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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ominik Rheinheimer on Pexels

건강

떫은 도토리가 묵 한 그릇이 되기까지

탄닌은 물에 우러나고 전분은 식으면서 굳습니다 — 가을 참나무 아래에서 밥상까지

9월 산기슭 참나무 아래에는 도토리가 그대로 떨어져 있습니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또 몇 개가 떨어집니다. 지금이 거두는 때입니다. 다만 갓 주운 열매를 그대로 깨물면 혀가 오그라들 만큼 떫습니다. 그 떫은맛을 덜어 내는 손질을 거쳐야 도토리가 먹을거리가 됩니다.

두 해가 걸려 여무는 열매

도토리는 상수리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무리의 열매입니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꽃이 핀 이듬해 가을에 열매가 익어 두 해가 걸리고, 신갈나무와 졸참나무는 그해 가을에 익습니다. 꽃은 겨울 추위를 채운 뒤 봄 기온이 오르면 틉니다. 볕이 잘 드는 트인 비탈에서 자라고 그늘에서는 자라지 못합니다. 잘 자라는 온도는 15~25℃이고, 5~32℃ 사이에서 견딥니다. 북반구 기준 9~10월이 줍는 때이며, 묘목을 심는다면 3~4월입니다. 한국·중국·일본의 산에서 저절로 자라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많이 납니다.

떫은맛은 탄닌에서 옵니다

도토리의 떫은맛은 탄닌에서 옵니다. 탄닌은 폴리페놀에 속하는 성분입니다. 성분을 두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탄닌은 물에 잘 우러납니다. 그래서 껍질을 까서 말린 뒤 갈아 둡니다. 여기에 물을 붓고 여러 번 갈아 주면 떫은맛이 빠집니다. 손질에 며칠이 걸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번에 다 빠지지 않아 물을 갈고 기다리기를 되풀이합니다.

가라앉은 앙금이 굳어 묵이 됩니다

물을 여러 번 갈아 준 뒤 그릇 바닥에 가라앉는 흰 앙금이 도토리묵의 재료입니다. 이 앙금의 주성분은 전분입니다. 전분은 물과 함께 끓이면 물을 머금고 풀어졌다가, 식으면서 다시 얽혀 굳습니다. 묵이 숟가락으로 떠질 만큼 무르면서도 썰면 모양이 남는 것은 그 성질 덕분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도토리묵가루는 이 앙금을 말려 둔 것이라, 집에서 가루로 시작해도 끓이고 식히는 과정은 같습니다. 완성된 묵은 나머지 대부분이 수분이어서, 맛이 옅고 무릅니다.

한 접시를 이렇게 차려 보세요

묵은 맛이 옅으니 곁들이는 것이 맛을 정합니다. 오늘 상에 올린다면 셋 중 하나로 시작해 보세요.

  • 양념간장 — 굵게 썬 묵에 간장·참기름·고춧가루·다진 파를 섞은 양념을 끼얹습니다. 썰어 두면 물이 나오니 낼 때 썰어 보세요.
  • 도토리묵무침 — 시게 익은 김치를 잘게 썰고 상추나 깻잎을 손으로 뜯어 함께 버무립니다. 묵이 부서지지 않게 큰 그릇에서 살살 섞고, 참기름은 마지막에 두르고 깨는 그 위에 뿌려 주세요.
  • 묵밥 — 멸치와 다시마로 낸 국물에 채 썬 묵과 밥을 말고 김가루와 김치를 얹습니다.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뜨겁게 냅니다. 묵은 오래 끓이면 풀어지니 국물에 넣고 바로 내 보세요.

옛 책에 적힌 이름, 오늘 지킬 선

《동의보감》 목부(木部)에는 도토리가 상실(橡實)로 실려 있고, 한글 이름을 '굴근 도토리'라 적어 두었습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쓰며 떫고 독이 없다고 했으며, 열매를 담은 깍정이는 조두(皂斗)라 불렀습니다. 껍질과 열매를 함께 쓰되 볶아서 썼다는 대목도, 흉년에 주림을 넘기게 했다는 말도 남아 있습니다. 옛 의서의 서술일 뿐, 오늘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도토리는 다람쥐와 멧돼지를 비롯한 산짐승의 겨울 먹이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국립공원과 자연공원 안에서 줍는 일이 법으로 막혀 있습니다. 주울 때는 나무를 두드려 떨지 말고 바닥에 떨어진 것만 거두어 주세요.

오늘 산기슭에 들른다면 떨어진 것으로 한 줌만 주워 오세요. 돌아와서 할 일은 그 한 줌을 바람 드는 자리에 펴 널어 말리는 것까지입니다. 껍질을 까고 갈아서 우려내는 일은 마른 뒤에 시작합니다.

출처: 《동의보감》 목부(木部) 상실(橡實)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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