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에서 9월은 텃밭 대추가 붉게 익기 시작하는 때이고, 소나무 숲 비탈에서는 복령을 캐는 철입니다. 복령은 소나무 원목을 땅에 묻고 종균을 넣어 기릅니다. 또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화강암이 풍화된 굵은 모래흙) 비탈이 있어야 자랍니다. 그래서 도시 텃밭에서 기르는 사람은 드물고, 대개 말린 덩이나 편, 가루를 약재상에서 사서 부엌에서 씁니다.
소나무 뿌리에 붙어 자라는 흰 덩이
복령은 갓을 세우지 않는 균입니다. 소나무 뿌리와 그루터기에 붙은 균사가 뭉쳐 굳으면서 땅속에 덩이, 곧 균핵을 짓습니다. 겉은 검고 잔주름이 지며 속은 희고 단단합니다. 흙 위로는 아무 자취도 드러나지 않아 캐 보기 전에는 자리를 알기 어렵습니다. 속이 흰 것을 백복령이라 부르고, 떡·죽·차에 섞어 먹는 것도 주로 백복령입니다.
생육 적온은 22~28℃이고 균사는 20℃대 후반에서 가장 잘 뻗습니다. 덩이는 땅속에서 겨울을 나지만, 여름에 비가 길게 이어져 물이 고이면 썩습니다. 북반구 기준 4~5월에 종균을 넣고 9~10월에 거둡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나고 한국·일본에서도 기르며, 미국에서는 자생합니다. 지금 팔리는 복령은 대부분 재배품입니다.
맛이 옅은 복령에 든 성분과 옛 기록
백복령은 맛이 순해 함께 넣은 재료의 맛을 거의 바꾸지 않습니다. 여러 연구진이 복령에서 두 가지 성분을 분리해 보고했습니다. 베타글루칸 계열 다당류인 파키만과 파키믹산 계열 트리테르펜 화합물입니다. 다만 이 연구들은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밝힌 분석이며, 병을 막거나 고친다는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동의보감》은 목부(木部)에 복령(茯苓)을 싣고, 성질이 평하고(차지도 뜨겁지도 않다는 뜻)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솔진(소나무 진)이 땅에 들어가 천 년이 지나 복령이 된다는 옛 설명도 함께 실었습니다. 지금은 복령을 소나무 뿌리에서 자라는 균의 균핵으로 분류합니다. 이 설명과는 다르지만, 소나무와 함께 난다는 점은 옛 기록과 지금의 분류가 같습니다. 옛 의서의 서술은 지금의 의학 판단과 구별해 읽어야 합니다.
복령의 식이섬유는 물에 잘 녹지 않는 다당류에서 옵니다. 가루가 물에 잘 풀리지 않는 것도 이 다당류 때문일 것입니다.
쌀가루에 섞어 찐 떡
떡을 찔 때 백복령 가루를 조금 섞어 보세요. 처음에는 쌀가루 10에 복령 가루 1쯤으로 잡습니다. 쌀가루가 300g이면 복령 가루는 30g 정도입니다. 쌀가루를 체에 내릴 때 복령 가루를 함께 내리면 고루 섞입니다. 맛은 거의 달라지지 않고 질감이 도톰해집니다.
죽에는 불을 끄기 직전에 풉니다
죽은 복령 가루를 넣는 때에 따라 맛과 질감이 달라집니다. 가루를 넣고 오래 끓이면 죽이 텁텁해집니다. 우선 가루를 찬물에 개어 두세요. 죽이 거의 다 되면 불을 끄기 직전에 갠 가루를 붓고 고루 저어 주세요.
대추·생강과 함께 달인 차
복령 편은 대추, 생강과 함께 달여 차로 마셔 보세요.
- 편으로 썬 복령과 대추, 생강을 물에 함께 넣습니다.
- 20분쯤 달인 뒤 건더기를 걸러 냅니다.
- 남은 복령 편은 두 번까지 다시 달여 씁니다.
찻잔에서는 대추의 단맛이 먼저 느껴집니다. 복령이 맛을 거의 내지 않으니 차의 단맛은 주로 대추에서 옵니다.
이번 주 죽을 쑤는 날, 백복령 가루를 찬물에 조금 개어 두었다가 마지막에 풀어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木部 茯苓 · 한국 농촌진흥청 농사로 작물 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