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텃밭 가장자리, 고추 이랑 끝이나 담장 밑에 무릎 높이 포기가 서 있습니다. 잎은 둥글고 흰 꽃이 진 자리마다 알이 달렸는데, 어떤 것은 아직 푸르고 어떤 것은 새까맣습니다. 까마중입니다. 심은 적이 없어도 올라오고, 한 번 난 자리에는 씨가 떨어져 이듬해에도 다시 납니다. 북반구에서는 8월이 열매를 거두는 때입니다.
씨 뿌리기 — 북반구 4~5월, 볕 드는 흙
까마중은 씨앗으로 시작하는 한해살이풀입니다. 북반구 기준 4~5월에 뿌립니다. 흙을 크게 가리지 않아 밭 귀퉁이 흙이나 화분 흙에 그대로 뿌려도 싹이 납니다. 씨가 잘아서 깊이 묻으면 올라오지 못합니다. 흙 위에 흩어 뿌리고 손바닥으로 가볍게 눌러 준 뒤 아주 얇게만 덮어 주세요. 자라는 온도 범위는 12~35℃이고 20~30℃에서 가장 잘 큽니다. 봄 아침 기온이 아직 낮다면 싹이 늦게 나오니, 흙이 데워질 때까지 며칠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돌보기 — 볕은 넉넉히, 서리 전에 마무리
볕이 드는 빈터에서 자라는 풀이라 물과 흙을 크게 따지지 않습니다. 돌볼 일이 많지 않아 처음 텃밭을 시작한 분도 기르기 쉽습니다. 다만 추위에는 약합니다. 첫 서리가 내리면 그해 포기는 그대로 죽습니다. 그래서 서리가 오기 전에 거둘 것을 다 거둬야 합니다. 포기가 죽어도 떨어진 씨에서 이듬해 새 포기가 납니다. 중국·인도·한국에서 절로 자라며, 온대에서 열대까지 넓게 퍼져 있습니다.
거두기 — 어린순은 5~6월, 열매는 8~9월
봄에 올라온 어린순은 5~6월에 잘라 나물(namul, 데쳐서 무친 반찬)로 씁니다. 열매는 8~9월에 땁니다. 완전히 검게 익은 알만 골라 따고, 초록빛이 남은 알은 포기에 그대로 두세요. 며칠 지나면 검어집니다. 한 번에 다 익지 않으므로 일주일 간격으로 두세 번 나눠 따게 됩니다.
빛깔이 알려 주는 것 — 글리코알칼로이드와 안토시아닌
까마중을 비롯한 가지속 식물에는 솔라마르긴(solamargine)·솔라소닌(solasonine) 같은 스테로이드 글리코알칼로이드(glycoalkaloid)가 들어 있습니다. 잎과 덜 익은 초록 열매에 함량이 높고, 검게 익는 동안 줄어듭니다. 검게 익은 열매에서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 계열 색소와 폴리페놀(polyphenol)이 확인됩니다. 빛깔이 익은 정도를 그대로 알려 줍니다. 성분에 관한 이야기이며 병의 예방이나 치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손질과 먹는 법 — 데치고 헹궈서
《동의보감》(Donguibogam, 1613년 한국 의서) 菜部에는 龍葵(용규)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한국어 이름은 '가마조이'라 적혀 있습니다. 이 책은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없다고 하면서도, 삶아 먹을 만하되 날로 먹기에는 마땅하지 않다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다만 이 대목은 오늘날의 성분 분석과 맞물립니다. 데치는 물에 글리코알칼로이드가 일부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린순은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헹궈 쓰세요. 물기를 세게 짜지 말고 가볍게 털어야 잎이 뭉치지 않습니다. 무치는 법은 두 가지입니다.
- 된장(doenjang, 콩 발효 장)에 무치고 들기름(perilla oil)을 두릅니다. 짠맛과 기름 향이 더해지면서 쌉쌀한 뒷맛이 덜 느껴집니다. 마늘은 곱게 다져 조금만 넣습니다.
- 간장에, 볶아 빻은 참깨만 더해 가볍게 무칩니다. 나물 자체의 맛이 더 뚜렷합니다. 무친 날 안에 드세요.
검게 익은 열매는 씻어 그대로 한 줌 먹습니다. 단맛이 옅고 씨가 잘아서 갈아 마시기보다 그대로 먹는 편이 낫습니다. 푸른 기가 남은 것은 골라 냅니다.
오늘 텃밭에 나가면 까마중 포기부터 들여다보세요. 검은 알만 한 줌 따고, 푸른 알은 그대로 두었다가 다음 주에 다시 가면 됩니다.
출처: 《동의보감》 菜部 龍葵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