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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uan Moccagatta on Pexels

건강

당근 한 뿌리와 눈 속 색세포 이야기

파란색을 받아들이던 세포가 자리를 옮기는 대신 붉은색·초록색 세포로 바뀐다는 관찰이 나왔습니다. 텃밭 뿌리채소가 눈에 좋다는 말을 다시 살펴봅니다.

장마가 걷힌 텃밭에서 봄에 심은 당근을 뽑아 흙을 털면 주황빛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 색을 내는 성분이 베타카로틴이고, 몸 안에서 비타민 A로 바뀐다는 설명은 어릴 적부터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비타민 A가 사람 눈이 만들어지는 시기에 무슨 일을 하는지는 최근에야 다시 정리되고 있습니다.

눈 안쪽에서 일어나는 변화

사람 망막 한가운데에는 글자를 또렷하게 읽게 해 주는 좁은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붉은색과 초록색을 받아들이는 원뿔세포가 빽빽하게 모여 있고, 파란색을 받아들이는 세포는 거의 없습니다.

파란색 담당 세포가 적은 쪽이 시력에는 유리합니다. 파장이 짧은 파란빛은 초점이 조금 앞쪽에 맺혀서, 이 세포가 섞이면 상이 흐려집니다. 그래서 글자를 읽는 부분에는 붉은색·초록색 세포만 촘촘히 놓입니다.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파란색 담당 세포가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옮겨 가 빠진다고 보았습니다.

실험실에서 키운 사람 망막 조직을 관찰한 연구는 다른 답을 내놓았습니다. 파란색을 받아들이던 세포가 밖으로 옮겨 가는 대신, 비타민 A에서 유래한 물질과 갑상샘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붉은색·초록색 담당 세포로 성질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태어나기 전 몇 달 사이에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이 결과는 실험실에서 키운 망막 조직을 실제 눈에 더 가깝게 만드는 데 쓰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며 생기는 눈 질환으로 잃은 시력을 세포로 되돌리려는 연구에도 바탕이 됩니다. 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치료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지금 단계에서 효과를 말하기는 이릅니다.

비타민 A가 눈에서 맡는 일

다 자란 눈에서도 비타민 A는 빛을 받아들이는 색소를 만드는 재료로 쓰입니다. 이 성분이 오래 모자라면 어두운 곳에서 잘 못 보는 야맹증이 나타나고, 더 심해지면 각막이 마르고 상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어린이 실명 원인으로 비타민 A 부족을 오래 다뤄 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근거가 탄탄합니다.

그러나 이미 충분히 먹는 사람이 더 챙겨 먹는다고 시력이 좋아진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보충제로 레티놀을 오래 많이 먹으면 간에 부담이 되고, 임신 중에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채소에 든 베타카로틴은 몸이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 A로 바꾸어 쓰기 때문에 이런 걱정이 훨씬 적습니다.

텃밭에서 챙기는 법

주황빛 뿌리채소와 짙은 초록 잎채소에 베타카로틴이 많습니다. 텃밭에서 얻기 쉬운 것으로 이 정도를 꼽습니다.

  • 당근 — 봄에 뿌린 것은 6월 말부터 거두고, 8월 상순에 다시 뿌리면 가을에 수확합니다.
  • 단호박·늙은 호박 — 여름내 달린 열매를 늦여름부터 따 냅니다.
  • 시금치·근대·아욱 — 잎 색이 짙을수록 함량이 높습니다.
  • 부추·깻잎 — 한여름에도 계속 잘라 쓰는 잎채소입니다.

베타카로틴은 기름에 녹는 성분입니다. 당근은 생으로 씹기보다 들기름에 살짝 볶거나 국에 넣어 드셔 보세요. 시금치도 데친 뒤 참기름으로 무치면 흡수가 잘 됩니다. 중간 크기 당근 한 뿌리면 성인 하루 권장량에 가까운 양을 얻으니, 많이 먹기보다 꾸준히 올리는 편이 낫습니다.

오늘 저녁 한 끼에 주황빛 뿌리채소나 짙은 잎채소를 기름 한 술과 함께 올려 보세요. 8월 파종을 계획한다면 당근 씨앗을 지금 미리 챙겨 두시면 좋습니다.

참고 — 사람 망막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원뿔세포 분화 연구, 세계보건기구 비타민 A 결핍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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