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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달래, 동의보감이 본 건강

들에서 캐낸 작은 매운맛, 동의보감은 속을 데우는 채소로 보았습니다.

이른 봄, 호미 끝에 걸려 나오는 향

호미님, 겨우내 비어 있던 텃밭을 살피다 보면 흙 사이로 가느다란 잎과 동그란 알뿌리가 함께 딸려 나올 때가 있습니다. 코끝에 닿는 알싸한 향이 마늘 같기도, 파 같기도 한 그것이 달래입니다. 호미 끝으로 흙을 살짝 들추면 작은 알뿌리가 줄줄이 따라 나오는 모습이 제법 정겹습니다. 손질해 둔 달래 한 줌을 간장에 무쳐 갓 지은 밥에 올리면, 봄이 식탁에 먼저 도착했다는 기분이 듭니다. 마트 진열대보다 텃밭과 들에서 더 반가운 채소라, 도시농부에게는 계절을 알려 주는 손님 같기도 합니다.

이 작고 매운 채소를 옛 의서는 어떻게 보았을까요. 달래는 우리 밥상에 오래 함께한 채소인 만큼, 동의보감에도 그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봄나물 한 줌을 무치면서 옛사람의 시선을 잠시 빌려 보는 것도 텃밭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동의보감은 달래류를 소산(小蒜)으로 분류했습니다. 마늘은 따로 대산(大蒜)으로 구분해, 같은 매운맛 계열이라도 크기와 쓰임을 나누어 본 셈입니다. 작은 마늘이라는 뜻의 이름에서, 달래를 마늘의 곁가지처럼 친근하게 다룬 옛 시선이 느껴집니다. 맛은 맵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고 기록했습니다. 매운 채소를 따뜻한 성질로 본 것은 파나 마늘을 다룬 방식과도 통합니다.

쓰임에서는 속을 따뜻하게 하여 음식을 소화시키는 채소로 보았습니다. 배가 차서 생기는 복통이나 설사를 멎게 하는 데 썼다는 기록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고 속이 더부룩할 때, 따뜻한 성질의 채소를 곁들여 기운을 풀어 준다는 발상입니다. 차가운 기운으로 속이 불편할 때 따뜻한 성질로 다스린다는, 동의보감 특유의 결을 달래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은 야산(野蒜)이라 불렀는데, 동의보감은 이 야산의 효능도 소산과 거의 같다고 보았습니다. 호미님이 텃밭 가장자리나 밭둑에서 캐는 야생 달래도, 옛 기록의 눈으로 보면 밭에서 기른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다뤄졌던 셈입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현대의 시선으로 달래를 보면, 매운 향의 바탕에는 황화합물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성분은 마늘이나 파와 같은 계열에 속해, 항균이나 순환과 관련해 자주 거론됩니다. 속을 따뜻하게 한다고 본 동의보감의 관점과, 매운 향 성분에 주목하는 오늘의 관점이 서로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듯합니다. 옛 기록과 지금의 설명이 같은 채소를 두고 비슷한 결을 그린다는 점이, 호미님께도 작은 흥미를 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호미님께 한 가지는 짚어 두고 싶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거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달래가 무엇을 낫게 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옛사람이 따뜻한 성질의 채소로 곁에 두고 즐겼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겠습니다. 동의보감의 기록과 오늘의 영양 상식을 나란히 놓고 보는 즐거움, 그 정도면 봄 채소를 대하는 마음으로 충분합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달래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채소입니다. 알뿌리에 묻은 흙을 살살 털어 내고, 겉의 얇은 막을 벗긴 뒤 흐르는 물에 헹구면 손질이 끝납니다. 가장 흔한 방식은 역시 양념간장입니다. 송송 썬 달래에 간장과 고춧가루, 참기름을 더해 무치면 밥반찬으로도, 비빔밥 양념으로도 두루 어울립니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마지막에 한 줌 넣으면 향이 살아나고, 달걀물에 섞어 부쳐도 별미입니다. 두부와 함께 무치거나 전을 부칠 때 곁들여도 좋습니다. 동의보감이 속을 데우는 채소로 본 만큼, 따뜻한 국물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활용이 한결 자연스러워집니다.

다만 매운맛이 또렷한 채소라, 속이 예민한 날에는 양을 줄여 드시는 편이 편합니다. 생으로 많이 먹기보다 익혀서 곁들이는 방법도 있으니, 그날의 컨디션에 맞춰 즐기시면 됩니다. 향이 강한 만큼 조금만 넣어도 음식의 분위기가 달라지니, 한 줌으로 여러 끼를 넉넉히 즐길 수 있습니다. 올봄 호미님의 텃밭에서 달래 한 줌을 캐는 날이 오면, 작은 알뿌리에 담긴 오랜 기록도 함께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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