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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gda Ehlers on Pexels

제철

배추 심는 계절에 읽는 김치 유산균 이야기

김치에서 골라낸 젖산균 세 종이 소화 효소와 산화를 얼마나 줄이는지 살핀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북반구 기준으로 8월 말이면 배추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시기입니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속이 차는 채소라 자라기 좋은 온도가 18~20℃ 안팎이고,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인 뒤에 심어 가을 찬 바람을 맞혀야 잎이 두툼하게 여뭅니다. 그렇게 거둔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와 마늘에 버무려 두면 김치(kimchi, 소금에 절인 채소를 발효시켜 저장하는 음식)가 됩니다.

김치를 익히는 균

절인 배추 표면에는 원래부터 여러 미생물이 붙어 있습니다. 소금 농도가 올라가고 산소가 줄어들면 그 가운데 젖산균(lactic acid bacteria)만 남아 수가 늘어납니다. 젖산균은 채소에 든 당을 젖산으로 바꾸고, 그러면서 국물이 시어집니다. 산도가 올라간 국물에서는 음식을 상하게 하는 균이 늘어나기 어렵습니다. 김치를 오래 두고도 먹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한 연구진이 김치에서 젖산균을 분리해 성질이 좋은 세 균주를 골라냈습니다.

  • 레빌락토바실루스 브레비스(Levilactobacillus brevis)
  • 류코노스톡 락티스(Leuconostoc lactis)
  • 바이셀라 시바리아(Weissella cibaria)

류코노스톡과 바이셀라는 김치가 익기 시작하는 초기에 많이 나오는 이름이고, 브레비스는 신맛이 오른 뒤까지 남습니다. 그러면 이 균들이 몸에 들어가서는 무엇을 할까요?

식후 혈당이 천천히 오르도록

밥이나 빵의 녹말은 그대로 흡수되지 않습니다. 침과 이자에서 나오는 알파아밀라아제(α-amylase)가 녹말을 짧게 자르고, 작은창자 벽의 알파글루코시다아제(α-glucosidase)가 그것을 포도당까지 쪼갠 다음에야 몸으로 들어갑니다. 이 두 효소가 느리게 움직이면 식사 뒤 혈당이 오르는 속도도 완만해집니다.

세 균주 가운데 브레비스 균주가 두 효소를 가장 많이 억제했습니다. 시험관에서 알파글루코시다아제 활성은 약 72%, 알파아밀라아제 활성은 약 64% 낮아졌습니다. 다만 이 값은 균 배양액을 효소와 직접 섞어 본 결과입니다. 사람이 김치를 먹었을 때 같은 폭으로 나타난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식후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 준 단계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위산과 담즙을 견디는가

먹은 균이 장까지 살아서 닿아야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위 속은 pH 2 안팎으로 산이 강하고, 작은창자로 넘어가면 담즙산이 균의 세포막을 상하게 합니다. 실험에서 브레비스와 바이셀라 균주는 pH 2.0에 두었다가 옮겼을 때 절반 넘게 살아남았고, 담즙산 0.6% 환경에서는 세 균주 모두 수가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균 표면이 서로 뭉치는 성질과 장 세포에 달라붙는 성질도 브레비스 균주에서 가장 뚜렷했습니다.

항산화 쪽에서는 브레비스 균주가 폴리페놀(polyphenol)을 1g당 4.20mg으로 가장 많이 지녔고, 산화를 일으키는 물질을 없애는 두 가지 시험에서도 값이 높게 나왔습니다. 세 균주 모두 적혈구를 깨뜨리지 않았고 흔히 쓰는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 후보를 고를 때 먼저 확인하는 안전 조건입니다. 다만 아직 시험관과 세포 배양 단계이므로, 사람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더 확인해야 합니다.

가을 배추로 김치를 담글 때

텃밭에서 거둔 배추로 김치를 담근다면 익히는 온도부터 챙겨 보세요. 상온에 오래 두면 신맛을 내는 균만 빠르게 늘고 균의 다양성은 줄어듭니다. 버무린 김치를 하루쯤 상온에 두어 발효를 시작한 뒤 4~10℃로 옮겨 천천히 익히면 젖산균 수가 더 오래 유지됩니다.

함께 넣는 재료도 살펴보세요. 쪽파·갓·무는 배추와 같이 발효되면서 국물의 당과 향을 채워 줍니다. 익은 김치는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하루 한 접시 정도로 나눠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 절이는 데 쓴 소금이 함께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오늘 배추 모종에 물을 줄 때, 두 달 뒤 그 잎을 어느 온도에서 익힐지 자리부터 정해 두세요. 김치냉장고 한 칸이든 볕이 들지 않는 창고든, 온도가 일정한 곳이면 됩니다.

참고: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 학술지에 실린 김치 유래 젖산균의 프로바이오틱 가능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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