에서는 된장을 풀어 끓인 아욱국 한 그릇으로 가장 자주 만납니다. 산후 회복식으로 아욱국을 끓이는 풍습도 오래되었지요. 일상에서 무심히 먹어 온 이 채소를, 옛 의서인 동의보감은 어떻게 기록했는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봅니다

동의보감은 아욱(규채, 葵菜)을 차가운 성질에 단맛이 약하게 있고 독은 없는 채소로 보았습니다. 약 기운이 가닿는 곳은 대장·방광·소장으로, 비뇨와 통변에 작용한다고 기록했습니다. 한마디로 장을 다스리고 물길을 트는 채소로 자리매김한 셈입니다.

동의보감이 아욱에서 가장 주목한 효능은 장을 윤택하게 하여 변을 통하게 하는 작용(윤장통변, 潤腸通便)입니다. 잎에 풍부한 점액질이 변비를 부드럽게 풀어 준다고 보아, 변비나 소변이 시원찮은 증상의 처방에 자주 활용했습니다. 부종이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쓰는 이뇨 작용도 함께 기록했고, 임산부의 부종에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채소로 보았습니다.

산모와 관련된 기록도 눈에 띕니다. 동의보감은 아욱이 산후 모유 분비가 부족할 때 젖을 돌게 하는 하유(下乳) 작용과 함께 산후 변비를 동시에 다스린다고 보았습니다. 한국의 산모 회복식으로 아욱국이 자리 잡은 데에는 이런 전통적 관점이 깔려 있습니다. 또한 잎의 점액질이 위와 장, 기관지의 점막을 부드럽게 감싸 준다고 보았고, 음식이 정체되어 속이 불편할 때 그 기운을 풀어 주는 채소로도 다루었습니다. 씨앗인 동규자(冬葵子)는 환이나 가루약으로 한약 처방에 따로 쓰였습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동의보감이 점액질에서 통변과 점막 보호를 읽어 낸 대목은, 오늘날 영양학에서 이야기하는 식이섬유와 뮤실리지(mucilage)의 작용과 결이 닿아 있습니다. 아욱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로 알려져 있는데, 섬유질이 장운동을 돕고 변을 부드럽게 한다는 점은 옛 의서의 윤장통변 관점과 자연스럽게 겹칩니다.

데쳤을 때 묻어나는 미끈한 점액 또한 단순한 식감을 넘어, 동의보감이 점막을 진정시키는 성질로 보았던 바로 그 성분입니다. 다만 호미님, 이런 견줌은 어디까지나 전통 기록과 일반 상식을 나란히 놓아 보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아욱이 어떤 증상을 낫게 한다고 단정하기보다, 옛사람들이 이 채소를 어떤 눈으로 먹어 왔는지를 이해하는 쪽이 더 알맞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거둔 아욱은 잎과 줄기를 가볍게 주물러 씻은 뒤 쓰면 됩니다. 주무르는 동안 거품이 일고 미끈한 점액이 빠지는데, 이 점액질이야말로 동의보감이 장을 윤택하게 하고 점막을 진정시키는 성질로 보았던 부분이니, 너무 박박 씻어 내기보다 알맞게 손질하시면 좋겠습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된장을 풀어 끓이는 아욱국이고, 부드럽게 먹고 싶을 때는 쌀과 함께 푹 끓인 아욱죽으로, 한 접시 반찬으로는 살짝 데쳐 무침으로 냅니다. 끓일 때는 줄기의 질긴 겉껍질을 한 겹 벗겨 주면 한결 부드럽습니다. 동의보감에서 환이나 가루약으로 다룬 동규자(冬葵子, 아욱씨)와 달리, 텃밭에서 거두는 잎과 줄기는 일상 식재료로 편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한 가지만 챙겨 두시면 좋겠습니다. 아욱은 차가운 성질이라, 평소 손발이 차고 무른 변이나 설사 기미가 있는 호미님이라면 된장·고추장·생강처럼 따뜻한 양념을 넉넉히 곁들이는 편이 잘 맞습니다. 또 임신 초기에는 잎과 줄기는 안전하게 드셔도, 씨앗인 동규자를 많이 쓰는 것은 자궁 수축 우려가 있어 피하는 편이 좋다고 전합니다.

무심히 끓여 온 아욱국 한 그릇에도 이렇게 오래 쌓인 관점이 담겨 있습니다. 텃밭에서 한 줌 솎아 식탁에 올리는 동안, 호미님의 저녁이 한결 든든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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