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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동의보감》이 달다고 적은 띠뿌리, 지금 텃밭에서 다시 읽기

400여 년 전 의서가 적은 성질·맛·손질법을 지금의 성분 분석과 견주고, 번지기 쉬운 이 풀을 기르고 달이는 법까지 살펴봅니다.

가을걷이를 마친 텃밭 가장자리를 정리하다 보면, 볕이 잘 드는 둔덕에 좀처럼 뽑히지 않는 질긴 풀이 있습니다. 힘주어 당기면 흰 뿌리줄기가 길게 딸려 나옵니다. 봄이면 흰 이삭이 피는 띠(Imperata cylindrica, 영어 이름 cogon grass)입니다. 17세기 초 조선의 의관 허준이 엮은 의서 《동의보감》은 이 뿌리를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띠뿌리

《동의보감》은 띠의 뿌리를 草部(풀 부류)에 모근(茅根)으로 싣고 한글 이름 '띠뿌리'를 함께 적었습니다. 성질은 차다고 하면서 서늘하다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곧 백모근(白茅根)이며 곳곳에 난다고 산지도 밝혔습니다.

음력 유월, 양력으로는 대개 7월 무렵에 뿌리를 캐 볕에 말린다는 손질법도 남겼습니다. 꽃인 모화(茅花)와 갓 돋은 뾰족한 순인 모침(茅針)도 같은 항목에 갈라 실었습니다. 원문과 풀이는 호미클럽의 동의보감 띠뿌리 풀이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내용은 400여 년 전 기록입니다. 차다·서늘하다는 표현은 그 시대 의학이 몸을 설명하던 말이어서 오늘의 의학 판단과는 기준이 다릅니다. 따라서 이 기록을 치료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출처: 허준, 《동의보감》 탕액편 草部 '모근(茅根)'.

지금의 성분 분석과 겹치는 곳, 어긋나는 곳

겹치는 곳은 단맛입니다. 뿌리 한 토막을 씹어 보면 옅은 단맛이 먼저 느껴집니다. 뿌리줄기에 저장된 당류가 이 맛을 냅니다. 《동의보감》이 달다고 적은 것도 이 맛이었을 것입니다.

띠속(Imperata) 식물의 뿌리줄기에서는 트리테르펜(triterpene) 계열 화합물이 분리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밖에 식물에 흔한 무기질인 칼륨과 질긴 결을 이루는 식이섬유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긋나는 곳도 있습니다. 트리테르펜 분석은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밝힌 것이고, 사람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한 연구는 아닙니다. 차다는 옛 판단도 현대의 성분표로 옮길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래서 띠뿌리 달인 물은 단맛이 옅게 도는 차로 즐기고, 약효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맞습니다.

텃밭에 들이기 전에 살필 것

띠는 햇볕이 드는 빈터나 비탈에서 잘 자라고, 뿌리줄기로 땅속에서 빠르게 퍼집니다. 그래서 세계 여러 지역에서 관리하기 까다로운 잡초로 꼽히고, 미국에서는 연방 유해잡초(federal noxious weed) 목록에 올라 심거나 옮기는 일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심기 전에 사는 곳의 규정부터 확인해 보세요. 기를 수 있는 곳이라면 밭흙에 그대로 심지 말고 깊은 화분에 따로 심어 보세요. 배수 구멍으로 뿌리줄기가 빠져나오지 않는지 가끔 살피고, 이삭이 패면 씨앗이 바람에 날리기 전에 잘라 주세요.

작물도감 달력은 북반구 기준 3~4월을 심는 달로, 4~5월과 7월을 거두는 달로 적습니다. 《동의보감》의 음력 유월과는 7월 무렵에서 겹칩니다. 자라는 조건은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띠 페이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띠뿌리 물, 이렇게 달여 보세요

둔덕에서 캘 때는 캐도 되는 땅인지, 제초제를 뿌린 적은 없는지 먼저 알아보세요. 캔 뿌리줄기는 흙을 씻고 잔뿌리를 떼어 낸 뒤 볕에 바싹 말립니다. 지금 백모근차로 달여 마시는 것도 이 말린 뿌리입니다. 흙내가 조금 나므로 다른 재료와 함께 달이면 마시기 편합니다.

  • 대추와 함께 — 말린 뿌리줄기에 대추 몇 알을 넣어 달이면 흙내가 누그러지고 단맛이 붙습니다. 물을 넉넉히 잡고 약한 불로 달여 보세요.
  • 볶은 보리·현미와 함께 — 구수한 맛이 더해져 연하게 마시기 좋습니다. 곡물이 들어가면 쉽게 상하므로 끓인 날 안에 마십니다.
  • 차게 식혀서 — 여름에 마시기 낫고, 단맛이 옅게 돌아 다른 것을 타지 않아도 됩니다. 냉장고에 넣어 두고 만든 날 안에 마시세요.

오늘 텃밭 가장자리에서 띠를 뽑게 되면, 흰 뿌리줄기 한 토막을 씻어 씹으며 《동의보감》이 적은 단맛을 느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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