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this page in English →

Photo by Ariokh Thio on Pexels

건강

《동의보감》이 차고 달다고 적은 줄풀, 가을에 흰 속대를 거둡니다

옛 의서는 많이 먹지 말라고 했고, 오늘의 성분표에는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다고 적혀 있습니다. 북반구 기준 9~10월, 물통에서 거둔 속대를 볶고 무쳐 드셔 보세요.

북반구의 9월 중순, 물을 채워 둔 큰 고무통에서 줄풀 잎이 길게 자라 바람에 흔들립니다. 포기 밑동을 벌려 보면 초록 껍질에 싸인 대가 불룩하게 부풀어 있습니다. 줄풀(Zizania latifolia)은 물가에서 자라는 큰 풀입니다. 이 무렵부터 10월까지가 흰 속대를 거두는 철입니다. 1613년 한국에서 간행된 의서 《동의보감》에도 이 풀이 실려 있습니다.

《동의보감》이 기록한 고근(菰根)

《동의보감》은 풀 항목인 초부(草部)에 줄풀을 고근(菰根), 곧 줄풀 뿌리라는 이름으로 올렸습니다. 성질은 몹시 차고(大寒)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無毒)고 적었고, 많이 먹지 말라는 단서를 함께 달았습니다. 물에서 자라며 잎은 사탕수수나 물억새를 닮았고, 오래된 뿌리는 얽혀 두툼하다고 생김새도 밝혔습니다. 먹는 부위에는 이름을 따로 붙였습니다.

  • 고채(菰菜): 여름에 포기에서 돋는 버섯 같은 것입니다.
  • 고수(菰首): 삼 년 넘은 포기 한가운데서 오르는 희고 연한 대입니다. 지금 거두는 흰 속대에 해당합니다.
  • 조호미(彫胡米): 가을에 여무는 낟알로, 밥을 지어 먹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이 내용은 옛 의서의 기록이며, 오늘의 의학 판단과는 다릅니다. 원문과 풀이는 호미클럽 동의보감의 고근 항목에서 읽어 보세요.

흰 속대는 왜 어떤 포기에만 들까요?

《동의보감》은 흰 대가 삼 년 넘은 포기에서 오른다고 적었습니다. 식물병리학과 작물학은 이 속대가 생기는 까닭을 균에서 찾습니다. 깜부기균(smut fungus)의 한 종인 Ustilago esculenta가 포기에 들어가면, 새로 오르는 대의 아랫부분이 굵게 부풀어 흰 속대가 됩니다.

연구자들은 균이 들지 않은 포기는 꽃대를 올리고 속대가 들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관찰했습니다. 이 내용은 조직이 생기는 과정에 관한 분석이며, 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성분으로 본 같은 점과 다른 점

오늘의 영양 자료에는 줄풀 속대와 낟알의 성분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수분: 물이 많아 부피에 비해 열량이 낮습니다.
  • 식이섬유: 죽순과 비슷하게 씹히는 맛을 냅니다.
  • 칼륨: 채소에 널리 들어 있는 무기질로, 줄풀에만 있는 성분은 아닙니다.
  • 전분: 밥을 지어 먹던 조호미 낟알의 주성분입니다.

같은 점은 먹는 부위에 있습니다. 《동의보감》이 먹었다고 적은 흰 대와 낟알을 오늘의 자료도 먹거리로 다룹니다. 흰 대는 섬유질이 씹히는 채소로, 낟알은 전분이 든 곡물로 봅니다. 다른 점은 몸에 미치는 작용을 따지는 기준에 있습니다. 옛 의서는 차고 더운 성질로 보았고, 현대 영양학은 성분과 열량으로 봅니다. 그래서 '차다'는 기록을 성분표의 수치로 옮길 수는 없고, 옛 기록은 옛 기록대로 읽는 편이 낫습니다.

물통에 기르고, 가을에 거두어 먹기

줄풀은 물에서 자라므로 물이 새지 않는 큰 통에서 기르면 알맞습니다. 북반구 기준 4~5월에 통에 흙을 깔고 포기를 심은 뒤, 흙이 늘 물에 잠기도록 물을 채워 두세요. 속대는 균이 든 포기에 들기 때문에, 씨앗보다는 속대를 거둔 적이 있는 포기를 나눠 받아 심으세요. 여름에 꽃대를 올리는 포기는 균이 들지 않았을 수 있으니 따로 표시해 두세요.

9~10월에 밑동이 눈에 띄게 불룩해진 포기부터 대를 잘라 거두고, 겉껍질을 벗겨 흰 속대를 씁니다.

  • 센 불에 볶기: 어슷하게 썰어 기름에 센 불로 볶습니다. 물이 많은 재료라 약한 불에 두면 물러집니다. 소금 간만 해도 재료 맛이 그대로 남습니다.
  • 데쳐 무치기: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뒤 참기름과 소금으로 무칩니다. 데친 물은 버립니다. 나물로 먹는 셈이라, 죽순 무침을 해 봤다면 손질이 낯설지 않습니다.
  • 국물 내기: 밑동 쪽 단단한 부분은 씹기에 억세니 썰어 국물에 넣어 보세요. 단맛이 우러납니다.

수분이 많아 한 끼 양을 늘려도 열량은 적게 보탭니다. 다만 《동의보감》의 단서를 따라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반찬 한 접시 정도로 곁들여 보세요. 심는 달과 거두는 달, 어울리는 조리법은 줄풀 작물도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통 속 줄풀 밑동을 벌려 불룩한 대가 있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출처: 허준, 《동의보감》 탕액편 草部 「고근(菰根)」(《본초》 인용).

이 글 공유하기
0%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