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플라워를 수확할 때 손이 먼저 가는 것은 하얗게 여문 가운데 꽃봉오리입니다. 큰 바깥 잎은 잘라 내어 퇴비통으로 보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부피가 크고 질겨 보여 먹을 만하지 않다고 여기기 쉬운 탓입니다. 그런데 그 잎에 단백질이 꽤 들어 있습니다.
잎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콜리플라워(cauliflower) 잎은 꽃봉오리가 자라는 동안 광합성을 담당합니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C, 칼슘, 철분 같은 성분이 잎 조직에 쌓입니다. 꽃봉오리가 여물기까지 잎은 몇 달 동안 계속 자라므로, 성분이 축적되는 시간도 충분합니다. 꽃봉오리만 먹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잎의 성분을 따로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았을 뿐입니다.
잎 세포벽은 두꺼운 편입니다. 데치거나 볶는 방식으로 조리하면 식이섬유와 비타민은 섭취할 수 있지만, 단백질은 세포벽 안에 갇혀 소화 흡수율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먹을 수 있는 재료임에도 단백질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초음파로 세포벽을 열다
호주 RMIT대학교(RMIT University) 연구진은 콜리플라워 잎에 초음파(ultrasound)를 가하면 세포벽이 열리면서 안에 묶여 있던 단백질이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고온이나 강한 화학 처리 없이 단백질을 분리할 수 있어 단백질 변성이 적다는 점도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추출한 단백질이 식품 제조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품질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식품 단백질 원료는 대두, 완두, 귀리 같은 작물에서 주로 옵니다. 채소 수확 후 버려지는 잎이나 줄기에서 단백질을 뽑는 기술이 실용화되면, 원재료 낭비를 줄이면서 단백질 원료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콜리플라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확 뒤 버려지는 다른 채소 부위에도 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텃밭에서 잎을 챙겨 보세요
초음파 설비를 가정 부엌에 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잎에 영양 성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수확 후 잎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콜리플라워 잎은 조리하면 충분히 먹을 수 있습니다. 어린 잎은 데쳐서 쌈 채소나 나물로, 다 자란 잎은 된장국이나 볶음 재료로 씁니다. 수확 직후 신선할 때 쓰는 것이 좋습니다.
텃밭에서 콜리플라워를 거두고 나면 바깥 잎 한두 장을 따로 챙겨 두세요. 소금물에 가볍게 데친 뒤 참기름과 들깨가루에 버무리면 반찬 한 가지가 됩니다. 줄기도 껍질을 벗기면 볶음이나 국거리로 씁니다. 잎이 많다면 데쳐서 물기를 꼭 짠 뒤 냉동 보관해 두세요. 국이나 볶음에 넣을 때 꺼내 쓰면 됩니다. 퇴비통으로 가던 재료가 냄비 하나로 식탁에 오릅니다.
참고 RMIT대학교, 콜리플라워 잎 초음파 단백질 추출 연구,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