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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동의보감》이 적은 야자, 텃밭 식탁의 코코넛

400여 년 전 의서가 남긴 흰 속살과 젖 같은 즙의 기록을 오늘의 성분 분석과 견주어 봅니다

북반구의 10월 텃밭에는 고추 포기에 마지막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서리 전에 풋고추를 한 바구니 거두면 저녁으로 매운 국물이 생각나고, 카레나 똠얌을 끓이는 집이라면 찬장에서 코코넛밀크 캔을 꺼냅니다. 온대 텃밭에서는 열매를 얻기 어려운 작물이 텃밭 채소와 한 냄비에 들어가는 셈입니다. 400여 년 전 의서는 이 열매를 어떻게 적었을까요?

《동의보감》이 적은 야자(椰子)

《동의보감》은 허준이 엮어 1613년 조선에서 펴낸 의서로, 코코넛을 야자(椰子)라는 이름으로 果部(과일 항목)에 실었습니다. 열매는 박만 하고 겉은 종려나무 껍질 같은 거친 껍질로 덮여 있으며, 그 안에 둥글고 단단한 껍데기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껍데기 속 살은 돼지비계처럼 희고 맛은 호두를 닮았으며, 살 안쪽에 젖 같은 즙이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이 항목에는 【唐】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조선에서 나지 않아 바깥에서 들여오던 약재에 붙인 표시로, 책은 이 열매가 남쪽 바다 밖 몹시 더운 땅에서 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옛 의서의 서술은 오늘의 판단과 다르므로,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성분 분석으로 따로 살펴야 합니다. 원문 풀이는 호미클럽 《동의보감》 야자 항목에서 더 읽을 수 있습니다.

흰 속살과 즙을 성분표로 다시 보면

오늘날 시장에 나오는 코코넛밀크는 흰 속살을 갈아 짜낸 것이고, 코코넛오일은 이 속살에서 얻은 기름입니다. 코코넛오일을 분석하면 지방산의 대부분이 포화지방산이고, 그중 탄소 열두 개짜리인 라우르산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합니다. 이 기름이 24℃ 안팎에서 녹고 그 아래에서 하얗게 굳는 것도 이 조성 때문입니다. 《동의보감》이 돼지비계에 견준 흰 살의 성질을 오늘의 분석은 지방산 이름으로 설명합니다.

껍데기 안의 즙은 요즘 코코넛워터라는 이름으로 따로 팝니다. 《동의보감》의 '젖 같은 즙'은 이 물을 가리킨 것으로 보입니다. 코코넛워터는 과일즙 가운데 칼륨이 비교적 많은 편이며, 열매가 익은 정도와 산지에 따라 그 양이 달라진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속살에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식이섬유도 들어 있습니다.

옛 기록은 생김새와 맛, 나는 땅으로 열매를 설명했습니다. 반면에 오늘의 분석은 지방산과 무기질을 잽니다. 이 분석은 성분 조성을 밝힌 것이며 질병을 막거나 고친다는 결과는 아닙니다. 코코넛오일을 몸에 좋은 기름으로 내세우는 광고가 많지만, 분석으로 확인된 사실은 포화지방이 대부분인 기름이라는 데까지입니다.

텃밭에서 기를 수 있을까요?

코코넛을 맺는 야자나무는 인도네시아·필리핀·인도 같은 열대 해안 지역에서 많이 기릅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몹시 더운 땅'과 조건이 같습니다. 서리가 내리는 온대 기후에서는 나무가 바깥에서 겨울을 나기 어렵고, 열매를 거두기는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호미클럽 코코넛 도감에도 심는 달과 거두는 달이 비어 있습니다.

온대 텃밭에서는 코코넛과 한 냄비에 들어갈 채소를 챙겨 보세요. 서리 전에 남은 고추와 바질을 거두어 두면 코코넛밀크 카레에 넣을 수 있습니다. 열대에서 자란 열매는 지방이 많은 속살과 칼륨이 든 즙을 주고, 텃밭의 고추와 바질은 매운맛과 향을 보탭니다.

코코넛밀크와 오일, 이렇게 써 보세요

  • 카레·똠얌: 매운 국물에 코코넛밀크를 넣으면 매운맛이 부드러워지고 국물이 진해집니다. 끓는 국물에 한꺼번에 부으면 지방이 분리되므로 먼저 불을 줄이고 두세 번에 나눠 넣어 보세요. 캔은 흔들어 열고, 위에 굳은 크림층까지 함께 쓰세요.
  • 코코넛라이스: 밥물의 일부만 코코넛밀크로 바꿔 지어 보세요. 기름기가 밥알에 배어 고소해집니다. 물을 모두 바꾸면 밥이 질어지기 쉽습니다. 동남아시아의 망고찰밥도 쌀과 코코넛밀크를 함께 씁니다.
  • 구운 코코넛칩: 말린 코코넛 슬라이스를 마른 팬이나 오븐에 살짝 구우면 향이 진해집니다. 금방 타므로 노릇해지는 순간 불을 끄고, 샐러드나 요거트 위에 뿌려 보세요.
  • 기름 고르기: 압착 코코넛오일은 코코넛 향이 요리에 그대로 옮겨 갑니다. 향을 원하지 않는 볶음이나 구이에는 정제한 것을 쓰세요. 굳었다 녹기를 되풀이해도 성질은 달라지지 않으니, 병째 하얗게 굳어 있어도 그대로 쓰면 됩니다.

다만 코코넛오일은 포화지방이 대부분이므로, 볶음 기름을 모두 이것으로 바꾸기보다 올리브유 같은 다른 기름과 번갈아 쓰는 편이 무난합니다. 코코넛워터는 제품마다 칼륨 양이 다르니, 칼륨 섭취를 조절하라는 안내를 받은 사람이라면 마시기 전에 영양 표시를 확인해 보세요.

오늘 저녁에는 서리 전에 거둔 고추를 썰어 넣고, 코코넛밀크를 두 번에 나눠 부어 카레를 끓여 보세요.

출처: 허준, 《동의보감》 탕액편 果部 「椰子」(1613) · 호미클럽 작물 도감 성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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